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경희 창원대 교수 강연…일본 성을 '상행위'로 인식, 감정적 접근 땐 갈등 증폭…전쟁 등 역학관계 고려해야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우리(한국)가 피해자, 일본이 가해자라고 보면 절대 해결할 수 없다."

일본군위안부할머니와함께하는마창진시민모임은 16일 오후 창원장애인자립생활센터 교육실에서 문경희 창원대 국제관계학과 교수를 초청해 '일본군 위안부 재현과 기억, 기념의 문제'를 주제로 강연을 했다.

문 교수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논쟁적인 이유를 '관점의 차이'로 설명했다.

그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한국 사람은 성 노예제로, 일본 사람은 성 상행위로 보기 때문에 한국은 법적 책임이 있다고, 일본은 도의적인 책임이 있다고 본다"며 "이 문제를 여성주의나 민족주의 맥락으로 보느냐에 따라 또 관점의 차이가 생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이중 재현'을 지적했다. 생존자 증언과 기억도 재현을 통해 알려지기 때문에 재현가의 시각과 방법이 개입한다는 것이다. 문 교수는 위안부 소녀상과 권윤덕 작가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심달연 할머니 증언을 토대로 만든 그림책 〈꽃할머니〉를 예로 들어 기억과 재현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갔다.

문경희 창원대 국제관계학과 교수가 '일본군 위안부 재현과 기억, 기념의 문제'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우보라 기자

그는 "위안부 소녀상은 일제에 짓밟힌 꽃다운 청춘의 모습을 재현하고 있다. 재현물이라는 것은 집합적인 정체성을 형성하기 때문에 위안부 소녀상은 우리의 분노를 일으키고 고통을 자극하는 것"이라며 "누가 어떤 목적을 위해 누구의 관점으로 어떤 과거를 기억하느냐에 따라 기억의 내용과 형식이 달라질 수 있다. 감정이 단순히 개인적인 차원에서 생성되고 머무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매개자와 매개물을 통해 사회적으로 전이됨과 동시에 감정이 정치적 행위성 형성에도 영향을 준다"고 설명했다.

문 교수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려면 민족주의적인 태도로만 접근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감정적으로 접근하면 갈등은 더 증폭되고 한계가 생긴다"며 "위안부 문제의 보편성과 특수성을 드러내기 위해서는 민족, 성, 계급, 국가, 전쟁 등 변수 간 역학관계를 고려해야 한다"고 일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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