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적폐 청산과 개혁 목소리 커져…민심 외면하는 정치세력은 심판받을 것

지난 주말 진주 차 없는 거리에서는 세월호 참사 1000일을 맞아 '박근혜 즉각 퇴진 촛불문화제'가 열렸다. 주말마다 열리는 촛불문화제가 벌써 10회째를 넘기고 있다.

촛불문화제에 참여하면서 가장 크게 느낀 점은 이름난 단체 대표나 정당 연설자들보다 시민들의 자유발언이 훨씬 감동적이라는 사실이다. 단체 대표나 정치인 연설은 대체로 대중을 가르치려 하거나 선동하려는 의도가 빤히 보인다. 목소리는 힘 있고 발음도 정확하지만 과잉된 감정 탓에 오히려 청중의 공감을 얻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에 비해 집회 참여 경험이 적은 시민이나 학생들은 뛰어난 연설자는 아닐지라도 훨씬 많은 박수와 환호를 받는다. 그 차이점은 무엇일까. 단체 대표나 정치인은 주로 서울 정치판 이야기나 거대담론을 주제로 삼지만, 시민은 솔직한 자신의 이야기를 한다는 점이다. 집회에 나온 이유나 '촛불혁명'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것도 정치연설자는 뜬구름 잡는 이야기가 많은데 반해 일반인들의 이야기는 훨씬 구체적이다.

전국적으로 화제가 된 진주 촛불집회 장면들은 모두 학생이나 일반인들의 자유발언 영상이었다. 지난해 11월 말 집회에서 자유발언한 19세 정다운 씨의 영상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가장 많이 공유된 영상 중의 하나로 유명해졌다. "내 안의 박근혜를 발견하고 내 옆의 최순실에 분노했으면 좋겠습니다. 사람을 돈이나 자신의 소유물로 보지 않고, 사람을 돈과 이익으로 환산하지 않고 독립적인 존재로 보는 세상이 되면 좋겠습니다."

시민 자유발언을 듣다 보면 80~90년대 집회에 나온 대중과는 확연히 다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TV나 신문 보도에만 의존하던 20년 전보다 사람들에게 전달되는 정보의 양과 질이 완전히 달라졌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을 이용해 폭발적으로 늘어난 SNS에 접속하는 사람들은 더는 뉴스의 일방적인 소비자가 아니라 생산과 공급까지 하는 미디어의 주체가 되어가고 있다.

박근혜와 최순실의 국정농단으로 촉발된 100만 촛불의 방향이 어디로 향할지 아직은 아무도 모른다. 많은 정치전문가는 촛불이 사그라지고 난 이후 반역의 역사가 되풀이될까 우려한다. 우리는 87년 6월 항쟁으로 대통령직선제 개헌을 이뤄 냈지만, 광주를 짓밟은 전두환의 친구 노태우가 집권해 군사정권을 이어간 뼈아픈 역사를 경험했다.

헌법재판소가 국회의 탄핵 결정을 인용할 것이라는 전망 속에 정치권은 벌써 대선 후보를 놓고 상호비방과 이합집산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 가운데 재벌 개혁과 선거연령 하향 조정, 결선투표제 도입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국정농단의 책임 주체인 새누리당이 사실상 해체의 길을 걷는 상황에서 민주당이 강력한 개혁 정책을 추진하기를 바라지만 큰 기대를 하기는 무리다. 이미 두 번의 민주당 집권 시기에 김대중·노무현 정부는 재벌에 칼을 들이대기보다는 고삐를 풀고 의존하는 모습을 보였다. 유력한 대선후보인 문재인도 '재벌 해체'가 아닌 '개혁'이라는 단어를 선택하고, 그마저도 강력한 의지가 읽히지 않는다. 선거연령을 18세로 낮추는 문제는 새누리당 잔존 세력들이 반대하고는 있지만 야권이 모두 찬성하고 있어 통과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정치개혁 과제인 결선투표제는 원칙적으로 찬성한다지만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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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민심이 단순히 박근혜 퇴진과 최순실 구속에만 머물 것으로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촛불시민은 계속 진화하고 있다. 박근혜 국정농단 사태로 촉발된 촛불은 100만, 200만을 넘기면서 켜켜이 쌓여왔던 대한민국 자본주의 적폐들을 과감히 청산하기를 요구하고 있다. 재벌에 대한 강력한 제재와 해체, 노동권 보장, 민심이 제대로 반영될 수 있는 선거제도 개혁이 민심의 요구이다. 그것에 반하는 정치 세력은 또다시 심판받을 것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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