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완 명상수련 중 진행 맡은 '다다'…권위 내세우지 않고 사회 규범 실천

타이완에서의 명상수련 여행이 끝나고 귀국해서 인상 깊었던 기억을 골라보면 한둘이 아닐 것이다.

타이베이를 거점으로 해서 신주와 화롄, 이란현, 가오슝과 타이난, 타이둥 등지를 다니면서 만났던 풍경과 사람들. 수더분한 도시. 개발되지 않고 방치(?)된 온천들. 슬리퍼와 반소매 티셔츠로 지낼 수 있었던 기후. 단 하루도 거르지 않았던 하루 3시간의 집중 수련과 채소와 과일로만 차려진 완전한 식단. 어느 것 하나 쉽게 잊을 수 없는 것들이다.

더구나 연말에도 그랬지만 프로그램 마지막 날에 있었던 밤샘수련은 더 그렇다. 단 1초도 쉬지 않고 수십 명의 수련생이 자발적으로 연주하고 노래하고 춤추고 좌선하며 진행했던 밤샘수련은 14시간 정도 계속됐다. 이뿐인가. 배가 터지게 매일 맘껏 먹었던 열대성 과일도 잊을 수 없다. 정말 열 손가락이 모자랄 지경이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분명하게 말할 수 있다. 가장 인상적인 기억은 다른 것이라고. 보름 동안의 진행을 맡은 다다(이번 여행의 주관단체인 '아난다마르가(Ananda Marga)'의 출가 수행자)들의 헌신적인 일상이었다고.

그들은 프로그램의 진행뿐 아니라 음식도 챙겼고 설거지도 했다. 십여 명의 우리 일행은 한 번도 외식을 않고 직접 조리를 했기 때문에 장 보는 일도 그들이 맡았고 음식 보관과 운반도 그들이 맡았다. 강의도 한다.

어떤 날은 200여㎞를 자동차로 이동했는데 운전도 했다. 저녁 수련이 다 끝나고 식사까지 마치면 밤 10시가 넘는데 서너 명의 다다들은 한 번도 우리보다 일찍 잠자리에 들지 않았지만 우리보다 늦게 일어나는 법이 없었다. 새벽 4시쯤에 수련을 시작하는데 그전에 목욕을 마친다. 언제 주무시는지 알 수가 없다. 우리가 손님이어서가 아니다. 일상이 그렇다.

타이완의 아난다마르가 회원들('마르기'라 부른다)이 일손을 거들면 자연스럽게 수용할 뿐 다다들은 내가 봐 왔던 다른 단체의 지도자나 출가 수행자처럼 지위도, 권위도, 지시도 부리지 않았다.

청소와 빨래도 그들은 가리지 않았다. 오늘 새벽에는 어렴풋이 들리는 물소리에 잠을 깼는데 보니까 화장실에서 빨래를 하는 것이었다. 자기 옷은 자기가 빨아 입는다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그들은 자신들이 그렇게 하는 노동(?)에 대해서 특별한 의식 자체가 없다는 것이다. 숨 쉬듯 자연스러웠다. 마주치면 인사도 먼저 한다. 선수를 빼앗긴 우리가 당황하며 인사를 건네면 씩 웃는다. 지도자이면서 생활 스승들이다.

아난다마르가는 자아실현과 인류에의 봉사를 활동 목표로 삼는다. 소승과 대승을 동시에 추구하는 것이다. 자아실현과 인류에의 봉사를 구현하는 방편들도 아주 정교하고 종합적이다.

'야마'라고 하는 일종의 사회적 규범을 실천하지 않으면 아무리 철저한 수행도 모두 헛되다고 말할 정도로 사회적 실천을 강조한다. 사회적 실천 역시 '니야마'라고 하는 개인적 계율을 함께 지킬 때 의미가 있다고 하면서 철저한 도덕성을 요구한다. 사회활동에 열심이다 보면 일상을 제대로 못 챙기는 경우가 많은 법인데 이들은 일상 그 자체를 '인류에의 봉사'로 가는 출발점으로 삼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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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우리가 세계적인 이슈인 빈곤과 전쟁, 재난과 비참에 대해서는 쉽게 이야기하고 쉽게 참여할 수 있지만 밥 먹고 일 할 때 늘 만나는 곁에 있는 사람에 대한 봉사와 헌신을 가볍게 보거나 별개의 문제로 여기기도 한다. 순서나 생각, 방법을 놓고 아옹다옹 다툰다. 성경에서 예수가 말한 '이웃사랑'이 얼마나 힘든지를 날마다 경험하는 것이다. 누군가가 우스갯소리로 말했다는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한 미국의 조작된 정보에는 분개하면서도 잠은 잘 자지만 정작 잠을 못 이루는 분노는 이웃이나 형제간의 다툼"이라는 말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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