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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한때 향신료가 금보다 귀했다고요?

<세상을 바꾼 음식 이야기> 홍익희 지음
후추 구하려고 한 콜럼버스아메리카 대륙 발견 성과로
칭기즈칸 정복 전쟁 주역은 말안장 밑에 넣고 먹은 육포
문명의 탄생·경제 부흥 등음식으로 배우는 인류 역사

이정수 블로거 webmaster@idomin.com 2017년 01월 20일 금요일

매주 화요일 창원에서 '온배움터'라는 곳을 통해 서양미술사를 가르친다. 그것도 무려 시즌2. 시즌1이었을 때 미술에 지대한 관심이 있는 고등학교 1학년 학생, 그리고 40대 남자와 여자, 이렇게 세 명의 학생을 두고 가르쳤다. 르네상스부터 모더니즘까지 미술사의 굵직한 사조와 그 사조를 대표하는 화가를 묶어 수업을 진행했다. 비록 세 명이지만 만족도가 높아 시즌2로 이어가자는 의견이 나왔고 지금은 시즌2를 진행 중이다. 서양미술사 특강 시즌2는 고대미술부터 현대미술까지 아우른다. 수업을 진행하다 보면 학생들의 반응은 '미술 공부하다가 역사 공부 제대로 합니다'다.

<세상을 바꾼 음식 이야기>. 미술 공부하다가 역사까지 덤으로 공부한다고 이야기했는데, 어느 한 분야를 깊이 있게 공부하는 방법치고 역사를 돌려놓고 말하기 힘들다. 책 띠지의 '청소년을 위한 음식의 역사', '음식을 알면 세계가 보인다' 등으로 알 수 있듯 이 책은 음식으로 배우는 역사다. 음식의 역사가 인류의 역사인 셈이다. 총 5부로 구성되었는데, 1부가 문명을 탄생시킨 음식이고, 밀·보리·소금·쌀 이야기가 나온다. 물론 밀로 만든 빵 이야기도 등장하고. 2부는 지도를 바꾼 음식, 3부는 경제를 일으킨 음식, 4부는 생명을 지켜준 음식, 5부는 삶을 풍요롭게 만든 음식이다.

책에서 얻은 재미있는 이야기 몇 토막.

우선 육포. 우리가 술안주나 간식으로 여기는 육포가 칭기즈칸의 정복 전쟁을 가능케 한 일등공신이었다고 한다면 의아해할지도. 옛날 전쟁은 군인의 수 이상으로 식량 보급부대가 따라붙었다. 기병이나 보병 뒤에 군인들 먹일 음식과 음식을 조리할 수 있는 도구를 잔뜩 실은 수레가 같이 움직인다. 경우에 따라 속도전도 필요한 전쟁에 이 얼마나 불편한 일인가? 칭기즈칸의 몽고 부대는 소고기를 얇게 저며 말려 그것을 말안장 밑에 넣어 다니면서 식사 대용품으로 활용했다. 식량보급부대가 필요 없고 말도 중간에서 달리면서 갈아탔으니 다른 나라 부대들한테는 신출귀몰이었다.

후추와 향신료. 후추나 다른 향신료를 마트에 가면 수십 종 고르며 살 수 있다. 그러나 후추와 향신료는 한때 같은 무게의 금 가격과 맞먹던 시절도 있었다. 콜럼버스의 아메리카 대륙 발견, 바스코 다가마의 인도 항로 개발, 마젤란의 세계일주 등 세계 항해사의 굵직한 사건들이 후추를 구하기 위한 노력이었다는 사실은 놀랍다. 향신료 중 가장 비쌌던 육두구는 생산지 가격의 600배까지 치솟았고 그것을 수입한 무역상들과 항해에 자금을 지원한 투자자들까지 막대한 부를 챙겼다.

커피는 오늘날 세계 무역에서 석유 다음으로 물동량이 많은 품목이다. 하루 소비량이 27억 잔, 세계 인구의 3분의 1이 넘는 수치다. 커피라는 이름은 에티오피아 커피 산지인 '카파'라는 지역명에서 유래했다. 초기에는 이슬람 지역에서 많이 마셨다. 예멘의 커피 상인들이 커피 독점 공급을 위해 아라비아반도 남단의 '모카' 항구에서만 선적하도록 했다. 유럽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커피를 '모카 커피'라 부르게 된다. 일본에서 유럽으로 도자기가 수출될 때 일본의 '이마리'항구를 통해 나갔고 그 도자기들을 '이마리 도자기'라고 부르는 것과 비슷하다.

영국인들은 차를 즐겨 마셨다. 녹차가 아닌 홍차를. 아편전쟁, 미국 보스턴 차 사건은 영국과 차와 관련이 있다. 중국에서 네덜란드 동인도 회사를 통해 차를 수출하던 항구 이름이 테이(Tei)였다. 여기서 '티(Tea)'라는 명칭이 유래했다. 네덜란드의 야곱센이라는 인물이 33년 동안 다섯 차례에 걸쳐 차 묘목을 반출해 재배를 시도했다. 그리고 인도네시아 자바 섬에서 경작에 성공했다.

음식에 관한 상식과 재미있는 내용이 많은 책이다. 음식에 관한 책이지만 역사책에서 공부한 내용들이 얽히고 엮인다. 그러면서 역사책 지리부도 한 번 더 살펴보는 것이다.

평소 음식 관련 책을 많이 읽는지라 개인적으로는 대부분 익숙한 이야기다. 보통은 한두 가지 음식을 이야기하는 책들로 만났다. 치즈 이야기, 커피의 세계사, 차 이야기 등. 그런 책들에서 핵심적인 내용을 경제사와 역사를 버무려 한 권에 담은 책이다. 청소년들이 읽기에 더없이 좋은 음식 역사 이야기고.

저자 홍익희는 유대인에 관한 한 대한민국 최고 전문가다. 가장 많이 등장하는 단어도 '유대인'이다. 쉽지 않은 일이겠지만 '유대인'이라는 단어를 좀 줄였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반대로 유대인에 관심이 많은 독자라면 저자의 책들을 추적해 읽는 재미가 클 것이다.

236쪽, 세종서적, 1만 4000원.

/이정수(블로그 '흙장난의 책 이야기'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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