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왜 '국민 밉상' 됐나…성품·취향보다 절실한 건 변혁 의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대다수 국민의 감정은 한마디로 '쪽팔리다'인 것 같다. 측근 또는 지인의 탐욕·전횡에 휘둘렸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그를 방조하고 주도한 것으로 속속 드러나고 있다. 막강한 권력을 공공을 위해 썼다면 모르겠지만 '고작' 이름도 낯선 최순실이란 사람을 위해 그랬다니 허탈감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미용·외모에 지나치게 신경 쓰거나 과한 의전에 집착한 것도 도마 위다. 나라를 대표하는 대통령으로서 어느 정도는 이해될 수 있으나 세월호 참사 등 중차대한 순간까지 그랬다니 '국민 밉상' 낙인을 피할 길이 없다.

그뿐인가. 수많은 사람과 국정을 논해야 할 자리에서 '혼밥'(혼자 밥먹기)을 즐긴 것 또한 지탄 대상이다. 한 언론은 "혼밥 정치의 말로"라며 혼밥은 곧 불통과 같다고 했다. 또 다른 언론은 박 대통령의 '저급한 언어'를 문제 삼았다. 언어 전문가 말을 인용해 "TV 드라마에서 배웠을 법한 말" "조어 능력 결핍" "불필요한 말 늘이기" 등을 꼬집었다.

그가 누구든 대통령 개인의 성품이나 취향, 언어 능력, 사생활 등은 솔직히 기자의 관심 밖이었다. 지금이 무슨 왕조시대도 아니고, 어질고 사심 없고 서민적이고 세련되고 말 잘한다고 해서 나라를 잘 이끌 것 같지는 않기 때문이다. 좀 못되고 거칠고 이기적이면 어떤가. 대한민국의 실질적 지배자인 재벌과 맞서 싸우고 여론과 국정을 좌지우지하는 기득권층·부유층의 사회적 책임을 강제하는 게 '간악한 지혜'와 '사나운 의지' 없이 과연 가능할까?

박 대통령이 너무나 미운 나머지 특정 계층·취향에 대한 편견이 생기는 건 아닌지도 걱정이다. 내가 아는 '혼밥족'은 소통에 무능한 사람들이 아니다. 일방적이고 폭력적인 일상의 '과잉 소통'에 지쳐 잠시 잠깐 밥·술을 먹는 순간만이라도 평화를 원하는 사람들이다. 말하기·글쓰기 능력? 비문과 비속어로부터 자유로운 국민이 얼마나 될까? 말과 글을 뜻한 대로 완벽하게 전달할 수 있는 사람 대부분은 우리 사회 엘리트 계층 아닐까? 소위 일류대학 나온 사람, 번듯한 직업이 있는 사람, SNS 활동이 많은 사람, 이런 사람만이 정치의 주역일 수는 없다.

대선주자 중 한 명인 이재명 성남시장은 지난해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불거졌을 때 "근본도 알 수 없는 저잣거리 아녀자에게 권력을 넘겨줬다"고 해 논란을 일으켰다. '근본' '저잣거리' '아녀자' 모두 남성·상위계급·권력자 입장에서 누군가를 깔보고 비하하는 말에 다름 아니었다. 난 거꾸로 이렇게 주장하고 싶다. "근본 없는 저잣거리 아녀자, 남정네, 놈팡이"들에게 제발 권력을 넘겨달라고. 오늘도 '저잣거리'를 헤매고 있는 '배운 것도 가진 것도 빵빵한 집안 배경'(근본)도 없는 '이름 없는 약자들'이 떳떳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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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같은 대통령 되지 않기'가 다음 대통령의 과제는 아닐 것이다. 부디 가진 자들, 힘 있는 자들에게 굴복하지 않는 대통령이 되어주시라. 죽을 만큼 고통스러운 싸움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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