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주인이다]부조리에 맞서다 (3) 보건의료노조 진주의료원지부 박석용 지부장
정권교체 국면 희망 거는 진주의료원 재개원 투쟁
"공공병원만 들어선다면 꼭 진주 아니어도 성공"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진주의료원지부 투쟁이 1400일을 넘어섰다. 투쟁의 시간은 더디 갔고, 고통이 뒤따랐다. 현재 남아 있는 조합원은 24명. 이들은 지금까지도 '강성노조' '귀족노조'라는 주홍글씨를 벗으려고 안간힘을 쏟고 있다.

"홍준표 경남도지사라는 인물의 발언 하나가 지닌 힘이 컸다. 언론이 그의 말을 보도하면 우리는 해명하기에 급급했다." 이들에게 쓰인 '강성노조' '귀족노조' 프레임은 치명적이었다.

박석용(49) 지부장은 "진실을 말해도 전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진주의료원 직원들은 2008~2013년 6년간 임금이 동결됐다. 임금 체불로 생계는 파탄 지경에 이르렀다. 2012년 말 체불 임금만 29억 7900만 원이었다. 토요일 무급근무 등을 하면서 진주의료원 경영을 정상화하려는 이들의 노력은 결국 물거품이 됐다.

"한 달 월급이 밀렸을 때 누나에게 200만 원을 빌렸다. 20일 뒤에 월급이 나오면 갚았다. 그 뒤에는 월급이 45일 만에 나오니까 빌린 돈 두 달 치가 밀렸다. 결국 가족에게도 거짓말쟁이가 돼 버렸다. 신용불량자가 된 직원도 있었다. 강성노조가 임금을 밀려 받을 수가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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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건의료노조 진주의료원지부 박석용 지부장은 "정권이 교체되고 도지사 또한 바뀐다면 진주의료원 재개원에도 희망이 있다"고 말한다. /최환석 기자

진주의료원 폐업은 반면교사가 됐다. 공공보건의료사업 수행으로 발생하는 공익적 적자를 보전하는 제도 개선이 추진됐고, 제2의 진주의료원 사태가 벌어지지 않도록 하려는 공공의료 강화운동이 확산했다.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를 계기로 지역거점 공공병원 역할은 더욱 강조됐다.

도는 '적자'와 '부채'를 근거로 진주의료원 폐업을 강행했다. 하지만 공공병원이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때 발생하는 적자는 '착한 적자' '건강한 적자'로 인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특히 노조는 진주의료원 적자에 대해 실제 자본금을 잠식하는 적자가 아닌, 장부상 적자에 불과한 감가상각비를 제외하면 우려할 수준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진주의료원 폐업으로 발생한 서부경남 의료 사각지대도 과제로 남았다. 박 지부장은 "보건소는 1차 역할을 하고, 이와 연계한 거점병원이 필요하다. 메르스, 신종플루 등 문제가 발생했을 때 공공병원이 빛을 발한다는 사실을 이미 목격했다. 의료원이 그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도 모자랄 상황에 폐업을 결정했다"며 아쉬워했다.

노조에 최근 발생한 비선 실세 국정농단 사태는 오히려 희망적이다. 박 지부장은 "정권이 교체되고, 도지사 또한 바뀐다면 우리에게도 희망이 있다"며 "그래서 이번 국정농단 사태 이후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서부경남 공공병원 설립 도민운동본부가 꾸려진 것도 진주의료원지부 혼자서는 모든 일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였다. 진주의료원이 있던 자리에 경남도청 서부청사가 들어선 상황이기에 '진주의료원 재개원'이라는 말은 자칫 허공에 메아리일 수도 있다.

박 지부장은 "진주의료원 재개원이란 외침이 도민에게는 대안 없는 이야기처럼 들릴 수 있다. 이 때문에 도민운동본부를 꾸려 새로운 방안을 모색하려는 것"이라며 "여건은 만들어진 상태고 우리 삶에서 공공의료가 얼마나 필요한지 알리는 일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부경남에 의료원이 들어선다면 그 이름은 진주의료원이 아니어도 좋다는 것이 박 지부장 생각이다. 진주가 아니라도 서부경남 의료 사각지대를 없앨 공공병원만 들어선다면 투쟁은 성공이다. 박 지부장은 "재개원만 된다면 '귀족노조'라는 낙인에서 벗어날 수 있다. 잘못한 것도 없는데 평생 한을 안고 살 수는 없다. 우리는 꼭 누명을 벗고 싶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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