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하루 힘겨운 때 박정희 정권과 악연…그의 딸은 국민 마음에서 지워진 대통령

망망대해에 선장 없는 배가 둥둥 떠 있다면 어떻게 될까? 태풍이라도 불어온다면 어떻게 될까? 참으로 걱정스럽다. 지금 우리나라의 현실이 망망대해에서 갈 길을 잃고 둥둥 떠 있는 배와 같은 상황은 아닐까? 우리나라 현재 대통령은 이 시점에서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이분 생각을 하면 항상 따라다니는 분이 있으니 바로 이분의 아버지다. 그분은 온갖 독재의 악명과 함께 우리나라를 현재와 같이 잘먹고 살게 해 준 분이기도 하다. 필자는 그분과 악연이 있다. 잠시 그 악연을 되돌아보자.

나는 일찍이 부모를 여의고 참으로 힘겨운 처지에서 학교를 다니고 있을 때 어느 날 갑자기 부산 모 경찰서 정보계 형사로부터 소환통지서를 받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불려가야 할 일이 없는데 의아해하며 정해진 시간과 장소에 갔다. 그러자 정보계 형사라는 분이 나를 이리저리 구슬리며 볼펜과 종이를 내놓으며 무슨 글이든 써보라고 했다. 이날 이후로 무슨 일만 터지면 나를 다방으로 불러서 볼펜과 백지를 내놓으며 글을 쓰라고 했다. 몇 번 이런 일을 당하고서야 내가 시국 관련 요주의 인물이 되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 당시 나는 부모 없는 가난한 고학생으로 하루 끼니를 어떻게 해결하고 어디서 잠을 자고 어떻게 등록금을 마련하느냐 등의 생각으로 참으로 어려운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나는 하늘에 맹세코 반정부운동을 생각해 본 적도 없고, 간혹 교내에서 후배들이 장발을 휘날리며 어깨동무를 하고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것을 보고 웃음을 참지 못한 적은 있지만 그런 데모대에 참가한 적은 없었고 그럴 내 처지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왜 그 형사가 나를 표적으로 삼았는지 지금도 그 이유를 알 수가 없다. 의지할 곳 없는 나를 고문해서 올가미라도 단단히 씌웠다면 그 형사는 특진이라도 했을까? 그 후로 그 형사는 나를 끈질기게 괴롭혔고 뒷조사를 샅샅이 하다가 친척 중에 그 형사와 고향 동기 동창생이 있는 것을 발견하고 그 친척과 대면하고서야 나를 풀어주었다. "그 친척분이 없었다면 넌 욕 좀 보았을 거다"라는 말과 함께. 그 당시에 나 같은 처지인 사람은 고문으로 그럴듯한 죄명을 붙여서 인생을 지워 버린다 한들 누구 하나 슬퍼해 줄 사람도, 억울함을 호소해 줄 사람도 없었다. 그리고 나는 그것이 얼마나 무서운 올가미였는가를 그 뒤에 알게 되었다. 그 후로 나는 그분을 대통령이라 부르지 않았다. 혹 대화 중이라도 그분을 들먹여야 할 일이 있으면 그냥 '박'이라고 불렀다.

그리고 세월이 흘렀다. 그분의 따님이 대통령에 출마했다. "그분이 저질렀던 많은 상처를 그분의 따님이 치유하려고 대통령에 출마했구나"하는 생각과 함께 그 따님을 열렬히 지지했고 그리고 대통령이 되었다. 그러나 내가 기대했던 것과 현실은 많이 달랐다. 나는 억울한 일이 있어서 청와대에 진정을 하게 되었다. 그래도 국민의 억울함을 마지막으로 호소하는 곳이니 어느 정도 성의 있는 처리를 기대했으나 전혀 아니었다. 그때 내가 받은 느낌은 이런 유의 지저분하고 성가신 일들은 귀찮아하는구나 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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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로 박근혜 대통령에 남아있던 기대와 희망은 모두 지워버렸다. 그리고 얼마 안 있다가 최순실 사건이 터졌다. 이걸 보면서 역시 내가 청와대에서 받은 느낌이 맞았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길거리에서 흔히 만나는 사람들이 그렇게도 박 후보를 지지했던 사람들조차도 이제는 ○○○ 하는 험한 말을 서슴없이 내뱉는 것을 보면서 이미 이분은 국민의 마음속에서 지워진 대통령이란 것을 확인했다. 이분 말씀대로 국가와 국민을 진정으로 생각한다면 마지막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심사숙고해 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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