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주인 국민 속인 고약한 정치꾼…개헌은 촛불민심 대변 '시민의회'로 해야

고양이한테 생선가게를 맡기면 어떤 결과가 생길지 모르는 사람은 별로 없다. 처음에는 고양이가 생선 한두 마리만 훔쳐 먹을 테고 가게 안의 대부분 생선은 아직 남아 있을 것이다. 이런 상태로 시간이 계속되면 고양이는 조금씩 다른 행동을 할 것이다. 훔친 생선을 다 먹지도 않고 계속 훔쳐 내어 은밀한 곳에 숨길 것이다. 훔쳐 낸 생선은 대부분 썩거나 눈치를 챈 고양이들이 다시 훔쳐먹게 될 것이다. 가게 주인은 사람이 본디 참 좋아서 고양이를 그대로 두거나, 아니면 고양이가 주인보다 훨씬 똑똑하여 주인을 속이건, 주인이 아주 멍청해서 뭐가 뭔지를 모르는 것이거나 그럴 것이다. 더 고약한 것은 고양이가 다른 고양이들을 불러오거나 다른 고양이들이 스스로 알아서 그 생선가게를 털어먹게 되는 사태다. 고양이들은 생선 가게 주인이 가게를 다른 업종으로 바꾸거나 생선을 지키는 경비수단을 찾지 못하도록 철저하게 주인을 속일 것이다.

여기서 고양이는 정치꾼이고, 생선 가게 주인은 대한민국 국민이다. 정치꾼을 정확하게 말하면 국회의원이고, 시·도의회 의원이고, 관료주의 구성원들이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70여 년이 지나도록 그랬다. 우리나라 헌법이 그런 일들이 일상으로 유지되게 돼 있는 것은 아니고 단지 악용됐다는 논리를 펴는 학자도 있다. 그 학자에게 묻는다. 왜 악용되었으며, 악용한 것이 국민인가 아니면 국회의원이었는가?

우리는 헌법을 고쳐야 한다는 문제를 계속 얘기하고 있다. 대한민국 헌법 1조 2항은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규정이 과연 살아있는 사실인가 아닌가 하는 논의가 시작되었다. 이 규정은 추상적이고, 선언적이다. 고작 대통령 뽑고 국회의원이나 지방의회 의원 뽑는데 국한된, 그것으로 수명이 끝나는 권력이었다. 이 권력이 생선이고, 국민은 생선 가게 주인이고, 국회의원은 고양이다. 우리나라 선거구는 소선거구다. 국민이 행사한 주권 즉, 찬성이나 지지 투표 숫자가 한 표라도 많기만 하면 대통령·국회의원에 당선되도록 한 이론이 대의제 정치제도다. 한 표가 모자라서 떨어진 사람을 대변하는 제도는 따로 없다. 헌법 개정의 필요성이 가장 절실한 부분이다. 주권을 통해 국민 자신을 표현하고, 그 표현을 통해 정치제도를 구체적으로 만들고, 감시하고, 견제와 처벌이 가능하도록 할 것인지를 정한 법률이나 제도는 존재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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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겨울 내내 우리가 보고, 느끼고,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는 것은 '촛불'의 모든 것이다. 대통령 탄핵 이후의 아득한 정치일정이 고양이들을 위한 개헌론에 휘말리지 않아야 한다. 그 방법이 '시민의회'를 구성하는 일이다. 지금 서둘러 해야 할 일은 학계·시민단체·국회가 모여서 '시민의회법'을 마련하여 국회로 하여금 통과시키도록 하는 것이다. 그 법에 따라 개헌이 이뤄져야 한다. 결코 고양이들한테 개헌을 맡기면 우리나라는 역사상 가장 비극적인 미래를 맞게 될 것이다. 차라리 고양이들을 모두 없애버리든지, 국민 모두가 고양이가 되는 것이 더 좋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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