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천 모 병원서 다른 환자 사용하던 링거 아이에게 놔…링거주사 감염여부 파악 못해

경남 사천에 있는 한 병원이 다른 환자가 사용했던 링거 호스를 어린 아이에게 재사용한 것으로 드러나 물의를 빚고 있다.

ㄱ 씨는 지난 3일 저녁 8시 10분께 2살된 딸아이를 데리고 ㄴ 병원을 방문했다. 의사는 장염에 의한 탈수현상으로 힘없이 처져있어 링거를 맞아야 되겠다며 처방을 해줬고, 간호조무사가 응급실에서 아이의 손에 주사바늘을 찌른 뒤 링거 호스와 연결을 했다. 그런데 이 호스는 폐기물통에 버려졌던 호스였던 것으로 이미 피가 묻어 있었고, 호스 내부에는 약간의 수액도 남아 있었다. 링거 호스가 폐기물통에서 딸려나오는 것을 발견한 아이 아버지가 항의하자 간호(조무)사들은 허겁지겁 주사바늘을 빼는 등 한바탕 난리법석을 떨었다.

ㄱ 씨는 아기에게 별다른 일이 없다는 의사와 간호사의 말에 안심하고 다시 링거를 맞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지만, 아무도 나타나지 않았다. 의사를 찾아갔더니 간호(조무)사 2명이 의사와 소근거리며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뭔가 심상치 않다는 느낌을 받았다. 더구나 응급실 폐기물통을 살펴본 후 ㄱ 씨의 걱정은 더욱 커졌다. 링거 호스를 통해 피가 들어갔는지 약이 들어갔는지 도무지 알 길이 없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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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합뉴스 자료사진.

그러나 의사는 '감염이 되면 몸에 반응이 나타나는데 살펴본 결과 아무런 이상이 없다. 괜찮다'는 말만 되풀이 했고, 결국 ㄱ 씨 아이는 병원으로부터 아무런 조치도 받지 못한채 집으로 돌아갔다. 심지어 의사가 처방했던 링거도 맞지 못한 상태였다. 문제는 ㄱ 씨가 집으로 돌아간 지 3일이 지난 후에 발생했다. 아이가 갑자기 울기 시작한 것. 잠이 와서 그런가 싶어서 분유를 먹이려고 했지만, 울기만 할 뿐 먹지를 않았다. 배가 빵빵하게 부풀어 오르고 딱딱하게 굳어졌다. ㄱ 씨는 아이를 데리고 황급히 ㄴ 병원으로 달려갔다. 큰 병원으로 가라는 의사의 말에 따라 응급차량을 타고 경상대대학병원으로 옮긴 뒤 입원치료를 받았고, 지난 9일 퇴원했다. 아이의 건강에는 이상이 없는 상태이지만, 감염여부에 대해 알 수 없어 ㄱ 씨의 불안감은 계속된다. 아이 보다 먼저 호스를 사용했던 환자에 대한 인적사항을 알 수 없는 것은 물론 어떤 병을 보유하고 있는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현재 아이에게 재사용됐던 링거호스는 폐기된 상태다.

ㄱ 씨는 "폐기물 통에 있는 호스에는 피가 묻어 있는 것도 많았다"며 "우리 아이가 어떤 병에 감염됐는지 너무 걱정돼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다"고 말했다. 이어서 "링거 호스를 잘못 연결했으면 병원은 즉시 그 호스를 별도로 보관한 후 그 호스를 검사하고, 또 호스를 사용한 환자의 건강상태를 확인했어야 한다. 그런데도 병원은 호스를 폐기 처리해 버렸다"며 분개했다. 또 "병원은 사고 발생 후 다시 수액을 놓지도 않았고 아무런 치료도 없었다. 또 책임을 인정하면서도 아이의 감염여부에 대한 검사조차 아직도 진행하지 않고 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ㄱ 씨는 해당 병원을 사천경찰서에 고소한 상태다.

해당 병원은 링거 호스를 잘못 연결한 부분은 실수로 인정했다. 또 초동대처가 미흡했다는 지적도 받아들였다. 그러나 ㄱ 씨 아이의 감염여부는 단정할 수 없는 만큼 지켜볼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병원 관계자는 "의료진이 ㄱ 씨에게 감염여부와 향후 발생할 증상에 대해 설명은 충분히 드렸다. 우리 병원에서도 검사를 할 수 있는데 부모들이 신뢰를 못하고 있다. 혹시라도 이 아이가 나중에 감염될 경우에 대비해 보험사에 이번 사고를 접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서 "만약 감염이 됐을 때 이번 사고와 인과관계가 밝혀질 경우 책임지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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