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주인이다] 분권, 기초의회 바로 세우기부터 (3) 김해시의회
여야 당론화에 사로잡혀 정책 대결 보다 대립·갈등
주민 위한 소통·협치 필요 의장 선거 방식도 바꿔야

역사는 과거를 통해 발전한다. 하지만 여야 의원들 간 절묘한 대결구도를 형성한 김해시의회는 이와 정반대의 길로 가고 있다.

이른바 뒷걸음질만 치는 역사를 밟고 있는 것이다. 현 제7대 시의회가 지난 6대 시의회보다 못하다는 비난을 받는 이유다.

이런 배경에는 기초의회 정당공천제로 여·야 의원들 간의 불협화음이 한 요인이다. 여야 의원들은 지난 한 해 내내 시정의 견제나 시 발전에 이바지하기보다는 서로 편 가르기로 으르렁거리며 삐걱대기만 했다. 동료 의원들 간의 고소 고발이 이어지면서 의회는 한 해 내내 바람 잘 날이 없었다.

상당수 의원이 검·경의 조사를 받았고, 의회는 잦은 압수수색으로 만신창이가 됐다.

7대 전·후반기 의장 두 명이 모두 비리(의장선거 관련 돈 살포) 혐의로 의원직을 사퇴했다.

송영환 김해시 의원. /김해시의회

이러다 보니 의회의 위엄은 온데간데없고 의회위상은 추락할 대로 추락했다.

집행부 공무원들에게 당당해야 할 의원들이 의원으로 '영'도 서지 않아 집행부 견제기능조차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일부 의원은 시 공식행사 때 의원 자격으로 시민들 앞에 나서기도 민망하다며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시민들의 열린 공간이란 의회 이미지도 빛이 바랬다. 도시발전은 그만큼 더뎌졌고, 의회 무용론까지 제기됐다.

비뚤어진 시의회를 바로 세울 대안과 앞으로 의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송영환(61·무소속·나 지역) 의원에게 들어봤다.

- 시의회가 지난 한 해 내내 의원들 간 티격태격해 시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시의회의 가장 큰 문제점은 뭔가.

"의원들 간 화합과 소통·협치가 안돼 여야 의원들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진 게 가장 큰 문제다. 이런 문제를 바로잡으려면 기초의원 정당공천제를 폐지해야 한다. 정당 공천권이 없으면 의원들은 오로지 시민만 바라보고 소신껏 공정하게 일할 수 있을 것이다. 여야가 따로 없으니 더는 의원들 간 싸울 일도 없다. 공천권을 거머쥔 국회의원들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시의원은 국회의원이 아닌데도 기초단체장과 정당이 다르면 매사에 지나친 견제와 시정 손보기 등의 횡포를 일삼는 중앙정치인 흉내 내는 모습도 결국은 이런 정당공천제에서 비롯됐다."

- 시의회 추락 원인을 무엇으로 보나.

"의원들 간 너무 당론화에 묻혀 있다는 점이다. 기초의원은 시민을 위한 정책 사안을 다루는 만큼 당과 무관해야 하는데 모든 게 당 대 당 대결구도로 대립한 것이 한 요인이다. 새누리당은 시장이 민주당이라는 점에서 민주당 의원들이 여당이라고 몰아세우고 있다. 이런 감정구도로 몰고 가니 의회가 화합정치의 장이 될 리가 만무했다."

- 의장선거 때마다 돈을 돌리는 금품선거 관행이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개선책은 없나.

"현 의장 후보자 사전등록제 방식을 교황선출방식으로 바꿔야 한다. 교황선출방식으로 하면 의장선거에서 후보자 모두 피선거권을 갖게 돼 동료 의원들을 은밀히 만나 금품으로 매수하는 폐단을 막을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현 김해시의회 회의규칙을 개정하면 된다. 제5대 때까지는 교황선출방식으로 의장선거를 하다가 제6대(2012년 6월 1일) 때 의원 다수를 차지한 정당의 후보가 유리하도록 의장사전후보등록제를 도입했기 때문이다. 의장선거에서 금품선거를 막으려면 제8대 때부터는 교황선출방식으로 환원하도록 동료 의원들과 시의회 회의규칙을 개정하는 개정안을 발의하겠다."

- 인구 60만~70만 명을 앞둔 김해시의 도시발전을 위해 시의회가 해야 할 일이 산적해 있다. 앞으로 의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가장 시급한 것은 의회가 너무 당론에 묻혀 있다는 것이다. 의원들 상호 간 화합이 가장 중요한데 현실은 여야 의원들끼리 너무 감정의 골이 깊어져 어렵다. 남은 임기 동안은 모든 걸 다 털고 오로지 시민과 도시발전만 바라보고 나아가는 큰 정치력이 필요하다. 의원 개개인의 반성과 자숙, 자정능력을 동시에 키워나가야 할 것으로 본다."

김해시의회는 새누리당 의원 10명과 민주당 7명, 국민의당 1명, 무소속 2명 등으로 구성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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