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지만 때론 상처인 가족, 미묘한 감정에 대해

애증이 교차하는 관계, '가족'. 시한부 선고를 받은 한 작가와 가족이 12년 만에 만나 3시간 동안 감정을 쏟아낸다.

젊은 거장 자비에 돌란이 영화 <단지 세상의 끝>으로 돌아왔다. 가스파르 울리엘, 마리옹 코티아르, 레아 세이두, 뱅상 카셀, 나탈리 베이 등 개성이 뚜렷한 배우들을 어떻게 녹여냈을지 기대가 크다.

고향을 떠난 지 12년 만에 집을 찾은 유명 작가 루이(가스파르 울리엘). 어머니(나탈리 베이)는 아들을 반길 준비에 몰두하고, 여동생 쉬잔(레아 세이두)은 오빠를 향한 환상과 기대로 한껏 멋을 낸다.

이들과는 반대로 형 앙투안(뱅상 카셀)은 동생이 못마땅한 눈치다. 형수 카트린(마리옹 코티아르)은 처음으로 루이와 인사를 나눈다.

〈단지 세상의 끝〉 스틸컷.

감격스런 재회는 잠시, 가족은 루이에게 분노와 원망을 표출한다. 아직 루이는 자신이 시한부라는 사실을 알리기도 전이다. 감독은 사랑하면서도 서로에게 상처를 줄 수밖에 없는 가족이라는 존재를 한정된 시공간에 그려낸다.

이번 영화는 프랑스 극작가 장 뤼크 라갸르스가 쓴 동명 희곡을 감독이 재해석한 작품이다. 감독은 영화 <마미>를 마무리한 후 우연히 거실 서재에서 장 뤼크 라갸르스의 희곡을 읽게 된다. 6장에 다다랐을 때 그는 이 작품이 자신의 다음 영화라고 직감했다. 장 뤼크 라갸르스 원작을 아는 관객이라면 재해석의 묘미를, 처음 접하는 관객이라면 작품·예술성에 관람 초점을 맞추면 좋겠다.

자비에 돌란과 배우 6인의 만남만으로도 영화를 관람할 이유는 충분하다. 99분. 15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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