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 프레스센터 사용 '차별' 정치적 사안 등엔 문 닫아
도청발 기자회견 건수 뚝 "도지사·기자들 공간 아냐"

요즘 경남도 기자회견장(프레스센터)이 사람들 '입길'에 오르내리고 있다. 경남도 공보관실에서 도정과 관련한 현안이 아니면 기자회견장을 사용하지 말라고 '안내'(?)하기 시작하면서부터다. 공보관실 쪽은 도청 기자단과 협의해 합리적인 방안을 찾았고, 정치 사안을 포함해 모든 기자회견을 굳이 도청 프레스센터에서 할 필요가 없다는 태도다. 하지만 시민들은 헌법에서 보장하는 언론자유 영역이므로 '기자회견을 할 수 있니, 없니' 할 문제가 아니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지난 16일 오전 11시 경남도의회 브리핑룸에서는 기자회견이 2건 잡혔다. 일본군 위안부 한·일합의 무효화 경남행동이 "반기문 전 유엔총장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과 국민에게 정중하게 사죄하고 몰염치한 대권 행보를 빨리 그만두라"라는 요지로 기자회견을 했고, 거창국제연극제 육성진흥회가 거창국제연극제 문화재단 설립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려고 했으나 취소됐다.

앞서 KR모터스 노동조합도 지난 11일 도청 프레스센터에서 일방적 공장 매각 철회 촉구 기자회견을 개최하려고 했으나, 공보관실에서 도정 현안이 아니라며 도의회 브리핑룸에서 하라고 안내해 경남도의회 브리핑룸으로 급히 옮겨야 했다. 백차근 KR모터스 노조 위원장은 "경남에서 일어난 노동 현안이, 노동자들의 생존권이 달린 현안이 경남 도정이 아니면 과연 무엇이 경남 도정이냐. 홍준표 지사에게 묻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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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남도청 프레스센터 입구./민병욱 기자

이미화 공보관실 보도지원계장은 "지난해 진보와 보수 가릴 것 없이 정치적 사안이 무척 많았다. 지난해 10~11월 두 달 동안 도청 기자실 간사단과도 협의해 도정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사안은 도청 프레스센터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며 "다만, 정치적 사안은 도의회 브리핑룸, 경찰 수사 문제는 경남지방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할 수 있도록 안내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계장은 또 "서울 등 다수 자치단체도 브리핑룸을 외부가 아닌 내부 브리핑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기자들과 협의했더라도 공보관실에서 기자회견장 사용 여부를 결정할 권한이나 규정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그런 건 없다. 공보관실에서 자체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본다"고 했다.

홍 지사에게 보고하거나 결재를 받았느냐는 물음에는 "보고할 사안이 안 된다"고 했다.

이처럼 공보관실이 도청 기자회견장 사용 문제에 끼어들면서 이른바 '도청발 기자회견' 건수가 줄고 있다. 공보관실에 확인한 결과, 2015년에는 기자회견 358건이 있었지만, 2016년에는 284건으로 74건 감소했다. 게다가 지난해 10월 말부터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라는 대형 정치 사안이 있었음에도 도 프레스센터에서 '정치 관련' 기자회견은 10월 3건, 11월 1건, 12월에는 한 건도 없었다. 단순 비교는 어렵겠지만 2015년 5건(10월), 11건(11월), 21건(12월)과 견줬을 때 큰 차이가 난다.

안차수 경남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홍 지사가 프레스센터를 도정을 잘 알려내기 위한 공간으로 판단하고 정치 사안 등을 배제할 수도 있다고 본다. 하지만 프레스센터는 홍 지사 개인 공간도, 기자들만의 공간도 아니다. 언론과 시민이 만나는 공론장"이라며 "경남 도정을 홍보하는 비용 안에는 도민들이 낸 세금이 들어가 있는 만큼 프레스센터를 공적 공간으로 활용해야 한다. 지금보다 문호를 더욱 넓게 개방하는 게 '협치' 개념에 맞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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