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팀 '즐거움·따뜻함'선물

영하의 추위도, 관객이 없어도 그들의 버스킹(길거리 라이브) 열정을 막지 못했다.

13일 오동동 문화광장에서는 올해 두 번째 '내가 창원 버스킹(KING)이다' 공연이 열렸다. 공연자들은 모두 핫팩으로 손을 녹여가며 기타를 치고 악기를 연주했다.

보컬들도 두꺼운 외투에 목도리를 둘러 목을 보호한 모양새였다. 추위 때문인지, 아직은 입소문이 나지 않은 탓인지 관객은 거의 없었지만 버스커들 표정만큼은 행복했다.

공연 시작 두 시간 전인 오후 6시부터 관계자들은 분주히 움직였다. 이번에는 조금 더 많은 관객이 찾을 수 있도록 지난 6일 공연 때보다 무대를 더 바깥쪽으로 옮겨 설치했다.

'웁스밴드'

조명과 음향을 확인한 데 이어 이날 무대에 서는 '그럴듯한 밴드', '어클락', '웁스밴드'도 예행연습과 악기 조율을 마쳤다.

오후 8시 드디어 공연은 시작됐다. 그러나 여전히 관객들은 없었다. 스마트폰 날씨 애플리케이션 확인 결과 영하 1도. 그럴듯한 밴드가 이지형의 '산책'을 완곡할 때까지도 주변을 거닐던 사람들 발길을 잡지 못했다. 두 번째 곡이 시작돼서야 겨우 한 행인이 버스킹 현장에 멈춰 섰다. 그는 "장갑을 끼고 공연을 해야지 추워서 되겠나"며 걱정해줬다.

두 번째 공연자가 나서기까지 여전히 창동 빛의 거리 주변은 조용했다. 가끔 오가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잠시 사진만 찍고 지나갈 뿐이었다.

'그럴듯한 밴드'

두 번째 공연자로 나선 '어클락'의 관객은 첫 번째 무대를 마친 '그럴듯한 밴드'의 몫이었다. 그나마 어클락의 첫 곡이 끝났을 때 관객들이 조금씩 모이기 시작했다. 4~5명의 아주머니가 아들, 딸 같은 버스커들에게 "열심히 하세요"라고 응원했고 공연팀들은 "감사합니다"라고 답했다. 관객이 모이면서 버스킹의 매력 중 하나인 소통이 이뤄지는 모습이었다.

덕분에 공연팀들은 조금씩 활기를 찾아가는 듯 보였다.

추위를 견디며 버스킹을 이어가던 어클락은 "신나는 노래니 함께해주세요"라며 호응을 이끌어냈다. 10명 남짓한 관객들은 모두 "하~", "호~"하며 반응했다.

프러포즈 이벤트

세 번째 무대엔 특별한 이벤트가 함께했다. 오는 4월에 결혼 예정인 예비신랑이 신부에게 프러포즈하는 무대가 공연 중간에 마련됐다. 이는 문화광장에 설치된 미디어글라스가 있기에 가능했다.

창원시는 미디어글라스를 이용해 '사랑의 프러포즈', '사랑 전하기' 등 이벤트를 진행 중인데 예비신랑이 직접 사연을 보내온 것이다.

예비신랑은 코트 속에 숨겨둔 마이크를 꺼내 신부에게 에코의 '행복한 나를' 2절을 부르며 고백했다. 버스커들도 프러포즈를 지켜보며 축하했다.

'어클락'

공연에 나섰던 어클락 밴드 리더 황호진(22·창신대 실용음악과) 씨는 "버스킹을 하며 음악을 경험하고 배울 수 있어야 하는데 공연장이 부족한 게 현실이었다. 야외지만 공연을 할 수 있어 즐겁다"고 말했다. 또 "창원시의 공연 시설은 대부분 대공연장 위주여서 우리가 설 자리가 없는데 오동동에는 악기만 들고와서 공연할 수 있게 돼 너무 즐겁다"고 말했다.

창원시 문화정책과 김경화 팀장은 "자생력을 갖춘 버스커에게 살길을 열어주는 것이 1차적 목표고 생활 속에서 모두가 예술을 즐기는 것이 문화예술특별시가 가야 하는 방향이라 본다"면서 "앞으로는 실내공간도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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