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의 산] (3) 함양
함양·거창·장수군에 자리, 주봉이 전북 무주에 있어
기암괴석·파노라마 절경, 설경 뛰어나 '겨울왕국'

남덕유산(1507m)은 경남에 속한 덕유산 제2봉이다. 덕유산은 1975년 오대산과 함께 10번째 국립공원으로 지정됐고 경남 함양과 거창, 전북 무주와 장수 등 2개 도 4개 군 219㎢에 펼쳐져 있다. 주봉인 북덕유 향적봉(1614m)에서 시작한 능선은 남서부 방향으로 20㎞가량 뻗어가다 마침내 경남으로 넘어와 남덕유산에서 방점을 찍는다.

◇'희미해진' 경남의 산 = 남덕유산은 함양군 서상면 상남리와 거창군 북상면 월성리, 전북 장수군 계북면 원촌리 사이에 자리하고 있다. 조선시대 문헌과 고지도를 찾아보면 황봉, 봉황산, 봉황봉으로 혼용해 사용됐다. 넉넉하고 덕이 있다고 해 덕유산(德裕山)이라 했고, 연봉 남쪽 끝자락에 있어 남덕유산으로 고쳐 불렸다.

산 정상부 위치와 가장 쉽게 오를 수 있는 등산로는 함양에 있다. 함양군은 남덕유산 운해를 함양 8경으로 꼽고 있다.

남덕유산은 지리산, 가야산과 함께 경남 3대 산지형 국립공원 중 하나이다. 하지만 남덕유산을 대하는 경남 사람의 생각과 애착은 지리산과 같지 않다.

왜 경남 사람은 지리산만큼 남덕유산에 애착을 가지지 않을까.

우선 덕유산 전체의 주봉인 향적봉이 전북 무주에 있기 때문일 것이다. 더불어 레저 관광지로 유명한 무주리조트 이미지에 덮여버린 점도 원인으로 분석된다. 경남도를 포함해 지자체의 관심과 홍보 노력 부족도 작용했다고 보인다.

지리산 역시 3개 도(경남·전남·전북), 5개 시·군(산청군·함양군·하동군·구례군·남원시)에 걸쳐 있다. 경남뿐 아니라 다른 지자체도 경쟁적으로 지리산을 활용하고 홍보하느라 여념이 없다. 덕유산과는 다른 모습이다.

보존이 잘 된 지리산은 개발 잠재력이 엄청나지만, 덕유산은 이미 스키장, 골프장, 곤돌라 등이 설치돼 추가 개발 메리트가 적은 탓일 게다.

남덕유산은 경남에서 지리산 다음으로 높은 산이지만 빼어남으로 따지면 둘째 가라면 서러운 곳이다. 경남의 산이라는 인식과 그 순수한 가치에 대한 고민이 더 필요해 보인다.

서봉 정상에서 본 남덕유산 자락.

◇'겨울 왕국', '작은 히말라야' = 남덕유산은 토산으로 된 대부분 소백산지와는 달리 산 아래는 토산, 정상부는 석산으로 이뤄져 있다. 덕분에 풍부한 생태자원을 품은 동시에 월악산, 속리산처럼 화강암이 분포하면서 빼어난 경치를 뽐낸다.

꼭대기로 이르는 능선에는 칼같이 뾰족한 암릉이 발달해 아찔한 계단을 피할 수 없다. 스릴을 느낄 수도 있지만 '헉, 헉' 신음이 절로 난다. 그러나 상하로 첩첩이 쌓이고, 좌우로 360도 펼쳐진 일망무제의 산그리메는 금세 신음을 '와∼' 하는 감탄으로 바꿔놓는다.

기암괴석의 절경과 시원한 파노라마가 남덕유산의 기본 메뉴라면 철 따라 맛과 멋을 달리하는 계절 메뉴도 예사롭지 않다.

늦봄이면 향적봉으로 이어지는 20㎞ 능선에 수놓은 철쭉 군락이, 여름이면 싱그러운 숲과 함양 화림동 계곡·정자, 거창 월성계곡이 사람을 불러 모은다. 가을철에는 울긋불긋 단풍으로 차려입고, 겨울에는 설경과 상고대로 단장을 한다.

남덕유산 정상 가는 길, 상고대가 가득 피어 환상적인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특히 아름다운 설경은 남덕유산이 '겨울왕국', '작은 히말라야'라는 별명을 가지게 했다.

북동에서 남서로 가로지르는 험준한 산맥은 국경이 되기도 했고 영·호남을 가르는 경계가 되기도 했다. 겨울철에는 서해의 눈구름을 가로막아 눈으로 바꿔놓는다. 지리산보다 더 많은 눈이 쌓이면서 설악산 등 더 춥고 높은 곳으로 가지 않고도 남부지역에서 쉽게 눈을 접할 수 있는 곳이 됐다.

최근 향적봉은 곤돌라 때문에 인산인해를 이루며 몸살을 앓고 있다. 여기에서 다소 비겨난 남덕유산은 여유롭고 아름다운 설산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남덕유산 등산로는 △영각사∼남덕유산 정상∼영각사 하산(4시간 30분) △육십령고개∼할미봉∼남덕유산 정상∼영각사 하산(5시간 30분) △거창 북상면 명천리 버스 종점∼삿갓골재∼월성재∼남덕유산 정상∼영각사 하산(4시간 30분) 코스가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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