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원인 알 수 없는 특발 성전체 환자의 85% 차지…휜 각도 크면 합병증 위험
골 성장 완료 때까지 진행…가정서 '굴곡 검사' 실천 조기 발견·경과 관찰 중요

"무거운 가방을 계속 메고 다니더니 아이의 한쪽 어깨가 올라가 있어요. 아무래도 허리가 휜 것 같아요. 척추측만증인가요?"

정형외과에서 종종 들을 수 있는 질문이다.

이에 대해 창원시 마산회원구 서울병원 박제언 원장은 "막상 진료실에서 살펴보면 정상 척추일 가능성이 많다. 나쁜 자세와 척추측만증은 관계가 없다. 척추측만증은 대부분 원인을 알 수 없다. 그래서 확실한 예방법도 없다"고 밝혔다.

잘못된 자세나 체형이 맞지 않는 책걸상 등이 척추측만증 원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만, 관계가 없다니 어떻게 된 일일까.

박 원장의 도움말로 성장기 청소년들의 척추 건강을 위협하는 척추측만증에 대해 알아본다.

◇원인도 예방법도 없어 = 정상적인 척추는 정면에서 봤을 때 일직선의 형태를 띠고 있다. 하지만 척추측만증은 척추가 정상적인 형태를 보이지 않고, 옆으로 휘어져 있다.

또 정상적인 척추를 옆에서 보면 가슴 부분이 뒤로 나오고, 목과 허리 부분이 앞으로 들어가는 이중 S자 모양인데, 척추측만증이 있으면 정상적인 만곡 상태가 아니다.

척추측만증은 선천성이거나 외상성·퇴행성일 수도 있지만, 대부분은 원인을 알 수 없는 특발성 척추측만증이다. 이는 환자의 약 85%를 차지한다. 원인을 알지 못하므로 마땅한 예방법도 없다. 자각증상이 없을 수도 있다. 청소년기에 요통이 있으면 척추측만증이 있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

박 원장은 "척추측만증이 있는 청소년 중 아무 증상 없이 척추 기형만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다만 증상 중 가장 흔한 것 중 하나가 요통"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요통이 동반될 수는 있으나 그 정도가 휜 각도와 연관이 있는 것도 아니다. 도리어 어떤 연구에서는 휜 각도가 크지 않은 20도 정도 측만에서 심한 요통이 있을 수도 있다고 한다. 따라서 요통을 항상 척추측만증과 연관해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창원 서울병원 박제언 원장. 박 원장은 "척추측만증은 조기 발견이 중요하다. 조기 발견하지 않아 보조기 치료 시기를 놓치면 심각한 문제를 불러올 수 있다"고 조언한다. /이원정 기자

◇진료인원 40% 이상이 10대 =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내놓은 척추측만증에 대한 최근 5년간(2011~2015) 진료정보 분석 결과를 보면 2015년 척추측만증 진료인원은 11만 3000명으로 여성이 남성에 비해 약 2배 많았다.

또 진료인원의 44.4%는 10대 청소년으로, 특히 성장기인 13~16세가 많았다.

통증과 같은 증상이 없을 수도 있는 척추측만증, 어떻게 발견하게 될까. 어떤 경우 병원을 방문할까.

박 원장은 "요즘은 건강검진이 잘 발달돼 있다. 학생들도 증상 없이 모르고 지내다가 흉부 방사선 검사 등을 할 때 우연히 발견하고 병원에 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이 외에 양쪽 어깨 높이와 견갑골의 비대칭, 가슴 크기 및 허리 곡선의 비대칭 등으로 병원을 찾기도 한다.

척추측만증 여부를 알 수 있는 전방 굴곡 검사는 가정에서 보호자들이 쉽게 할 수 있는 검사 방법이다.

양발을 가지런히 모은 상태에서 무릎을 펴고 허리를 앞으로 구부리는 자세를 취하는 검사인데, 환자 뒤에서 등이나 허리 부위에 돌출되는 부분이 있는지 확인한다.

특발성 척추측만증 치료는 대부분 정기적인 관찰이 주를 이룬다. 즉 '지켜보는 병'이라고 박 원장은 설명했다. 20도 이하의 만곡은 정기적으로 X레이 촬영을 하며 병의 진행 상태를 살피고, 20~40도이며 아직 성장이 멈추지 않은 청소년은 보조기를 이용하기도 한다. 만곡이 심해 외관상 기형이 심한 경우 수술을 고려할 수도 있다.

이에 대해 박 원장은 "보조기 착용과 수술은 굉장히 불편하고 힘든 과정이다. 보조기는 하루 22시간 성장이 끝날 때까지 착용해야 한다. 수술이 필요한 경우도 극소수이다. 대부분 경과 관찰을 하면서 보전 치료를 하기도 한다. 수술 여부는 전문가와 깊이 있는 상담을 통해 결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보조기 착용이나 수술 이외에 여러 가지 보전 치료를 하는 사람도 있지만, 이는 의학적으로 치료 효과가 검증되지 않았다고 박 원장은 말했다.

일자여야 할 척추가 S자 모양으로 휘어있다. /이원정 기자

◇조기 발견으로 치료 시기 놓치지 말아야 = 척추측만증은 경증일 때는 지켜보는 것 이외에 마땅한 치료법이 없음에도 "조기 발견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빠른 치료가 필요한 것도 아닌데 왜 조기 발견을 해야 할까.

박 원장은 "척추측만증 환자는 대부분 보조기 착용이나 수술을 할 필요가 없는 상태지만, 그중에서 꼭 치료가 필요한 경우가 있는지 유심히 봐야 한다"며 "휜 각도가 크면 클수록 치료 대상이 되는데, 청소년들은 성장과 더불어 병이 진행될 수가 있다. 그러므로 조기 발견해 정기적으로 진행 정도를 살펴야 한다. 조기에 발견하지 않아 보조기 치료 시기를 놓치면 나중에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척추측만증은 골 성장이 완료될 때까지 진행되기 때문에 어린 나이에 발병할수록 휜 정도가 더 심해질 수 있다. 80도 이상 심하게 휜 척추측만은 폐 기능 감소를 일으키는 등 심장과 폐 등 장기가 눌려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박 원장은 "아이가 척추측만증이라고 하면 부모는 걱정이 앞선다. 경미한 측만에도 심장이나 폐 등의 영향을 걱정하고, 운동을 해도 되는지 묻는데, 전혀 문제없다. 사람 얼굴 생김새가 다 다르듯이 척추 역시 생긴 모양이 다르다고 생각하면 될 듯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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