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전체 시한폭탄 품은 것 같은 나날들…고달파도 세상은 희망 꿈꾸는 이들의 것

'까치 까치 설날은 어저께고요, 우리 우리 설날은 오늘이래요.'

세상이 하 수상해도 어김없이 무심한 세월은 가고 설날 명절은 찾아온다. 아무래도 올 설날은 마음이 무거울 것 같다. 대통령이 탄핵을 받아 직무정지 상태인 데다가 위안부와 사드 문제도 심란한 처지에 있고 무엇보다 힘든 것은 서민들의 먹고사는 문제가 앞이 캄캄해서 그렇다.

미국의 트럼프를 시작으로 중국의 시진핑, 러시아의 푸틴, 일본의 아베까지 나서서 벌이는 치열한 강대국 주도권 싸움에 우리 같은 작은 나라, 수출 경제로 먹고사는 나라들의 앞날은 깜깜 안갯속이다. 게다가 대선정국까지 겹쳐서 여와 야, 진보와 보수의 죽고 살기 싸움이 예상되는 데다가 북한의 핵개발은 여전한 위험요소다. 나라 전체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을 가슴에 품은 것처럼 아침에 일어나 신문 보고 TV 보는 게 겁이 날 정도다.

그래도 우리는 살아야 하고 국가는 존재해야 한다. 때로 견뎌야 하는 삶이 버거울 때도 있고, 때로 '국가가 무슨 필요가 있나?' 싶어 무너질 때도 있지만 그래도 삶은 여전히 고귀하고 국가의 존재는 삶에 필요한 방패가 된다. 희망을 놓아서는 안 되는 이유다. 나라를 다시 일으켜 세워야 하는 까닭이다.

한여름 먹구름이 몰려와 한바탕 폭우를 쏟아 붓더라도 잠시 그 시간을 참고 버티면 언제 그랬나 싶게 하늘은 언제나 높고 푸르다. 한겨울 폭설이 내리고 매서운 강추위가 몰아쳐도 며칠 지나면 살 만한 따뜻한 날이 찾아오는 것을 우리는 오랜 경험을 통해서 안다. 물에 젖은 솜뭉치만큼이나 마음 무거운 이 시간도 언젠가는 지나갈 것이다.

우리가 잠시 민주주의 소중함을 망각한 채로 희희낙락 방탕한 업보로 생긴 일들이긴 하지만 지금 우리가 다시 정신을 차리고 자세를 가다듬는다면 머지않아 이 시련도 지나갈 것이다.

어렵고 힘들어도 금년 설날엔 부모님을 찾아뵙고 고향을 찾아 새로운 희망과 각오를 다지시기를 권한다.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다 의미가 있기 마련이다. 어디 비바람 맞지 않고 핀 꽃을 본 적이 있는가?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는 말처럼 지난날의 지나간 것들에 대한 아쉬움은 이제 훌훌 털어버리고 다가오는 설에는 다시 새 마음으로 새로운 삶, 새로운 희망을 꿈꾸어야 할 것 같다. 힘들고 고달파도 세상은 희망을 꿈꾸는 자들의 것이다. 그래서 인생은 살 만한 가치가 있다고 하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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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도 그렇다. 단순한 흥망과 성쇠의 형식이 거듭하는 것 같지만 실은 그 안에 깨달음이 있고 그 안에 알맹이가 있는 것 아닐까? 힘든 것은 힘든 대로, 화가 나는 것은 화가 나는 대로 받아들이자. 대신 힘든 것이 묶이고 화가 나는 것이 끌려서 앞날을 망치는 어리석음은 범하지 말자.

현명한 사람은 헌 밥을 새 밥에 섞지 않는 법이다. 1000만 촛불이 보여준 대한민국의 저력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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