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규모 커진 만큼 난제 많은 김해…먼 미래 그리는 리더형 지휘관 필요

도끼를 갈아 바늘을 만든다는 '마부작침(磨斧作針)'. 허성곤 김해시장이 올 신년 화두로 이 고사성어를 택했다. 아무리 어려운 일이라도 열심히 하면 이룰 수 있다며 직원들에게 부단한 노력을 강조한 것이다.

하지만 정녕 올 한 해 '마부작침'할 당사자는 허 시장 자신이다. 그는 지난해 4월 취임 후 외형적으로 표시는 안 나지만 나름 열심히 일했다고 자부한다. 그의 말대로 시정은 역대 여느 시장들 때보다 크게 달라졌다. 몇몇 사례로 그는 도시브랜드부터 바꿨다. 무의미했던 '김해 포유(Gimhae for you)'에서 '가야왕도 김해'로 변경해 금관가야 중심도시로서 도시임팩트를 강화했다. 직원들과의 소통에도 힘썼다. 7급 이하 전 직원들과 간담회를 개최해 하위직들의 애환을 들었다. 행정의 유연화도 시도했다. 언제나 현장에 문제와 답이 있다며 '현문현답'을 자산으로 '찾아가는 간부회의'를 읍·면·동에서 개최해 현장해결능력도 과시했다.

하지만 이런 긍정적 요인에도 그에게 바라는 시민의 주문은 날로 늘어만 간다. 이유는 시민의 눈높이가 높아진 까닭도 있겠지만 한 걸음 더 들어가면 그가 지금까지 '행정의 잔기술(실무형)'만 대거 선보였다는 데 있다.

시민은 이제 그에게 '한판승'이나 '홈런' 같은 '더 큰 기술(리더형 시장)'을 보여주기를 원하고 있다. 실무형에서 리더형 지휘관으로 체질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도시의 규모가 그만큼 커졌고, 이에 비례해 풀어야 할 도시 난제들도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그동안 시가 재도약할 수 있는 도시 기틀을 마련했다고도 자평한다. 사실이라면 지금부터는 실무적인 현안들은 실·국장들에게 맡기고 리더형 지휘관으로서 도시의 먼 미래를 그리는 데 화력을 집중해야 한다. 실무에만 집중하면 숲을 보기보다는 나무만 보는 오류를 범하기 쉽다.

그의 리더형 시장 요구에는 현 김해의 상징적 도시브랜드가 없는 것도 한 요인이다. 김해시의 현주소는 '김해=?'라는 취지에서다. 허 시장은 이 등식의 물음표를 채우는 해결능력을 보여야 한다. 리더형 시장 요구에는 또 다른 이유도 있다. 난마처럼 엉킨 시의 묵직한 현안들은 최소한 두 도시 이상 연계된 광역사업이라는 점이다. 신공항 소음문제와 경전철 MRG(최소운영수입보장)문제, 비음산터널개설 문제 등이 그렇다. 이런 굵직한 현안들은 해당 지자체장들 간에 정책과 정치력이 요구되는 분야다. 허 시장이 리더로서 외연을 확대해야 한다는 이유이기도 하다. 기업체 사장이 장래 먹을거리 걱정보다는 회사 과장·대리급이 해야 할 실무적인 일에만 매달린다면 그 회사의 장래는 보장하기 어렵다. '잽'이나 '안타'만 날리는 '잔기술'을 뛰어넘어 'KO펀치'를 한 방 날리는 '큰 기술'이 필요할 때다.

박석곤 기자.jpg

내년 6월이면 지방선거다. 그가 그동안 어떤 '큰 기술'을 선보일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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