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사람 화해로 예산 갈등 해소 기대…힘·감정 대립 아닌 대화 해법에 박수

지난 10일 이창희 진주시장과 이인기 진주시의회 의장이 한 방송사 토론회에서 만났다.

막말 파문과 예산 삭감 논란이 불거진 지 20여 일 만이다. 토론에 앞서 주위에서 '싸우지 마라'라고 당부했을 정도로 서로 격앙된 상태였다.

토론에서 지지 않으려고 별도의 스터디까지 했다는 후문이 나돌 정도로 토론회에 임하는 자세가 사뭇 비장했다.

하지만, 막상 토론이 시작되자 분위기는 급변했다. 이창희 시장이 '나의 불찰이다' '사과한다'며 자세를 낮추자 이인기 의장도 준비한 '총알'을 쏘지 못하고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됐다.

예산을 두고 뼈 있는 말을 주고받았지만 지금껏 대립만 하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사회자가 당황해 분위기 반전을 꾀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이 시장은 "95억 원에 달하는 예산안이 통과되길 바랐지만 아쉬운 생각이 든다. 모든 것이 제 불찰"이라고 운을 뗐고 이 의장은 "이 자리서 시장이 설명한 것처럼 공무원들도 전문성을 갖고 의회를 설득한다면 의회는 전향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화답했다.

이 시장이 "절차상 추경이 쉽지 않다"고 하자, 이 의장이 "과거에 삭감된 예산을 재편성해서 통과된 사례가 있어 문제가 없다"라며 해법까지 제시할 정도로 죽이 척척 맞았다. 예산 갈등은 풀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두 사람이 화해하는 모습을 보여주자 시민들의 반응도 환영 일색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지금부터가 더 큰 일이다. 시장이 사과는 했지만 막말 파문으로 말미암은 시의원들의 감정은 그대로 남아 있다.

한 의원은 "시장이 평소 시의원들을 하대하고 의회를 무시하던 언행까지 바뀔지는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시장과 의장이 화해했다고 하지만 아직은 감정이 깔끔하게 없어진 것은 아니다. 앞으로 어떻게 하는지가 더 중요하며 좀 더 지켜보겠다"는 견해다.

추경도 쉽지 않다. 무려 80개가 넘는 항목에서 90억 원 이상이 삭감됐기 때문에 어떻게 처리하느냐가 과제다.

일부 시의원은 "무조건 다 살려주는 것은 아니다. 나름의 이유 때문에 삭감한 것도 있다. 80여 개 항목을 다 살린다는 것은 추경의 목적과도 맞지 않다"며 선별적 부활을 예고하고 있다.

김종현 기자.jpg

그래도 시장과 의장이 만난 것 자체로 의미가 있다. 시장과 의장이 첨예하게 대립한 사안을 두고 공개된 장소에서 서로 의견을 교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힘과 감정이 아닌 대화로 풀었다는데 더 큰 의미가 있고 박수를 보내고 싶다. 시장이 토론회에서 보여준 모습도 일회성에 그쳐서는 안 된다. 앞으로 서로 존중하고 건강한 긴장관계를 유지하면서 진주시를 조화롭게 이끌어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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