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괴암(魁巖) 김주석(1927~1993) 선생을 추모하는 기념사업회가 창립했다. 창원시 창동예술촌에서 열린 창립총회에는 유족, 제자, 작가 등 70여 명이 참석했다. 따스하고 인자했다는 김 선생을 기억하는 이들은 저마다 선생과 관련한 추억담을 이야기했다.

선생은 진해에서 태어나 진해, 마산 등에서 미술교사로 활동했고, 지역 예술가들과 교류했다. 미술단체인 '흑마회'를 만들기도 했다. 여기에다 항일 운동 경력도 조명됐다. 그런데 선생이 고교시절 항일결사대 '학우동인회'를 조직해 활동하다 헌병대에 붙잡혀 모진 고문을 당한 사실에 대해 아는 이들은 적었다. 지난해 6월 <경남도민일보>에 선생이 겪은 고문 등이 담긴 기록과 스케치가 공개됐는데, 창립총회 참석자들 대부분은 그렇게 인자하던 얼굴에 그런 경험이 있을 줄은 몰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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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립총회 이튿날 괴암 김주석기념관을 찾았다. 선생이 살았던 주택을 갤러리로 꾸몄다고 해서다. 주택 2층에 선생 작품이 걸렸다. 생전에 선생이 쓰던 화실이었다고 했다. 유족 안내로 1층에 가보고서 깜짝 놀랐다. 선생이 기록한 메모가 가득했다. 날짜별로 일지로 묶어둔 메모 속에는 선생이 쓴 글, 그림 등이 빽빽하게 적혀있었다. 따님은 "그림을 그리고, 기록하는 게 일이었다"고 아버지를 회상했다. 병환이 깊을 때도 누군가 선생을 만나고 가면 만나서 무슨 얘기를 했다고 적어뒀다고. 메모할 곳이 마땅치 않을 때는 문 위에다 기록을 해두기도 할 정도였다고. 기념사업회 측도 꼼꼼하게 남겨둔 기록이 아니었다면, 선생의 활동을 제대로 알 수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성실한 기록이 개인뿐만 아니라 지역사 등을 이해하는 귀중한 자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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