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꿈 흔든 친구의 공무원 합격…힘들더라도 원하는 것 선택할 것

"문송합니다." 요즘 우리 세대 사이에서 심심찮게 들을 수 있는 말이다. "문과(대학)라서 죄송합니다"라는 뜻의 줄임말인 이 말은 인문계열 학생들이 스스로를 비하할 때 쓴다. 난 대체로 친구들과 웃으며 장난식으로 쓰긴 하지만 취업난 때문에 생긴 말인 것을 알기에 한편으론 울적한 기분이 든다. 누구를 향해 죄송하다는 것인지, 이공계를 추구하는 기업들에 감히 도전장을 내민 것이 죄송한 것인지, 취업을 못해서 부모님께 죄송하다는 것인지.

언제부터 인간만의 풍족한 삶을 위해 꼭 필요한 인문학을 전공하는 것이 죄송한 일이 됐는지 의문이다. 심각한 취업난으로 생긴 현상인 것을 알고 있지만 사실 나에게는 취업이라는 것이 그렇게 와 닿지 않았었다. 재작년까지만 해도 내가 하고 싶은 일도, 계속 준비해오던 일도 있었기에 그냥 막연하게 '되겠지'라는 생각만 가지고 있었다.

그러던 중 오랜만에 중학교 친구에게서 연락이 왔다. 그 친구는 어학연수를 간다는 것을 마지막으로 연락이 끊겼던 친구였다. 친구는 갑자기 폭탄선언을 했는데 친구의 생각지도 못한 말은 나를 취업 걱정에 뛰어들게 했다. 공무원 시험에 합격했다는 것이다. 사실은 이랬다. 주위 사람들에게는 어학연수를 간다고 거짓말을 하고 연락을 다 끊었지만 사실 그 6개월 동안 공무원 준비를 했다는 것이다. 내가 학교를 다니며 당장 눈앞에 있는 전공발표와 과제, 시험을 준비하는 동안 그 친구는 독서실에서 매일 16시간을 공무원공부에 매진한 것이었다.

공무원 한다고 하는 친구들은 있었어도 합격한 친구는 처음이었기에 나는 머리로 망치를 얻어맞은 듯한 기분이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온갖 생각이 머리를 스쳐갔다. '그렇게 어렵다는 공무원을?' '몇 년도 아니고 몇 개월 동안에?' '같은 나이인 나는 뭐 하고 있는 거지?' 그 이후로 신문을 읽으면 인턴채용, 상반기 모집, 국가직무능력표준(NCS) 등 취업 관련 단어들이 먼저 눈에 띄었다.

친구의 말은 내 꿈을 흔들기에도 충분했다. 고등학교 때부터 기자가 되고 싶어 관련학과에 입학했고 학보사 활동도 쭉 해왔지만 정말로 취업을 생각하니 내가 하고 싶다는 것만 생각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안정적인 것을 원하는 부모님의 바람과 취업 현실은 나 또한 공무원을 생각하게 했다.

사실 공무원이란, 좋은 직장이지만 도전할 기회가 적고 수동적인 직업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하지만 이제 오히려 그게 좋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난 이 생각을 공무원 친구에게 털어놓았고 친구는 몇 가지 조언을 해줬다. 친구는 한 번 해볼까 하는 마음으로는 절대 할 수 없는 것이라 말하면서 결정적으로 "네가 하고 싶다면 말리진 않겠지만 네가 하고 싶은 게 아니잖아?"라며 말했다. 나는 현재 내가 하고 싶어 하는 일과 현실 사이에서 고민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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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전에도 여기에 오기까지 무수히 많은 선택을 하며 왔다. 선택이 또 다른 선택을 낳고 그 선택은 더 힘든 선택을 낳고…. 걸어온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었다. 여러 가지 선택 중 지금의 선택보다 좋은, 최고인 선택도 있었을 것이다. 나는 내가 원하는 것을 선택했고 잘 살아가고 있다. 내가 앞으로 어떤 길을 선택하게 될진 모르지만 난 분명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잘 헤쳐 살아갈 것이다. 나도 그것을 믿고 내가 원하는 길을 선택해 걸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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