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성인식 TV·날씨 알림 서비스, 자동차·금융 등 생활 결합 경쟁
신사업 초기 사용자 확보 관건…기업별 제품 편의성 개선 주력

지난달 20일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가 가정용 인공지능(AI) 비서를 시연하는 영상을 공개해 화제가 됐었습니다. 이름이 '자비스'였지요. 영화 <아이언맨>에 등장하는 인공지능 비서와 같은 이름입니다. 자비스는 스스로 커튼을 걷고, 날씨와 일정을 알려주며, 토스트 굽고, 음악을 틀어줍니다. 이와 비슷하게 국내에도 이미 상당한 수준의 인공지능 비서 제품이 나와있습니다. 이동통신 3사가 만든 음성 비서 제품들인데요. 가끔 TV 프로그램에 등장하기도 하죠. 이들 음성 비서들이 현재 IT 시장에 큰 활력이 될 것 같습니다. 관련 기사 보시죠. /편집자 주

◇통신 3사, 인공지능 비서 정면승부

이동통신 3사가 인공지능(AI) 시장 선점을 위해 음성 비서 제품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기존 사업과 시너지를 고려해 출발점은 조금씩 다르게 잡았지만, 일상을 아우르는 인공지능 플랫폼을 지향하는 점은 같다.

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은 스마트폰과 연동된 스피커, KT는 IPTV, LG유플러스는 사물인터넷(IoT)을 인공지능 사업의 출발점으로 삼았다. 인공지능 비서의 형태는 서로 달라도 기본 기능은 유사하다.

SK텔레콤은 지난해 9월 '누구'를 출시하며 국내 인공지능 비서 분야를 둘러싼 이동통신사 간 경쟁의 막을 올렸다.

스피커 형태의 '누구'는 전용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기본 설정을 하면 음악 재생과 IoT 기기 제어, 날씨와 일정 안내 등을 제공한다. IPTV(Btv)와도 연결돼 음성으로 TV를 켜고 채널을 바꿀 수 있다.

지난 17일 서울 종로구 KT스퀘어에서 모델들이 KT의 인공지능 TV 상품인 '기가 지니'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KT는 이날 '기가 지니'를 공개하며 SK텔레콤에 도전장을 냈다.

'기가 지니'는 스피커 형태의 IPTV 셋톱박스에 스피커, 전화, 카메라를 결합해 TV 및 음악 감상·일정 관리·IoT 기기 제어 등 각종 기능을 제공한다. 설정과 제어는 IPTV 화면을 통해 할 수 있다.

LG유플러스는 하반기 사물인터넷과 연계된 음성인식 인공지능 서비스를 출시할 예정이다. 앞서 지난해 2월 IPTV 셋톱박스에 고음질 스피커와 사물인터넷 제어 기능을 더한 '유플러스tv 우퍼'를 선보였다.

하반기 나올 서비스에는 기존에 출시된 기기와 콘텐츠가 융합돼 담길 것으로 관측된다.

이동통신 3사 모두 단순한 가정용 인공지능 기기에 만족하지 않고, 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자사의 기기를 바탕으로 다양한 서비스를 결합해 AI 플랫폼으로 키우겠다는 게 공통된 목표다.

SK텔레콤은 외부 개발자와 협력해 연계 서비스를 개발할 예정이다. 인공지능과 관련해 계열사인 SK주식회사 C&C와 협력도 모색하고 있다. SK주식회사 C&C는 IBM의 인공지능 엔진 '왓슨'을 바탕으로 인공지능 '에이브릴'의 상용화를 준비 중이다.

KT도 '기가 지니'를 향후 에너지·자동차·의료·금융 등 다양한 서비스에 접목해 가정생활의 필수 플랫폼으로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LG유플러스는 LG전자 및 스타트업과 협력해 다양한 분야와 결합을 할 수 있는 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이다.

이동통신 3사는 최근 조직개편에서도 인공지능에 힘을 실어줬다.

SK텔레콤은 플랫폼 사업부문 산하에 누구사업본부를 신설했고, KT는 인공지능 전담 조직 'AI 테크센터'를 만들었다. LG유플러스는 AI서비스사업부를 신설해 전문 인력 70여 명을 배치했다.

인공지능 시장은 급성장하고 있다.

KT경제경영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인공시장 규모는 2020년 2조 2000억 원, 2025년 11조원, 2030년 27조 5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IBM은 2025년 전 세계에서 2000조 원의 시장이 창출될 것으로 점쳤다.

성장 한계에 다다른 통신사들이 인공지능 비서에 열을 올리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신사업에서는 초기 사용자를 얼마나 확보하느냐가 중요한 만큼 각 사가 고객 기반이 탄탄한 분야를 중심으로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며 "음성인식률을 높이고, 사용자 편의성을 확대하는 게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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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진에 빠진 스마트워치 활로 찾나

한때 스마트폰을 이을 차세대 스마트 기기의 대표주자로 꼽혔으나 성장이 기대에 못 미치는 스마트워치가 올해 인공지능(AI)으로 돌파구 마련에 나선다.

구글은 올해 1분기에 새 운영체제(OS) 안드로이드 웨어 2.0을 탑재한 스마트워치 2종을 출시할 예정이다.

안드로이드 웨어 2.0은 음성으로 작동하는 구글의 인공지능 비서 '어시스턴트'를 지원한다. 구글 어시스턴트는 지난해 10월 출시된 구글의 스마트폰 픽셀과 가정용 스피커 '홈'에도 탑재됐다.

지난해 상반기 스마트워치 제조사 iMCO는 아마존의 인공지능 '알렉사'와 연동되는 '코워치'를 선보였다. 사용자는 코워치를 거쳐 알렉사를 호출해 각종 가전제품을 제어하고 온라인 쇼핑을 할 수 있다. 애플 워치는 2014년 9월 공개될 때부터 음성비서 '시리'를 호출하는 기능이 있었다.

당초 스마트워치 시장은 2015년 4월 애플 워치 출시를 계기로 본격적으로 열릴 것으로 기대됐으나, 불과 1년여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작은 화면, 불편한 입력 장치, 배터리 용량의 한계 등으로 사용에 제약이 많다는 점이 부진의 주요 원인으로 꼽혔다.

시장 침체가 이어지면서 2013년부터 제품을 판매해 온 1세대 스마트워치 업체 페블은 경영난을 이기지 못하고 지난달 스마트밴드 업체 핏비트에 인수됐다.

모토롤라는 스마트워치 신제품 개발을 중단했고, 지난해 스마트워치를 내놓은 LG전자와 화웨이 등도 아직 추가 출시 계획을 밝히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인공지능이 부상하면서 올해가 스마트워치 재도약을 위한 기점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다양한 기기와 연결된 인공지능 음성 비서를 통해 스마트워치의 단점과 콘텐츠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으리라는 분석이다.

인공지능과 스마트워치의 만남은 인공지능 비서가 다양한 기기로 확대되면서 더욱 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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