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기술로 '빅데이터' 폭발적으로 늘어…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힘이 되는 '축적'

2017년 새해가 밝았다. 새해가 되면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누구나 먹는 것이 있다. 한 살이라는 나이다. 필자처럼 중장년이 되면, 나이를 먹는 것이 맛있고 즐거운 일만은 아니다. 빠지는 머리카락, 침침한 눈, 깜박거리는 기억력에 간혹 서글퍼지기도 한다.

시인 정현종이 말하길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시인은 나이가 들어가는 것을 세포가 죽어가고 노화되는 신체적 변화가 아니라, 일생을 거쳐 축적한 경험과 체화된 지식, 지혜에 더 큰 의미를 두고 있는 것 같다. 그 일생이 성공이든 실패든 상관없이 일생의 축적은 어마어마하게 가치 있는 일이다. 필자는 이 시 한 구절에서 나이듦은 축적이라는 힘을 얻는다는 위안을 찾는다.

몇 년 전부터 과학기술계에서도 이러한 '축적'에 대한 관심이 크게 일어나고 있다. 이른바 '빅데이터(Big Data)'의 출현이다. 정보기술의 급속한 발전과 PC·인터넷·모바일 기기 이용이 증가하면서, 사람들이 도처에 남긴 디지털 흔적(데이터)이 고스란히 컴퓨터에 축적되고 있다.예를 들어 인터넷 쇼핑몰에서 로그인할 때 개인정보, 상품 구매 시 거래 데이터, 대금 지불의 신용카드 데이터 등 각종 데이터가 컴퓨터에 차곡차곡 저장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금융·교육·자료검색·교통·SNS 등을 이용하거나, CCTV 촬영에 의해 우리의 많은 일상생활이 디지털 데이터로 쌓이고 있다. 이렇게 컴퓨터에 축적된 엄청난 데이터를 '빅데이터'라고 한다.

축적되는 데이터의 양은 감히 상상하지 못할 정도로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2016년 기준으로 단 1분 동안 인터넷에서 생성되는 데이터 양을 살펴보면, 이메일은 1억 5000만 통이 발송되고, 유튜브에서는 278만 건의 동영상 시청, 구글에서는 240만 건의 검색, 페이스북에서는 70만 회의 로그인이 이루어지고 있다. 지난 2년간 생성된 데이터가 그 이전에 생성된 지구상의 총데이터를 능가할 정도라고 한다. 한마디로 데이터 축적의 대폭발이다.

이렇게 축적된 빅데이터는 마케팅, 공공서비스, 과학기술, 정치, 행정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고객의 구매 데이터를 분석해서 마케팅 활동에 활용하는 사례는 보편화되어 있다. 유아용 물품을 구매한 고객에게 영유아 상품 할인쿠폰을 발송하여 매출을 신장한 신용카드사, 고객 개개인의 음악적 성향을 분석하고 추천음악을 제안해 고속 성장한 음악서비스 기업 등이 있다. 또한 빅데이터는 공공부문의 사회현안을 해결하는 강력한 도구로서도 인정받고 있다. 휴대전화 사용자 수십만 명의 이동 경로 빅데이터를 이용해 심야버스 노선을 성공적으로 운영한 사례가 있다. 일부 선진국은 방재, 테러 감지, 전염병 확산과 같은 위험을 예측하고 분석하는 '빅데이터 기반 위험관리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2012년에 열린 세계경제포럼(다보스포럼)은 데이터를 화폐와 같은 새로운 자산으로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명 컨설팅업체인 맥킨지(McKinsey)는 빅데이터를 경쟁력과 생산성 향상을 위한 중요한 혁신원천이라고 했다. 또한 정보통신분야의 자문회사인 가트너(Gartner)도 데이터를 "21세기의 원유"라고 표현했다. 하찮은 데이터가 축적되면서 거대한 유형의 가치로 탈바꿈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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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나이를 먹는다는 것, 디지털 데이터가 쌓인다는 것은 같은 의미의 '축적'이다. 살펴본 바와 같이 스마트혁명 시대에 축적은 나이 듦에서 느껴지는 서글픔이 아니라, 새로운 것을 창조해 내는 자원과 힘으로서 충분한 가치를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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