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이 주인이 되는 정권을 지향하겠다."

17일 오전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찾은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강조한 대목이다.

이날 반 전 총장의 봉하마을 방문은 특별한 의미가 있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이른바 '안방'격인 낙동강 벨트(부산·양산·김해)를 직접 찾았다는 점이다. 문 전 대표와 대권 경쟁구도를 이어가겠다는 의도가 짙다는 분석이다.

반 전 총장은 부인과 함께 노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한 데 이어 노 전 대통령이 잠든 너럭바위 앞에서 1분간 묵념을 올린 후 권양숙 여사가 있는 관저로 향했다.

반 전 총장은 방명록에 '따뜻한 가슴과 열정으로 사람 사는 사회를 구현하고자 헌신하신 노무현 대통령님께 무한한 경의를 표합니다. 대한민국의 발전을 위해 미력이나마 진력하겠습니다. 노 대통령님 대한민국의 발전을 굽어살펴주소서'라고 적었다.

관저에서 반 전 총장은 "(권 여사에게) 노 전 대통령께서 저를 유엔 사무총장으로 진출시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주셨다. 부시 대통령에게 직접 말씀도 해 주시고 그로부터 10년이 지나 이렇게 돌아와 인사를 드리니 감회가 더욱 깊다"고 소회를 말했다.

이에 권 여사는 "유엔으로 떠나신 게 엊그제 같은데, 성공적으로 임무를 마치고 돌아오신 것을 축하한다. 혹시 밖이 시끄럽지 않았느냐"며 반 전 총장 내외를 걱정하며 따뜻하게 감쌌다.

"총장님은 어떻게 그렇게 건강을 잘 유지하느냐"는 권 여사의 물음에 반 전 총장은 "유엔에서 10년간 강행군을 해 왔다. 뉴욕에서는 어려우면서도 한편으로는 편했는데, 한국에 오니 어려우면서도 어렵다"고 말해 배석자를 웃게 했다.

이어 권 여사는 "우리나라는 이래저래 복잡한 일이 산재해 있는 것 같다. 반 총장님은 우리나라에 귀중한 분이니 건강 유의하시길 바란다"고 했고, 반 전 총장은 "이제 귀국했으니 앞으로 권 여사님을 가까이 모시고 노 전 대통령의 유업도 기리도록 하겠다"고 화답했다.

담소를 마친 반 전 총장 일행과 권 여사는 함께 관저와 노 전 대통령 서재 등을 돌아봤다.

반 전 총장은 관저 입구에서 취재진과 만나 "노무현 대통령의 말씀과 리더십은 아직도 국민 가슴 깊이 남아 있다. 노무현 대통령 취임식 때 변혁과 통합, 개혁과 통합을 외치시던 모습이 기억에 생생하다. 노무현 대통령께서 정치교체를 해야 한다고 말씀하신 것도 가슴 깊이 남아 있다"며 "이제 우리는 국민이 주인이 되는 정치를 해야겠다고 생각한다. 어떤 정권을 잡기 위해 사생결단, 죽기 살기 식으로 정권만을 잡겠다는 이런 행태는 지양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반 전 총장은 "이제 국민은 노무현 대통령이 말한 공정한 사회, 반칙 없는 사회, 사람 사는 세상, 이런 걸 갈구하고 있다. 그런 면에서 이제 정치하는 분은 모든 마음을 가다듬고 국민의 (이런)소리를 진솔되게 경청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 전 총장은 "노 전 대통령 영전에 경의를 표하면서 이런 마음을 다시 한 번 깊이 새겼다. 앞으로 국민 여러분께서도 우리나라 정치가 민주주의 원칙과 규범에 맞는 방향으로 발전하도록 많은 지도를 바란다"는 당부의 말을 남기고 팽목항으로 향했다.

한편 이날 봉하마을에는 반 전 총장을 비난하는 피켓을 든 시민 20여 명이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반 전 총장이 노 전 대통령 묘역으로 향하는 길에서 '박근혜 시즌 2 반기문, 수첩공주 박근혜, 수첩왕자 반기문' 등의 구호를 외쳤다.

또 이들은 '배신자라 않겠다. 잘 왔다 반기문(경남노사모), 위안부 한일협정 찬성한 반기문을 규탄한다. 굴욕적 한일합의 환영한 반기문은 할머니 앞에 무릎 꿇고 사죄하라'는 내용이 담긴 피켓을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