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천안함 침몰과 미인도 위작 논쟁…진실 규명 위해선 과학적인 눈으로 봐야

지금처럼 사실이 무엇인지 파헤치자는 움직임이 활발한 적이 있었을까? 대통령 자격이 있는지 없는지? 비선 실세는 무엇을 했는지? 정부는 국민 모르게 무엇을 한 것인지? 우리의 아이들은 누구에게서 어떤 교육을 받아왔는지? 거기에 세월호의 침몰 원인에 대한 논쟁까지.

다른 사안은 과학적인 것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세월호 침몰은 과학적 분석이 필요한 사안이다. 세월호 침몰에는 과적과 조타 실수에 의한 사고라는 정부의 발표, 정부가 모든 것을 조작했다는 고의 침몰설, 자로의 세월X 등 다른 여러 가지의 주장이 존재한다.

세월호를 인양하고 조사단이 과학적인 방법으로 분석을 하면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상당히 밝혀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세월호는 아직 인양되지 못하고 있고 과학적 분석도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감추고 싶은 것이 있어서 인양을 방해하고 있다고 의심하는 사람도 있다. 삼 년이 되도록 인양이 안 되고 있으니 정부가 과학적 조사 분석을 방해하고 있다고 의심하는 것은 그리 이상한 일이 아닌 듯하다.

과학적 조사 분석을 하더라도 선입견을 품든지, 결과를 염두에 두고 진행하면 제대로 된 결과가 되지 않는다. 천안함의 경우 인양을 했고 조사 분석을 했지만 그 결과를 과학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천안함 침몰 당시 정부는 바다 밑에서 건진 어뢰의 조각에 '1번'이라는 글씨가 새겨져 있는 것을 증거로 북한의 소행이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그 어뢰 조각이 천안함을 침몰시킨 어뢰라는 것을 입증하지도 않았고 북한에서 만든 것이라는 것을 입증하지도 않았다.

침몰한 바다에서 건진 것이니까 침몰시킨 어뢰가 틀림없다. 그리고 한글은 우리와 북한만 사용하는데 우리는 아니니까 북한이 틀림없지 않으냐는 논리였다. 사람들은 조사가 엉터리라고 말했는데, 정부의 반응은 "북한의 소행이 아니라는 말이냐? 너 종북 아니냐?" 하는 것이었다.

미인도 논란과 같이 과학적 분석 결과가 무시당하는 일도 있다. 천경자 화백도 본인의 그림이 아니라고 하고 과학적 감정의 전문 회사인 뤼미에르가 세계 최고의 기술을 동원한 분석을 하여 위작이라고 판정했는데도 검찰은 진품으로 결론을 내렸다. 그때 검찰이 제시한 근거는 과학에 기반을 둔 것은 아니었다. 박정희 정권 당시 실세였던 김재규의 집에 있던 그림이 가짜이겠느냐 하는 생각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것도 아니라면 판정한 사람들의 이해관계가 개입되어 있는지도 모른다.

지금까지 이야기한 것처럼 권력은 (꼭 정부가 아니더라도) 과학적 분석을 방해하기도 하고, 어떤 결과로 유도하기도 하고 과학적 결과를 무시하기도 한다. 하지만 권력이 직접 작용을 하지 않더라도 과학적 연구는 왜곡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커피가 우리 몸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연구하고 있는 연구팀이 있다고 해 보자. 연구를 하는 과정에서 커피의 좋은 영향과 나쁜 영향이 파악될 것이다. 그런데 만일 그 연구비를 커피 회사에서 받는다고 하면 나쁜 영향을 대놓고 발표할 수 있을까?

과학은 가치중립적이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념이나 성향에 좌지우지되면 안 되고 누구나 인정할 수 있는 정확한 '팩트(fact)'만을 사용하고 객관적인 논리에 의해 판단해야 한다는 말이다. 하지만 과학자는 사람이다. 정치적 견해도 가지고 있고 자신의 이해관계에 따라 호불호가 생기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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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결과를 보는 보통 사람들도 자신의 이념이나 이해관계에 부합하는 결과는 쉽게 믿어버리고 그렇지 않은 결과에 대해서는 의심하고 따져보게 되기 쉽다.

지금은 많은 진실 규명이 필요할 때이다. 자신의 이념이나 이해관계에서 한 걸음 물러나 과학적인 눈으로 세상을 보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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