문화계 블랙리스트 혐의…김 전 실장, 압수수색 앞두고 인멸 정황…조 장관, 석연찮은 컴퓨터 교체

"범죄사실이 소명되고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음"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과 관리를 주도한 혐의를 받는 김기춘(78)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조윤선(51)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구속영장을 21일 모두 발부하면서 성창호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밝힌 사유다.

김 전 실장과 조 장관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은 전날 오전 10시 30분께부터 총 6시간 넘게 진행됐다.

전날 오전 10시 30분부터 3시간가량 김 전 실장, 이후 4시 50분까지 다시 3시간 넘게 조 장관의 심문이 각각 이뤄졌다.

결국 두 사람은 세간의 예상대로 구속됐다. 이변은 없었다.

R658x0.q70.jpeg
▲ 20일 오후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관리의 '설계자'로 거론된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차량에 오르고 있다./연합뉴스

형사소송법상 피의자가 죄를 범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타당한) 이유가 있고, ▲ 일정한 주거가 없는 때 ▲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는 때 ▲ 도망하거나 도망할 염려가 있는 때에 해당하는 사유가 있는 경우 구속할 수 있다. 이러한 구속 사유를 심사할 때 범죄의 중대성 등을 고려 요소로 삼는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김 전 실장의 지시로 조 장관이 수석으로 재직하던 청와대 정무수석실 산하 국민소통비서관실에서 블랙리스트가 최초 작성됐고, 교육문화수석실을 거쳐 문체부로 내려가 실행된 것으로 보고 있다.

특검팀은 이를 대한민국의 기본이념인 자유민주주의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중대범죄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성 판사는 특검팀의 수사 진행 내용을 검토한 결과, 범죄 혐의 개연성이 소명됐고, 이들이 증거인멸을 시도했거나 장차 시도할 염려가 있다고 판단해 구속이 필요하다고 결론을 내렸다.

특검팀은 잇단 압수수색을 통해 혐의를 뒷받침할 정황을 다수 확보했다고 자신해왔다. 결국, 법원도 두 사람이 적극적으로 가담해 리스트를 지시·보고·관리해왔음이 충분히 소명된다고 봤다.

김 전 실장은 압수수색을 앞두고 자택에 설치된 사설 폐쇄회로(CC)TV 영상, 서류, 휴대전화 등에 든 정보를 상당량 지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점도 영장 발부에 참작됐을 것으로 보인다.

작년 조 장관 취임 직후 장관 집무실 및 의혹의 핵심 부서인 예술정책국의 컴퓨터 하드디스크가 교체됐다. 이 때문에 조 장관은 블랙리스트 관련 증거를 없애려 했던 것 아니냐는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연합뉴스 이보배 기자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