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협의 없이 노선 일방적 축소…밀양, 부산 노동자들 직격탄

한국철도공사(이하 코레일)가 경영효율화를 이유로 열차 운행을 감축하는 바람에 서민 불편이 가중되고 있다. 철도사업계획 변경 시 해당 지자체와 사전협의를 거치도록 하는 법적 근거 필요성이 제기됐다.

코레일은 지난달 9일 수서발 고속철도(SRT) 개통에 맞춰 KTX와 일반열차 개편 운행체계를 시행했다. 이 과정에서 밀양역은 무궁화호 10편(상행 5, 하행 5), 삼랑진역은 무궁화호 5편(상행 3, 하행 2)이 감축됐다. 대신 밀양역에는 ITX 새마을호 4편(상행 2, 하행 2)이 들어왔다.

이밖에 부산 해운대~서울 무궁화 노선은 폐지됐고, 부산~경북 영주 무궁화호 열차는 하루 3회 운행에서 1회로 감축됐다.

요금 인상·운행시간 조정·노선 감축에 따른 여파는 고스란히 서민에게 전가됐다.

경북 영주역에서 출발, 오전 6시 5분 양산 물금역에 정차해 부산으로 가던 무궁화호 노선이 없어지면서 해당 열차를 이용해 부산으로 통학하던 학생이 대체 교통수단을 고민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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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삼랑진역 막차 시간은 기존 오후 11시 44분에서 오후 8시 51분으로 앞당겨졌다. 열차로 출퇴근하는 노동자는 퇴근시간 조정이 어려운 터라 선택 폭이 크게 좁아졌다.

기존 밀양~부산 구간 무궁화호는 3900원이었던 반면, ITX 새마을호는 1900원 인상된 5800원이다. 주머니 사정이 어려운 서민 입장에서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코레일은 △기존 무궁화호 노후화 △도심지 운행 시 소음·매연 민원 발생 등을 운행 조정 사유로 밝혔지만, 사실상 가장 주된 이유는 '경영효율화'다.

코레일에 따르면 지난달 국회 본회의 2017년 정부 예산 최종 의결 결과 PSO(공익서비스) 보상 예산이 전년(3509억 원) 대비 547억 원이 삭감된 2962억 원으로 편성됐다. 이 가운데 벽지노선 손실보상은 전년(2111억 원) 대비 650억 원 삭감된 1461억 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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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궁화호 열차./연합뉴스

코레일은 철도산업발전기본법에 따라 노인·장애인 등 무임운송·운임 할인과 벽지노선 운영으로 발생하는 손실을 정부로부터 공익서비스 비용으로 보상받고 있다. 현재 보상 대상 벽지노선은 경전선·동해남부선을 포함한 7개 노선이다.

예산 삭감으로 효율화 추진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한 코레일은 벽지노선 열차운행 횟수를 크게 줄이고 역 무인화로 인력을 감축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이 때문에 정부와 공기업이 경영효율화를 내세워 수도권 위주 열차운행에 집중하고 다른 지역민을 소외한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경남도의회 이병희(무소속·밀양1) 의원은 12일 제342회 임시회 제1차 본회의 5분 자유발언에서 코레일 운행체계 개편을 놓고 "교통 약자 불편을 가중시키고 열차운임도 증가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현재 철도사업법은 철도사업자가 사업계획 변경 시 국토교통부 내선로배분 심의위원회 의결만 거치도록 하고 있다. 이 의원은 "철도사업계획 변경 시 실수요자인 지자체와 사전협의를 거치도록 하는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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