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착공 목매고 있으나 오리무중…진정성 없는 정략적 판단만 득세

'남부내륙철도'라는 게 아직 존재하지 않을뿐더러, 건설될지 말지도 결정되지 않은 마당에 '흑역사'라고 제목 붙이는 게 마뜩잖을 수 있겠다. 더욱이 최근 홍준표 지사는 물론이고 도내 몇몇 자치단체장들이 마치 남부내륙철도만 놓이면 경남이 신천지가 될 것처럼 목소리를 높이는 때라 조심스럽기도 하다.

무릇 모든 대형 토목공사라는 게 정치인들이 전가의 보도처럼 내놓는 득표활동의 비기라는 걸 감안한다면 '남부내륙철도 찬양론'이 이해되지 않는 바는 아니다. 5조 7000억 원이나 투입되는 공사이니, 이만큼 든든한 득표 보증수표가 또 어디 있겠는가.

남부내륙철도는 '김천∼거제' 구간을 말하는데, 경남지역 통과 예정지로는 합천, 의령, 진주, 고성, 사천, 통영, 거제 등이 거론된다. 역이 많고 정차를 자주 하면 그 경제성이 떨어지는 법이기에, 경북 쪽에서는 합천이나 의령 등을 제외하고 농공단지가 밀집해 있고 해인사와도 가까운 고령에 중심 역사가 건설돼야 한다는 주장이 흘러나오고 있다.

뿐만 아니다. 과연 '김천∼거제' 노선이 얼마나 경남에 큰 호재로 작용할 수 있느냐는 근본적인 의문도 수없이 표출됐다. 진주 지역 김재경 의원은 '대전∼진주' 직통 노선을 거쳐 거제로 빠져야 명실상부한 남부내륙 철도의 위상을 갖출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김천∼진주' 노선은 시간 단축 효과도 없을뿐더러, 김천에 모든 산업적 혜택을 뺏길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각설하고, 아무튼 지금은 거의 모든 정치인들이 '남부내륙철도 조기착공'에 목을 매고 있다. 그러나 남부내륙철도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남부내륙철도 건설 당위성을 역설하는 정치인 중에는 1966년 박정희 전 대통령이 '김삼선(김천∼삼천포)' 개통식에 참석했다는 사실을 적극 홍보하고 있다. 아니나 다를까 지난 2015년 박근혜 대통령이 창조경제혁신센터 개소식 참석차 경남을 방문했을 때, 홍준표 지사는 박 대통령을 향해 부친이 못다 이룬 대역사의 마침표를 찍어야 할 때라며 '박비어천가'를 읊조린 적도 있다.

국정농단 사태의 핵심 인물 중 하나인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수석이 경제수석이었던 2014년 11월께였던 것 같다. 당시 여상규(사천·남해·하동)·김한표(거제)·이철우(김천) 의원 등이 국회에서 개최한 '남부내륙철도 긴급 간담회'에 모습을 드러낸 안 전 수석은 국회의원들의 강권에도 인사말을 극구 사양했다. 취재진이 있는 자리에서 청와대 입장을 함부로 말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당시 안 전 수석 모습을 보면서 커다란 미끼를 든 권력자의 '국책사업 농단'이라는 느낌을 받은 건, 결과적으로 심한 '오버'가 아니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임채민 기자.jpg

국가 대계에 대한 진지한 검토와 논의가 빠진 채 정략적 판단만이 득세하고 정치인들의 공적쌓기 놀음이 판치는 한, 그 어떤 진정성도 끼어들 여지는 없다. 남부내륙철도 논의에 진정성이 빠져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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