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모래 채취 논란이 재연될 기미를 보이고 있다. 해저 생태를 고려치않은 채 모래를 마구 퍼올리면 어군 형성에 지장을 줄뿐만 아니라 한번 파헤쳐진 곳은 회복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려 어업피해가 막심하지만 정부는 해가 바뀌기 무섭게 다시금 채취계획을 세우고 있다. 욕지 남쪽 EEZ(배타적 경제수역) 바닷모래 채취작업은 어민들의 해묵은 민원이다. 애초 부산 신항만 건설에 필요하다 하여 용인됐으나 남해안 일대 어황에 큰 피해를 가져온 것인데 용도사업이 끝났는데도 채취가 계속됨으로써 반발이 커지는 것이다. 어민들은 해가 바뀌면 중단되겠거니 하고 희망을 걸었다가 번번이 낙심하는 일이 연례행사처럼 되풀이되고 있다고 말한다. 올해도 달라지지 않았다. 장기간 채취기간이 마감되는 전환점을 맞았지만 국토부는 그만둘 의사가 전혀 없다. 통영수협을 비롯해 멸치수협 기선저인망수협 등 남해안 어업 관련 단체와 어민들이 실력행사에 나설 각오를 다지고 있어 해상충돌 등 불상사가 일어나지나 않을까 우려된다.

모래를 끌어올리느라 바다 밑을 헤집어놓으면 고기는 모두 도망간다. 어군 형성이 안 될 뿐만 아니라 천착 어종은 살 수가 없다. 약속시간이 지나서도 작업이 계속되자 생계를 의존하는 어민들이 해상시위를 벌여 말썽을 빚은 것이 엊그제다. 그 악순환이 이제 고착화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으므로 어민들도 결사적으로 막으려 한다. 물리력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다. 사업을 시작하는 초기라면 이해를 구하고 어느 정도 어민들의 인내심에 기댈 수 있겠지만 시효도 훨씬 지났다. 계속 모래를 퍼내더라도 생태파괴가 최소한에 그치고 어업피해도 크지 않을 것이라는 신뢰할만한 메시지가 필요하다. 그렇지않으면 어민들을 설득하기는 어렵다. 때마다 마지못해 벌인 겉핥기식 해양환경조사를 이번에는 좀 더 구체화하는 일이 시급하다. 관련기관뿐만 아니라 민간연구기관 나아가서는 어민들이 직접 참여하는 민관 합동조사기구를 만들어 그동안 자행되어온 모래 채취가 바다 서식환경에 어떤 영향을 끼쳤고, 그에 따른 어종 감소가 어디까지 미쳤는지 상세하게 입증돼야 한다. 그 결과 상황이 심각하다면 당장 채취를 그만둬야 한다. 어민들의 간절한 요구를 외면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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