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대표 선수로 활동 중 2015 세계대회서 은 획득…"종주국 중국 선수 꺾고 올해 금메달 향해 매진"

"우슈에 많은 관심 가져주세요. 제 이름도 함께 기억해 주시면 더 고맙고요. 꼭 세계 1인자로 등극하겠습니다."

우슈는 일반인들에게 여전히 생소한 종목이다. 중국 전통무술 쿵푸 정도로만 아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아직 생소하고 그것도 여전히 중국이 주도하는 종목에서 세계 1인자를 꿈꾸는 이가 있다. 경남체육회 박승모(24·산타 65㎏급) 선수.

'세계 정상' 아주 먼 이야기 같지만 꼭 그렇지도 않다. 지금껏 조용히 그리고 탄탄하게 준비해온 그는 이미 국내 최고의 자리를 확실히 굳혔다. 이제 그 너머를 바라보며 새로운 도전에 나서는 그를 만나봤다.

-쉽게 접하기 어려운 종목이다. 어떻게 시작했나?

"포항이 고향입니다. 운동을 워낙 좋아해 중학교 1학년 때 친구 따라 합기도를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그 체육관이 우슈를 함께 가르치는 곳이라 자연스럽게 우슈의 매력에 빠지게 됐습니다. 중학교 2학년 겨울방학 때 본격적으로 시작을 했습니다. 다행히 우슈를 교기로 하는 고등학교까지 생기면서 계속할 수 있었고요. 고등학교 때부터 두각을 드러내면서 청소년 국가대표로 뽑혀 세계대회에도 출전했습니다. 그때 심판으로 오신 제응만 경남우슈협회 전무님을 만나 스카우트되면서 경남으로 왔고요."

-우슈의 매력에 빠졌다는데 어떤 부분이?

"우슈는 '무술(武術)'의 중국어 발음입니다. 소림사 등 불가에서 내공을 쌓고 체력을 다지고자 시작했던 무예가 전승된 것이죠. 경기는 남권, 태극권 등 권법과 무기술 등의 표현 연기를 채점하는 '투로'와 일대일 대련을 하는 '산타' 두 종류가 있습니다. 산타는 헤드기어와 글러브를 끼고 반바지 차림에 맨발로 주먹과 발로 상대방을 때리거나 넘어뜨리는 격투기입니다. 발, 주먹, 몸 기술을 다 사용하는 종목이라서 몹시 거칠고 역동적이고 남성적입니다. 그런 점이 정말 매력적으로 느껴졌습니다."

지난 2015년 인도네시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은메달을 목에 건 박승모 선수. /경남도체육회

-우리나라 최고 실력자라는데?

"그렇게 표현하니까 부끄럽습니다. 고등학교 때 청소년 국가대표에 뽑히고, 전국체전에서 모두 5번 금메달을 땄습니다. 2011년에 따고 2012년에는 실패했습니다. 그리고 2013년부터 지금까지 4연패를 했습니다. 2013년부터 계속 국가대표에도 뽑혀 세계대회 출전도 하고 있습니다. 2015년 인도네시아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은메달을 획득했고 지난해 대만 아시아 선수권대회에서는 동메달을 땄습니다. 조금씩 조금씩 발전하고 있어서 다행입니다."

-정상에 오르기 어려웠을 텐데 부상이나 슬럼프는 없었나?

"우슈가 과격한 종목이라 부상도 많고 위험성도 다른 종목보다 훨씬 높죠. 그런데 운이 좋아서 그런지 코뼈 한 번 부러진 적 말고는 큰 부상이 없어서 저도 참 운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슬럼프를 크게 겪었을 때는 고등학교 때였습니다. 그때는 선배들이 저보다 훨씬 잘하니까 시합하면 매일 맞았죠. 또 군기도 세잖아요. 이런 종목이…. 그런데다 비인기 종목이라 미래가 불투명해 갈등이 많았죠. '잘할 수는 있을까. 잘한다고 해서 장래가 밝을까?' 이런 생각마저 더해지면서 몸과 마음이 힘들어서 그만두려고 여러 번 고민했어요. 그럴 때마다 부모님과 관장님이 제 이야기를 많이 들어주시고 해서 다시 마음을 다잡고 더 열심히 했죠."

박승모(왼쪽) 선수가 지난 2016년 충남 전국체전 경기에서 활약하는 모습. /경남도체육회

-외모가 곱상한데 단점 아닌가?

"우슈 선수라고 하면 모두 안 믿습니다. '수영 선수 아니냐' 뭐 이런 이야기도 듣고요. 허허. 저는 끈질기고 독한 데가 있고 집중력이 뛰어나다는 칭찬을 자주 듣습니다. 한 번 졌던 선수는 다음에는 반드시 이겨야 합니다. 2012년 전국체전 8강전에서 떨어졌습니다. 그때도 참 힘들었어요. 정말 충격이었죠. 그런데 이를 꽉 물고 다시는 그 선수에게 지지 않으려고 분석하고 죽도록 연습해서 그 이후 계속 이기고 있습니다. 그때 실력이 한번 업그레이드된 것 같습니다. 집중력이 뛰어난 것도 지금껏 부상이 적고 많은 승리를 챙긴 원인이라 생각합니다. 단점이라면 기술적인 보완이 더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발과 주먹 콤비네이션은 좋은데 아직 등타라고 유도의 업어치기 등과 비슷한 던지기 기술이 아직 좀 약해서 보완하려고 지속적으로 노력 중입니다."

-병역 문제는 어떻게 되나?

"현재 호원대 4학년이라 2월에 졸업합니다. 입영을 연기해뒀죠. 상무처럼 체육부대에서 우슈를 하는 곳이 없습니다. 내년에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따면 바로 해결이 됩니다. 그렇지 않으면 군대를 가야하는데…. 경력 단절이 되니까 지금까지 한 것이 아깝죠. 그래서 졸업하면 대학원에 입학해서 공부하면서 운동을 병행할까 생각합니다. 입대를 다시 연기해 그 기간에 세계대회를 비롯해 아시안게임에서 좋은 성적을 내야죠."

-앞으로 포부와 계획은?

"우슈는 올림픽 정식종목에 채택이 안 돼 최고의 자리는 아시안게임 금메달입니다. 국내 선수들 추격도 만만치 않고 아직 종주국 중국의 벽이 높아 갈 길이 멉니다. 중국은 선수들도 많고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노하우나 실력이 한 수 위죠. 부수적으로 판정에서도 중국 쪽에 유리하게 작용하기도 합니다. 죽도록 노력해서 실력을 키우는 방법 외에는 답이 없죠. 우선 국내에서는 매년 전국체전에서 금메달을 따서 연패 기록을 새롭게 추가해 나갈 계획입니다. 세계대회는 올해 대만 유니버시아드대회와 러시아 세계선수권대회가 있습니다. 금메달을 따야죠. 그다음 해에는 인도네시아에서 아시안게임이 열리잖아요. 거기서도 꼭 금메달을 목에 걸고 싶습니다. 그 이후는 아직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현재로서는 아시안게임이 제 인생의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전력을 다하려고요. 좋은 소식 전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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