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경남도지사 주민소환을 위한 서명부 작성 작업에 나섰다가 구속된 학부모 두 명은 따지고 보면 주권의식이 강한 선량한 시민 중의 한 사람일 따름이다. 그들은 학교 무상급식을 중단시킨 홍 지사를 주민 이름으로 불러내서 책임을 물을 작정으로 서명운동을 벌이던 도중 일부 명단을 소환 서명부에 옮겨적는 과오를 범했다가 구속되는 화를 당했다. 시민이 직접민주주의를 위해 참여권을 행사했다가 빚어진 법규 위반을 꼭 구속수사해야 할 필요가 있었나 하는 문제제기는 시민권익 차원에서는 어느 정도 허용될 수 있는 주장이며, 검경이 법적 물리력을 동원하지 않더라도 사회의 자율적 조절기능에 의해 순화될 수 있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이번 사태가 민권 신장과 불가분의 연관성을 가진다는 이해로부터 출발한다면 그 불길이 정치권으로 확산한 것은 자연스런 일이다. 도내 야당 국회의원들이 국회에서 합동모임을 하고 과잉수사를 성토하는 한편 석방 후 수사를 해 달라고 요구함으로써 이제 국면은 광역화하고 반발은 더 커질 기세다. 그렇지않아도 최순실 국정농단으로 국민의 상실감이 극대화하고 민주주의에 대한 위기감이 높아지는 터라 민권운동에 대처하는 경찰의 강경일변도가 시대적 추세에 역행한다는 비판을 자초했음을 가볍게 여길 수 없다. 주민소환법을 고쳐 불투명하거나 애매한 부분의 법규정을 정확하게 바로잡는 것이 시급하다는 인식은 그래서 공감대를 이루고 있다고 할 것이다. 정치권이 나섰으니 그와 관련한 제도적 개선책이 나올 것으로 여겨 의심치 않는다.

당장 급한 것은 구속 중인 학부모들의 석방이다. 그들은 파렴치범이 아니며 단지 개인의 이익을 위해 주권운동에 뛰어든 것도 아니다. 아이들에게 빼앗긴 점심을 되찾아주겠다는, 오로지 그 일념 하나만으로 거리에 나섰다가 자신들도 미처 깨닫지 못하는 사이에 법적 일탈을 부르게 된 것이다. 수사는 하되 가정은 돌려주라는 항간의 요구가 빗발치는 사정이 이해되고도 남음이 있다. 검찰은 그러한 시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닫아서는 안 될 것이다. 생활을 영위하면서 방어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법정신에도 부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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