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부품 제조 공장에 다니는 어머니가 지난달 30일 정년퇴직했다. 퇴직금 정산 후 2년 추가 연장 근로를 보장받은 어머니는 회사에 다닌 지 30년 만에 명예 과장으로 승진했다.

나는 "퇴직할 때 명예 과장 단 게 뭐가 그리 좋노" 하며 오히려 너무 늦은 승진 아니냐며 회사 욕을 했다. 그런 내게 어머니는 "나보다 입사가 늦은 데다 회식 다음날 지각하는 남자 사원들이 대리 되고 과장 되는 거 보면서 얼마나 부러웠는지 아느냐"며 정말 기뻐했다.

#취재차 만난 경남 도내 한 중견기업 여직원은 둘째 아이 임신으로 만삭인 데다 첫째 아이 방학이 겹쳤지만 2~3일 휴가를 내지 못해 발을 동동 굴렀다. 입사 후 13년 만에 대리 승진 물망에 올라 더욱 눈치가 보인다는 것이다. 승진을 앞둔 면담에서 회사 측은 "둘째 아이는 출산휴가 3개월만 사용할 수 있겠느냐"고 물었고 그는 "네"라고 답했다.

#또 도내 한 언론사 이사는 사석에서 "이 기자가 앞에 있어 미안하지만 우리 사는 이제는 여기자는 안 뽑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사용 불편함이 이유일 테다.

일하는 여성은 많아졌지만 곳곳에서 만나는 직장인 여성의 처우는 30년 전과 다를 게 없어 보인다.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양립지원에관한 법률'이 일과 가정의 양립을 지원하는 모양새지만 이 또한 사측이 '노력해야 한다'고 명시함으로써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놨다.

사회 구성원의 배려 없이 여성의 일과 가정의 양립이 가능하겠는가. 어머니가 다니는 회사 대표, 중견기업 사장, 언론사 이사도 다 가정이 있는 남자로 그들의 사고와 행동 방식이 그러한데, 내 집안의 남자인들 다를 게 있을까?

아직 갈 길이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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