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파가 닥친 여파로 촛불집회 참가자 수가 대폭 줄었다. 연일 새로운 뉴스를 쏟아내던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관련 보도도 많이 줄어들었다. 국민들이 일상으로 돌아가고 사회가 한 가지에 집중되지 않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인 흐름이다. 언제까지 거기에 매달릴 것이냐는 지적은 분초를 다투는 현대사의 흐름을 고려할 때 수긍이 가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아직 촛불로 격화된 국민이 얻어낸 것은 아무것도 없다. 박근혜 대통령은 국회에서 탄핵되었지만, 헌재에서도 시간 끌기를 하고 있고 특검 수사는 삼성이라는 거인 앞에서 망설이는 모습을 보였다.

현재의 상황은 누군가 이대로 끝나기를 바라는 시나리오대로 가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이다. 때마침 뉴스의 초점도 대권주자들로 집중되고 있다. 반기문 전 유엔총장은 개선장군처럼 요란하게 입국해 80년대로 돌아간 착각이 들게 하였으며, 야권 주자들도 전국을 누비며 얼굴을 알리고 있다. 그래서 촛불로 끓어 오른 민심은 대권주자들에게 멍석을 깔아주는 역할만 하고 말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설득력 있게 들리기도 한다. 촛불 민심은 대권주자들에게는 유감스러울지 모르나 그들을 포함한 정치권 전체에 대한 변화 요구도 들어 있다. 촛불 민심은 꺼지지 않았다. 시기에 따라 증감을 반복하였고 3개월 넘는 집회로 피로도가 쌓이긴 했지만 그것은 그야말로 잠복한 활화산이다. 헌재에서 대통령 탄핵이 기각되고 특검이 용두사미로 끝났을 때는 지금까지보다 더 크게 촛불이 요동칠 것이다. 다음 정권이 들어서더라도 시대 교체를 원하는 국민적 여망을 달성하지 못하면 또다시 촛불은 타오를 것이다.

촛불 민심을 좌파 책동으로 몰아가려는 시도도 미약하지만 나타나고 있다. 대통령은 억울하고 재벌은 스포츠 진흥을 위해 돈을 냈다는 것으로 몰아가려는 우파 논리가 힘을 얻으면 대한민국의 후퇴는 불가피하며 최순실 등 범죄인들만 유리하게 할 뿐이며 민주주의의 후퇴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예측불가능한 지경으로 몰아갈 수도 있다. 전 국민이 아직 긴장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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