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 시골에 와서 생활한 지 1년, 천혜의 자연조건과 맛과 멋을 가진 남해, 처음엔 산과 들 바다 어디를 보아도 눈과 입이 호강하는 생활이 늘 일상일 것 같았지만 막상 지내고 보니 시골 생활이란 것이 그리 녹록지만은 않다는 것을 알았다. 비가 오면 잠길까 바람 불면 쓰러질까, 밭 갈고 거름 주고 잘 심어놓고도 잘 자라는지 못 자라는지 밤낮 노심초사 참 걱정 많은 것이 시골생활이다. 그래도 예전엔 힘들고 어려운 일은 젊은이가, 연세든 어른들은 요령과 경험으로, 각자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고, 이웃 간 따뜻한 정을 나누며 오순도순 평안하고 안락한 일상이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새 급격히 줄어든 농어촌 인구와 고령화 탓에 홀로 사는 노인들이 늘어나면서 농촌은 점점 황량해지고 있다. 

자식들은 도시에 나가있어 늘 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자주 전화도 안 해서 노인들은 참 외롭다고들 하신다. 우리 동네에는 가끔 파출소에 찾아와서 "열쇠를 잃어버렸다", "우리 집에 물건이 없어졌다" 하시며 찾아오는 춘점할머니와 두례할머니가 계신다. 막상 가보면 열쇠도 장독대 밑에 있고 문도 잘 잠겨있어서 잃어버린 물건도 없지만 늘 그렇게 찾아와 신고를 하신다. 처음엔 진짜인가 싶어 몇 번 열쇠도 맞춰드리고, 절도범이 있나 싶어 마을 입구 CCTV도 검색해보고 했지만 자주 그러시는 걸 보고는 '외로워서 그러는가보다' 하고 할머니 두 분이 방문하시면 말 상대를 잘해드린다. 먹을 것도 내드리고 차도 마시며 한참 동안 얘기하고 웃다가 가시면 며칠 동안은 또 조용하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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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을 돌아보면 외롭고 힘들게 사시는 분들이 참 많다. 요즘 체감 경기가 IMF 때만큼 어렵다는 말도 들리고, 조류인플루엔자(AI)다 뭐다 해서 서민들이 좋아하는 닭고깃값, 계란값도 많이 올라 서민경제가 다들 어렵다고 한다. 얼마 안 있으면 한 해의 건강과 풍요로움을 기원하는 설, 이럴 때일수록 우리 모두 주변에 있는 어려운 사람을 한 번 더 돌아보고 사람과 사람이 더불어 사는 정을 잊지 않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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