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기기·화학물질 둘러싸인 일상 태아·영유아 뇌에 치명적 영향…'환경 오염 = 자신 오염' 인식 필요

눈을 뜨자마자 머리맡에 놓인 스마트폰을 들어 시간을 확인한다.

밤새 와이파이 공유기 불빛은 반짝였다. 공기청정기는 발 아래서 밤새 자장가처럼 '윙윙' 돌아갔다.

정수기 버튼을 눌러 받은 물 한잔을 마시며 하루를 시작한다.

고쇼 히로에의 <오염의 습격>(황명섭 옮김)은 편리함과 안락함으로 꾸려졌다 생각했던 일상을 환기한다.

우리는 이미 가습기 살균제 충격이 채 가시기 전에 정수기, 공기청정기 유해 논란, 그리고 발암물질 치약 등 온갖 감언이설로 일상에 엄습한 유해물질을 경험했다.

그럼에도 우리는 편리함에 숨어 애써 외면하고 보이지 않는다며 쉬 잊어버린다.

논픽션 작가 겸 편집자로 활동하며 주로 식품, 여성, 환경 문제 등의 서적을 집필해 온 저자는 아기 머리 옆에서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젊은 엄마들에게 그 위험성을 알기 쉽게 전달하려고 이 책을 집필했다고 전한다.

이와 함께 합성세제, 방향제, 애완동물용 살충제 등에 포함된 화학물질이 우리 몸에 끼치는 치명적인 위험성에 대해 경고한다.

우리는 매일 휴대전화와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네오니코티노이드 농약(신경 전달을 방해하는 농약, 꿀벌이 사라지는 원인이기도 하다)에 오염된 식품을 섭취한다.

그 밖에도 우리는 합성세제와 유연제, 방향제, 향료 등이 포함된 화학물질에 일상적으로 노출되어 있다. 유전자조작(GMO) 식품 역시 자신도 모르게 대량으로 섭취하고 있다.

"우리가 생활하는 공간에 전자방사선은 보이지 않는 스모그처럼 퍼져있고, 해마다 농도가 짙어진다. 근래에는 마이크로파로 불리는 전자방사선이 급속히 늘고 있고, 마이크로파를 방출하는 물체도 집안과 거리 곳곳에 설치되어 있다. 그리고 실내에는 휴대전화와 스마트폰, 와이파이, 무선 랜 라우터, 무선게임기, 부속 전화기가 딸린 무선전화기와 무선인터넷 등이 있다."(117쪽)

복합오염에 노출된 생활공간은 태아와 영유아의 뇌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

"일본 정부는 전자방사선으로부터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그 어떤 경고나 권고도 사회에 내보낸 적이 없다. 그러나 세상에는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하는 나라가 많이 있다. 2013년 2월 벨기에 정부는 7세 이하 어린이에게 휴대전화 판매를 금지했다. 동시에 14세 이하의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휴대전화 광고와 TV선전도 금지했다." (7쪽)

일본이라는 단어를 대한민국으로 치환해도 별 무리가 없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전자방사선의 긍정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부정적인 면에도 관심을 두길 바란다고 전한다.

<오염의 습격> 고쇼 히로에 지음

국가가 안전을 책임져 주지 않는다면 우리의 안전은 우리가 직접 챙겨야 한다.

이 서글픈 명제 속에 이 책은 좋은 지침서가 될 것 같다.

복잡한 복합오염의 '습격'에 대처하려면 우선 전자방사선과 네오니코티노이드 농약, 향료 등 오염물질의 실태를 알아야 한다.

그리고 때론 이러한 환경에 저항해야 한다. 이 책은 모두 11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 장은 개별적으로 구성되어 있어 흥미 있는 장부터 무작위로 읽어도 상관없다.

오염의 습격에 대처하는 기본적인 자세는 뜻밖에 간단하다. 화학물질을 멀리하는 단순한 생활과 함께 화학물질을 체내에 들이지 않는 것이다.

"일상의 생활을 단순히 한다. 이것이야말로 질병을 막고 또한 경제적이기도 하다. 화학물질로 환경을 오염하는 것 = 자신을 오염하는 행위로 인식한다." (252쪽)

427쪽, 상상채널, 1만 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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