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의 산] (3) 함양

함양은 우리나라 유교 문화의 양대 산맥이다. 경북 안동과 함께 쌍벽을 이룬다는 뜻으로 예부터 '좌(左) 안동 우(右) 함양'으로 불리었다. '선비의 고장'이라는 긍지와 자부심이 대단한 함양 사람은 척박한 자연환경을 탓하지 않는다. 농사지을 땅이 부족하고 1000m가 넘는 고봉(高峰)이 즐비하지만 그 산과 계곡에서 '행동과 예절이 바르며 의리와 원칙을 지키는 고결한 인품'의 선비 정신을 배양했다.

함양의 진산은 읍 시가지를 품은 백암산이다. 널리 알려진 남덕유산, 영취산, 황석산, 백운산과 비교해 높이가 621m에 불과하지만 우뚝 솟은 산세가 범상치 않다. 덕유산과 지리산을 병풍처럼 두른 함양의 산은 힐링과 건강의 터전으로 거듭나고 있다.

'겨울 진경(眞景)'의 백미는 역시 눈(雪)이다. 경남의 산 가운데 가장 많은 적설량을 자랑하는 남덕유산(1507m)은 함양에 속해 있다. 기암괴석의 절경과 시원한 파노라마로 남덕유산을 찾는 발길이 사계절 끊이지 않는다. 그 가운데 꼭대기로 이르는 능선 주변에 핀 눈꽃과 상고대는 '천상의 설경'이라 부를 만하다. 4시간 30분~6시간 정도 걸리는 등산 코스 어디로 올라도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가쁜 숨을 잠시 멈추고 발아래 펼쳐진 설경을 보고 있노라면 '눈에 담지 말고 가슴으로 품어라. 그래야, 영원히 살아 있다'는 말이 실감 난다. 그러나 욕심은 금물이다. 혼자 즐겨보겠다고 나섰다간 낭패를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겨울 남덕유산은 혼자가 아닌 여럿이 함께하는 것이 안전은 물론 감동도 배가된다.

서봉(1492m) 오르는 길에서 바라본 남덕유산 정상(1507m). 남덕유산은 사계절 각기 다른 아름다움을 뽐내지만 특히 겨울 설경이 일품이라 '겨울왕국', '작은 히말라야'로 불린다. /유은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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