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트럼프 방위비 분담금 증액 요구에 대응 자료 작성
이명박 시절 13조 원…박근혜 정부 19조 원으로 급증

36조 원이랍니다. 지난 10년간 우리나라가 사들인 미국산 무깃값입니다. 금액으로만 봐도 한국은 미국의 초우량 고객입니다. 하지만, 그만큼의 대접도 받지 못하는 이른바 '호갱(이용만 당하는 고객)'은 아닐는지요. 그동안 무기 구매가 미국에 편중됐다는 비판이 일었지만, 이렇게 적나라한 액수가 드러난 적은 없는 듯합니다. 구체적으로 이명박 정부가 13조 9644억 원어치의 미국 무기를 사들였습니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는 아직 임기가 끝나지 않았음에도 이미 18조 5539억 원어치를 구매했습니다. 이런 내용이 밝혀진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덕분입니다. 그는 공공연하게 미군 주둔 국가가 주둔 비용을 더 내야 한다고 밝혀왔습니다. 이에 우리 정부는 '우리가 그동안 이만큼이나 돈을 많이 써 왔다'는 논리로 대응하려고 미국산 무기 구매액 집계 자료를 준비한 모양입니다. 정부가 스스로 밝혔듯 가히 미국 동맹국 중 최대 수준의 지출이라 하겠습니다. /편집자 주

◇10년간 미국산 무기 구입비 36조

우리나라가 지난 10여 년간 미국에서 36조 원이 넘는 무기를 구매한 것으로 집계됐다.

또 미군 단일기지로는 세계 최대 규모인 평택 미군기지를 조성하는 데 8조 9000억 원을 부담하고, 미군이 주둔하는 국가에서 유일한 '카투사' 운영에도 지난 3년간 264억 원이 투입됐다.

우리 정부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신행정부에서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요구해오면 "미국에 할 만큼 하고 있다"면서 이런 비용 규모를 주요한 대응논리로 제시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5년 6·15공동선언실천경남본부와 경남진보연합은 경남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미군의 국내 탄저균 반입에 대해 오바마 미국 대통령 사과와 불평등한 한·미 소파(주한미군지위협정) 개정을 촉구했다. /경남도민일보 DB

15일 국방부와 방위사업청 등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방사청이 개청한 2006년부터 지난해 10월까지 미국에서 36조 360억 원어치의 무기를 구매했다. 이는 지난해 전체 국방예산(38조 원)에 육박하는 규모이다. 방사청의 한 관계자는 "미국 다음으로 많이 구매한 국가는 통계조차 내기 미미한 수준"이라며 "사실상 무기 대부분을 미국에서 구매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미국산 무기는 정부간 거래 방식이나 마찬가지인 정부보증대외군사판매(FMS) 방식으로 26조 9621억 원어치를, 업체와 상업구매로 9조 739억 원어치를 각각 조달했다.

FMS 방식의 구매가 대부분을 차지한 것은 무기 판매에 '한미동맹'이란 특수한 관계를 이용한 미국 정부의 입김이 상당히 작용한 결과라고 전문가들은 해석했다.

주요 연도별로 보면 방사청이 문을 연 2006년 2조 568억 원,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2008년 9조 2086억 원, 박근혜 정부 첫해인 2013년 2조 8548억 원, 2014년 8조 6078억 원, 2015년 6조 6799억 원, 지난해 10월까지 4114억 원 등이다.

이명박 정부 때는 13조 9644억 원어치였으나 박근혜 정부 들어서는 18조 5539억 원으로 미국산 무기 구매액이 급증했다. 7조 4000억 원대의 F-35A 전투기 40대와 1조 3000억 원대의 글로벌호크 4대 도입, 1조 7000억 원 규모의 KF-16 134대의 성능개량 등 현재 진행되는 대형 무기사업과 관련해서도 10조 원이 넘는 돈이 미국에 지급될 예정이다.

또 평택 미군기지를 조성하는 데 우리 측은 8조 9000억 원을 부담한다. 총 17조 1000억 원이 소요되는 평택기지 조성에 미국 측은 용산기지와 2사단 이전 등으로 8조 2000억 원을 부담한다. 올해 말까지 공사가 마무리될 평택기지 1467만 7000㎡(444만여 평)에는 513동(미측 287동, 한측 226동)의 건물이 들어선다. 외국에 있는 미군기지를 포함해 단일기지로는 세계 최대 규모다.

미군이 주둔하는 국가 가운데 한국에서만 운영하는 '카투사'에도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고 있다. 카투사는 주한미군 부대에서 미군들과 함께 임무를 수행하는 한국군을 말한다.

2013년 80억 원, 2014년 86억 원, 2015년 98억 원 등 국방비에서 충당하는 카투사 운용예산은 해마다 증액되고 있다. 국방부가 3년 예산밖에 공개하지 않았지만, 지난해에는 100억 원을 돌파했을 것으로 추산된다.

국방부의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가 한미 연합방위태세 유지를 위해 지난해 9441억 원 규모의 방위비 분담금을 냈다"면서 "여기에다 미국산 무기 대량구매와 카투사 운영, 평택기지 조성 등 간접적인 예산까지 합하면 한미동맹에 기여하는 안보비용 부담 규모가 미국 동맹국 중 최상위권에 들어간다"고 말했다.

지난 2006년 미군기지 건설 예정지인 경기도 평택 대추리에서 국방부의 강제집행으로 인해 주민 수백 명이 경찰에 강제진압된 뒤 대추분교가 포클레인에 의해 산산이 부서지자 이를 지켜보던 한 주민이 오열하고 있다. /오마이뉴스

◇정부, 미 안보분담 압박에 '지출장부' 보여주며 설득기로

정부는 오는 20일 출범하는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주한미군 주둔 비용을 더 부담해야 한다고 요구하면 객관적 수치가 기록된 '방위비 지출 장부'를 꺼내 보여주며 적극적으로 대응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미 국방장관 내정자인 제임스 매티스는 12일(현지시간) 국회 청문회에서 '한국과 일본이 방위비 분담금을 추가 부담하지 않으면 미군이 철수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미국은 동맹 및 파트너들과 함께할 때 더 강하다"면서 "마찬가지로 우리 동맹과 파트너들도 그들의 의무를 인정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미군 철수에 대해선 부정적인 인식을 내비치면서 동시에 방위비 분담금 증액의 필요성을 제기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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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방위비 분담금 비율이나 GDP 대비 국방비 비율이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이다. 또한 카투사(주한미군 배속 한국군) 운영비와 미국산 무기 구매비 등까지 고려하면 이미 지갑을 충분히 열고 있다고 보고 있다.

주한미군 주둔 비용은 아니지만, 미국으로부터 막대한 규모의 무기를 수입하고 있다는 점도 트럼프 행정부를 설득하는 중요한 근거자료가 될 수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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