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 지으며 행복한 모습 모며 깨달음…삶의 가치는 내가 믿고 만들어가는 것

농촌 생활을 방영하는 TV프로를 보았다. 밭에서 일하는 여성에게 어느 때가 가장 좋으냐고 기자가 물었다. "나는 일할 때가 제일 좋고 즐거워요"라며 환하게 웃는 호미 든 여성의 모습에 행복이 듬뿍 묻어난다. 고된 농사일을 하며 그 속에서 보람을 느끼고 즐겁다면 그보다 더한 행복이 어디 있겠는가. "이 밭에 있는 것 다 팔아도 도시 사람 술 한 잔 값도 안 되지만 내겐 자식처럼 소중해요. 이것들이 팔려나갈 때는 기쁨과 아쉬움이 늘 함께한다"고 했다. 행복의 기준이 물질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하는 여성의 모습은 한 곳에 머물러 자칫 편협해지려는 내 생각을 바로 세우고, 행복이란 단순한 데 있지 복잡하거나 거창한 데 있지 않음을 알게 한다.

사람은 역할로 사는 것이다. 내 역할이 있다는 것과 무언가를 할 수 있을 때 자긍심이 생기고 삶에 의미를 준다. 그것이 이타적인 행위로 다른 사람에게 자기의 존재를 드러낼 수 있는 일이라면 더 말할 것도 없다. 누군가 나에게 관심을 두고 지켜본다는 그것 하나만으로 삶의 색깔이 확 달라질 것이다. 팔순을 눈앞에 둔 사람도 무언가 역할이 생겼을 때, 삶에 생기가 돌고 시들어가는 삶이 물기 올라 살아나는 것을 본다. 많은 나이에도 일에 대한 호기심과 열정이 있다면 그는 이미 노인이 아니다. 젊은 시절로 돌아갈 수 있는 자신을 확인하고 존재감을 느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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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직업이라는 것도 남이 줄 서는 분야가 아니라 내가 기쁘고 행복을 느끼며 능력을 발현할 수 있는 것이면 그게 최고다. 삶의 가치란 내가 믿고 만드는 것이다. 하루가 다르게 자라는 농작물 보는 게 삶의 기쁨이라면, 비록 밭에 있는 전부가 도시 사람 술 한 잔 값에 지나지 않는다 할지라도 누가 그것을 하찮은 일이라고 비웃을 수 있겠는가. 삶이란 감사의 발견일 수도 있고, 고통의 발견일 수도 있으며 사람은 저마다 자기 몫이 있다. 어떤 것이든 항상 모자라 근심하는 사람보다 자신의 처지와 분수 안에서 만족할 줄 안다면, 자기가 하는 일을 즐겁게 한다면, 그런 사람이 진정 행복한 사람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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