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때부터 각종 대회 석권…"고교 선수 중 심폐기능 최고"
지난해 세계주니어선수권 8위, 기량 차이에 '더 열심히' 각오

창원경륜장에서 만난 김민화(18)는 페달을 힘차게 밟으며 빠른 속도로 벨로드롬을 달렸다. 민화는 창원경일여고 사이클 선수다.

그는 안남중학교 1학년 때 사이클과 인연을 맺었다. 운동신경이 뛰어나 초등학교에서 태권도와 육상을 했던 민화는 중학교 체육시간에 선생님 눈에 띄었다. 운명이었는지 체육선생님이 사이클부 감독이었다. "사이클 한 번 해볼 마음 없니?"

민화는 감독을 따라 창원경륜장을 찾았다. 난생처음 가본 경륜장에서 민화의 운명은 바뀌었다. 벨로드롬을 질주하는 선수 모습에 마음이 들썩였다. "선수들이 훈련하는 걸 봤는데 무척 재미있어 보였어요."

그 길로 부모님을 찾아갔다. "사이클 해보고 싶어요." 부모님은 하고 싶으면 해보라고 기꺼이 허락했다.

민화는 그렇게 사이클 선수의 길에 들어섰다.

창원 경일여고 사이클 김민화. /강해중 기자

첫해는 사이클 선수로 탈바꿈하는 인고의 시간이었다. 훈련, 훈련, 훈련을 되풀이했다. 대회 출전은 1개 대회에 경험 삼아 나가본 것이 전부였다.

2학년이 돼서야 본격적으로 대회 경험을 쌓아나갔다. 민화는 첫 대회부터 두각을 드러냈다. 첫 대회였던 제30회 대통령기 전국사이클경기대회 여자중등부 스크래치(3㎞) 종목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이후 제42회 전국소년체전에서 은메달 1개, 동메달 1개를 목에 걸었고, 제15회 국민체육진흥공단이사장배 전국사이클대회 금메달, 문화체육관광부장관기 전국학생사이클대회 금 1, 은 2개를 따내며 유망주로 떠올랐다. 3학년 때에도 민화는 출전한 대회마다 메달을 거머쥐었다.

중학교를 마친 민화는 2015년 자연스레 여자 사이클부가 있는 경일여고로 진학했다. 중학교를 갓 졸업한 선수가 고등부에서 좋은 성적을 내기는 어려웠다. 민화는 초반 출전한 대회에서 입상권에 들지 못하며 어려움을 겪었지만 6월 KBS 양양 전국사이클선수권대회 스크래치(7.5㎞) 종목에서 당당히 금메달을 품으며 다시 한 번 이름을 알렸다.

하지만 시련도 찾아왔다. 그해 출전한 제96회 전국체전 포인트 종목에서 20바퀴를 남겨두고 다른 선수를 추월하다 사이클끼리 부딪치며 트랙으로 떨어졌다. 헬멧이 파손되는 큰 사고였지만 다행히 부상은 크지 않았다. "그래도 완주했어요."

민화가 사이클 선수로서 경력에 꽃을 피우기 시작한 것은 2학년이었던 지난해부터다.

대통령기 대회 단체스프린트 3위, 개인추발 1위, 옴니엄 2위 수상을 시작으로 출전하는 대회마다 색깔을 가리지 않고 메달을 수집하며 2016년 여고부 옴니엄 국내 랭킹 1위에 올랐다. 이 같은 활약으로 주니어 국가대표로도 선발됐다.

민화는 지난해 7월 스위스 에이글에서 열린 세계주니어트랙선수권대회에 출전하며 국가대표로서 첫 발을 뗐다. 첫 출전한 세계대회는 민화에게 새로운 세상에 눈을 뜨는 계기가 됐다. 이 대회에서 민화는 여자 포인트 종목에 출전해 8위에 그쳤다. "놀랐어요. 또래 선수들인데 체격도 다르고 속도 자체가 차원이 달랐어요. 경기하는 법을 알고 기술도 매우 뛰어났어요. 내가 많이 부족하다는 걸 많이 느꼈죠. 훨씬 더 노력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민화에게 고3이 되는 올해는 매우 중요한 해가 될 듯하다. 오는 2월 인도에서 열리는 아시아선수권대회에도 주니어 대표로 참가한다. 이번 대회를 위해 창원경륜장에서 국가대표팀 훈련에 한창 집중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민화를 중학교 때부터 지난해까지 가르쳤던 정수량 현 사이클 국가대표팀 코치를 만났다. 정 코치는 민화를 가장 잘 아는 지도자다. 정 코치는 민화의 재능을 치켜세웠다. "고등학생 선수들 가운데 심폐기능이 가장 좋아요. 지금은 중·장거리를 주종목으로 하지만 단거리까지 가능한 선수입니다." 그러면서 조언도 잊지 않았다. "지금도 열심히 하지만 승부욕을 조금만 더 키우면 훨씬 훌륭한 선수가 될 거라 믿습니다."

민화는 중·장거리 국가대표가 목표다. 태극마크를 달고 대한민국 사이클 선수 어느 누구도 이루지 못했던 올림픽 메달을 목에 걸겠다는 각오다. 그에 앞서 올해는 제98회 전국체전에서 출전하는 개인종목 모두에서 금메달을 쓸어담겠다는 야심 찬 목표를 가슴에 품었다.

목표에 도달하고자 오늘도 민화는 힘차게 페달을 구르며 앞으로 나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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