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공공비축미 우선지급금을 환수하기로 했다. 농정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농민들은 정부가 제대로 대책을 세우지 않아서 이 같은 사태가 터졌다며 환수 거부 투쟁에 나서기로 했다. 농민들은 추가로 더 받을 것을 기대했다가 거꾸로 내놓아야 하는 것도 마음 상하지만 뚜렷한 대책은 없이 시장가격만으로 쌀값을 결정하는 것에 더 분노할 수밖에 없다.

우선지급금은 정부가 시중의 쌀값을 안정시킬 목적으로 수확기에 농가로부터 공공비축미나 시장격리곡을 매입하면서 8월 시점 임시가격을 기준으로 미리 지급하는 대금이다. 연말에 최종 가격이 정해지면 농가에 차액을 추가로 주거나 환수하는 것이다. 우선지급금을 정부가 돌려받는 것은 2005년 이 제도가 시행된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농민들 처지에서는 해마다 그래 왔듯이 올해도 차액분을 더 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다. 그것은 타당한 기대이다. 쌀값은 산업화 이후 수십 년 동안 정부 통제 아래 있었다. 시장안정에 커다란 이바지를 했지만 그 피해는 고스란히 생산 농민이 지는 구조였다. 쌀 소비가 급격히 줄면서 쌀이 천덕꾸러기가 되었지만 보상 차원에서라도 정부가 생산비 이상의 쌀값을 보장하라는 농민들 요구는 당연하다.

이번 농민 반발은 정부가 지나치게 시장 가격만 반영한 것 때문에 발생했다. 농업의 근간이라 할 벼농사의 가치는 그만두고라도 시장을 안정화시키고 생산비를 고려해주는 정책부터 먼저 내놓았어야 한다. 수입쌀 문제도 더는 그대로 존속시킬 수가 없다. 농민들이 북한에라도 쌀을 주라고 하는 뜻을 새겨 보아야 한다. 이대로 가격 폭락이 지속하면 벼농사는 몇 년 못 가서 무너지고 만다. 그것이 정부가 의도하는 것이 아니라면 직접 지불금 확대 등 현실적인 보상 대책부터 내놓아야 정상적인 정부이다. 부려 먹고 필요 없으면 버리는 행태와 다름없는 정책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농민 반발만 확산할 뿐이다. 농민들 처지에서는 이번 정부 조치는 그야말로 쓰린 속 더 쓰리게 하는 것과 다름 없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돈 계산이 아니라 쌀농사를 보존할 대책 마련이다. 아무리 소비가 줄어도 쌀은 앞으로도 국민의 주식이다. 농업정책의 근본적 인식전환부터 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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