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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 이장님]창녕 영산면 구계마을 최영봉 이장

귀촌인 모임 '정 나눔회'서 봉사, '구계목도의 날' 지정 계획 밝혀…노인 일자리 창출 마을기업 추진

이수경 기자 sglee@idomin.com 2017년 01월 18일 수요일

'노(No)를 모르고 예스(Yes)만 아는 사람'.

최영봉(53) 창녕군 영산면 구계마을 이장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이 말이 어울린다. 모든 일을 선택할 때 항상 긍정적이기에 주변 사람들은 이 말에 선뜻 수긍한다. 긍정적 마인드에 창의적이기까지 한 최 이장 덕에 구계마을은 항상 활기가 있다.

최 이장은 원래 부산이 고향이다. 1988년 양산농협에서 인공수정사로 일하던 그는 우연히 구계마을에 놀러 왔다가 꼬깔봉에서 내려다보이는 마을 모습에 반해 총각 시절 귀촌했다. 귀촌하고서 29년 동안 구계마을을 벗어난 적이 없다. 구계마을에 와서 결혼도 했고 현재 아내, 고 1, 중 2 딸 둘과 함께 살고 있다.

농업인이자 환경운동가로 활동 중인 최영봉 이장은 정부의 대농 정책을 꼬집으며 소농을 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수경 기자

그는 처음 귀촌했을 무렵엔 대추와 단감 농사를 지었다. IMF(외환위기) 지나고서는 자연송이버섯을 따서 수익을 얻고 있으며 재작년부터 표고버섯 농사도 짓고 있다. 농업이 계속 힘들어지는 환경이지만 그는 1996년부터 농업가로, 환경운동가(창녕환경운동연합 회원)로도 활동 중이다.

이장을 맡은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2008~2009년 2년간 이장을 했고, 7년 후인 2016년에 또다시 이장에 선출됐다. 이번 이장 선거에는 후보가 3명 나와서 경쟁이 치열했다. 또 구계마을 이장이 되려면 특이한 조건을 충족시켜야 한다. 이장은 절대 설거지를 하면 안 되고, 데모를 하면 안 된다.

"영산은 보수적입니다. 영산초등학교를 졸업하지 않으면 명함도 못 내밉니다. 2004년 농업경영인연합회장 할 때 16개 단체 대표로 활동하면서 지역 분들과 소통을 많이 했습니다."

최영봉(오른쪽 둘째) 이장이 창녕군장애인학부모회 열린학교에 참가해 율동을 하는 모습. /최영봉

구계마을엔 귀촌인이 많다. 구계마을 전체 127가구 중 귀촌가구가 61가구(집 짓고 사는 가구·주말농장 가구 포함)로 절반가량 된다. 당연히 원래 마을 주민과 귀촌인 사이에 갈등이 있게 마련이다. 하지만 구계마을 귀촌인들은 마을 주민과 정을 나누는 일들을 서슴없이 잘하고 있다. 최 이장은 그들의 일을 도와주고 격려하며 새로운 일을 기획하면 긍정적으로 이끄는 활력소이자 촉매제 역할을 한다.

귀촌인들은 5년 전부터 스스로 '정 나눔회(대표 정정희)'를 만들어 월 2회 마을 어르신들에게 무료 급식을 해오고 있다. 또 매주 월요일 오후 4시엔 마을 분리수거를 하고 있다.그는 구계마을을 살리고 재밌는 마을로 만드는 길은 돈이 문제가 아니라 사람 의지 문제라고 여긴다. 구계마을은 2005년 농촌개발사업 시범지역에 선정됐는데도 10년간 아무 성과 없이 실패했다. 그는 실패한 원인을 '사람'이라고 분석했다. 곧바로 농업가인 그의 견해가 농업정책 비판으로 쏟아져 나왔다.

"정부는 대농 정책을 펴고 있는데 저는 대농을 믿지 말고 소농(가족농)을 살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30년 전 농사 인건비가 3000원에서 지금 7만~12만 원까지 올랐는데, 농산물값은 그대롭니다. 농업정책을 쥐락펴락하는 5급 이상 공무원 대부분이 미국 유학파입니다. 농산물 가격은 정부가 아니라 농업인이 결정해야 합니다. 공산물 가격도 정부가 아니라 업체 사장이 정하지 않습니까."

'구계마을=재밌는 마을' 실천 방안 중 '구계목도'는 그가 올해 야심 차게 추진할 마을 행사다. 구계목도는 구계마을에서 벌목한 무거운 목재를 운반할 때 얽어맨 밧줄에 목도체를 꿰어 여러 명이 어깨에 메고 구령에 따라 보폭을 맞추어 나르던 노동 작업을 놀이로 재현한 것이다. 지난해 4월 구계목도를 전승하고자 구계목도보존회를 창립했고, 경상남도민속예술축제에서 금상도 받았다. 최 이장은 "올해부터 6월 첫째 주 일요일을 '구계목도의 날'로 지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영봉(맨 오른쪽) 이장이 봉사활동을 마치고 구계마을회관 앞에서 주민과 함께 찍은 기념사진. /최영봉

영산면에서 오지마을에 속하는 구계마을엔 초중고 학생이 8명인데 등교시간에 오는 버스가 없었다. 이 숙제는 지난해 군과 협의해 등교택시가 들어오게 하면서 풀렸다.

최 이장은 올해부터 어르신 일자리를 만드는 마을기업을 운영할 계획이다. 표고버섯 농사, 향토발효음식 만들기, 두부 만들기에 어르신들이 참여하게 하는 방안이다. 2월 첫째 주부터는 오전 10~12시에 토요장터를 열어볼까 한다.

"흥이 나야 재밌죠. 같이 모여야 격이 없어지고 정이 싹틉니다. 궁극적인 목표는 누가 와도 편하게 살 수 있는 곳으로 구계마을을 만드는 겁니다. 모든 사람이 더불어 살 수 있는 그런 세상. 육체적·정신적으로 힘든 약자를 정신이 맑고 육체가 건강한 강자가 보듬어 재밌게 상생하는 마을을 만드는 게 제 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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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