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주인이다]롯데 바로 세우기 나선 사람들
소상공인·지역경제 보호 목표 57개 단체 뭉쳐 운동본부 출범
김해관광유통단지 감사 추진, 상업용지 무단 확장 등 저지 "돈에 휘둘리는 세상 바꿀 것"

롯데백화점, 롯데마트, 롯데아울렛, 롯데몰, 롯데슈퍼…. 유통 공룡 롯데는 자본을 앞세워 경남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소상공인 아우성은 뒤로한 채 자산 불리기에 급급한 롯데가 경남에서 표적이 된 데는 '김해관광유통단지'가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

20년이나 끌어 온 김해관광유통단지 조성사업을 지역민들이 바로잡고자 지난 2015년 11월 롯데바로세우기운동본부(이하 롯데바로본부)가 출범했다. 롯데의 성역에 거역할 수 없는 노예로 전락한 소비자와 소상공인 스스로 박차고 나와 3단계 사업 착공을 이끌어냈다.

롯데바로본부 결성 움직임은 김해에서 촉발됐다. 1998년까지 마무리됐어야 할 김해관광유통단지 조성사업을 끌어온 롯데쇼핑이 2015년 6월, 테마파크 등 '관광'은 빼고 '유통시설'을 더 채우는 쪽으로 사업 변경을 시도했다. 같은 시기 창원에서는 마산대우백화점이 롯데백화점으로 전환됐고 진주에서도 혁신도시에 롯데몰 입점이 확정됐다.

지난 2011년 김해시 장유동 김해관광유통단지 건설 현장. /경남도민일보 DB

소상공인을 중심으로 한 지역민들 사이에서 "롯데와 이를 방관하는 경남도를 이대로 둘 수 없다"는 인식이 팽배했다. 창원경실련을 중심으로 경남소상공인협의회, 장유발전협의회 등 57개 단체가 뭉쳤다. 롯데 행태를 바르게 잡으면 다른 대형유통그룹도 변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롯데바로본부를 이끄는 창원경실련 정시식(54) 대표, 안일규(29) 정책위원장을 만났다.

-먼저, 지난해 11월 김해관광유통단지와 관련해 공익감사를 청구하겠다고 밝혔다.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정시식(이하 정) "서명 숫자가 얼마가 되든 연말까지는 공익감사를 청구할 예정이었지만 홍준표 경남도지사 주민소환운동과 관련한 경찰 수사가 이어지다 보니 부정적인 시각이 늘어 서명 작업이 늦어지고 있다. 공익감사청구가 인용되든 기각되든 시민 권리를 주장한다는 데 의미가 크다. 이달 내 청구할 예정이다."

안일규(이하 안) "김해관광유통단지를 겨냥한 공익 감사 청구임에도 김해지역에서 서명지를 받기 어려운 것은 참 아이러니하다. 김해 유지들은 공익감사 청구로 이미 시작된 공사마저 중단되는 건 아닌지 우려하고 있다. 시민이 힘을 제대로 발휘해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롯데바로본부 정시식(왼쪽) 대표.

-김해시민, 시가 제 역할을 못했기 때문에 김해관광유통단지 사업이 20년이 지난 현재 완공이 안 됐단 뜻인가.

정 "테마파크 역시 축소된 현 사업대로 진행되면 지역에 이익이 안 된다. 롯데쇼핑이 지역 활성화에 이바지해 머무는 관광이 되도록 경남도와 김해시가 시민을 위해 일해야 하지만 롯데 뒤를 봐주고 있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게 되기까지 시민이 주인의식을 보여주지 못했다. 목소리를 높였다면 경남도 묵인도, 사업 부진도 그 기간을 줄일 수 있었다. 3단계 사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도 시민들은 '롯데가 중단하면 어쩌나?' 눈치를 보고 있다."

안 "김해시는 신도시 중심으로 급속 성장한 지역으로 시민이 모여 의견을 같이한다는 게 어렵다. 2015년 롯데쇼핑이 사업 변경을 시도한 일이 있기 전까지 김해 시민은 김해관광유통단지에 대해 잘 몰랐다고 판단된다. 롯데프리미엄아울렛 인근이 롯데 땅인 줄은 알았지만 계획은 알지 못했다. 공무원이 나서지 않았고 시민이 주권자로서 역할을 하지 못했기에 20년 동안 이 곳은 허허벌판이었다. 행정이 주인을 모실 생각은 않고 머슴 중 대장을 섬기면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고 본다."

롯데바로본부 안일규(오른쪽) 정책위원장. /박일호 기자 iris15@

-소상공인 의견을 대변하면서 안타까운 점은.

정 "솔직히 김해시 시민들은 김해관광유통단지 조성사업에 관심도 역할도 없었다. 터를 잡고 생계를 유지하는 소상공인들도 하루 저녁 문을 닫더라도 롯데를 향해 하나 된 힘을 보여줘야 했지만 앓기만 했다. 몇 사건에서도 나왔지만 발전기금 명목으로 돈이 오가면 묵인돼왔다. 약자인 소상공인은 어떤 측면에서 보면 바람 불면 날아가는 콩가루와 같았다."

-롯데바로본부 출범으로 달라진 것이 있다면.

정 "가장 큰 성과는 롯데관광유통단지 마지막 사업을 시작했다는 것이다. 특히 아울렛을 확장하고 아파트를 건립하려는 롯데쇼핑의 행보를 막았다는 것이다. 시민이 숨을 죽이고 롯데쇼핑이 경남도를 등에 업고 아울렛이 두 배로 확장됐다면 김해 소상공인은 물론 지역 경제에도 치명적이다."

안 "만약 지난 1년여간 롯데바로본부가 활동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됐을까 생각해봤다. 김해관광유통단지 3단계 사업은 '관광(테마파크)'에서 '유통(아울렛)'으로 바뀌었을 거다. 도민이 이를 지켜보고만 있었다면 롯데쇼핑은 이를 사례로 다른 시도에 시도해도 먹혔을 것이다. 여전히 3단계 사업을 제대로 할지 의문이다. 롯데 행태에 제동을 걸어 유통 구조를 바로 세우자는 목표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지난 2015년 11월 롯데바로세우기운동본부 출범 기자회견 모습./경남도민일보 DB

-롯데 바로세우기 위한 앞으로 계획과 바라는 점은.

정 "김해관광유통단지 3단계 사업이 시작됨으로써 우리 역할은 다했다고 본다. 공익감사 청구 이후에도 공사가 제대로 진행되는지 지켜볼 것이다. 2018년 완공할 때까지 운동본부를 유지하는 게 목표다. 이후 언제든 해체할 수 있다."

안 "시민단체는 동참이 중요하다. 회초리 하나는 부러지기 쉽지만 여러 개는 장사라도 어렵다. 우리는 알면서도 실천하지 않는다. 재벌은 부러지기 쉽도록 흩어질 것을 돈으로 회유하고, 시민은 휘둘리는 모양새다. 작은 힘이지만 모이면 큰 힘이 된다. 주인이 주인답게 행동해야 주인 대접을 해준다는 걸 새겼으면 한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