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대통령 탄핵 심판 시기는 변수…국민 여론이 정략 판단 좌우할 핵심

대선 전 개헌론과 대선 후 개헌론이 지방분권 개헌 관철과 어떤 관계일지 궁금했다. 여기서 대선은 당연히 현 박근혜 정부 이후 대선을 말한다.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개헌특위) 이주영 위원장, 노회찬 의원 등과 인터뷰를 했더니 어느 정도 윤곽이 나왔다. 지방분권 개헌과 관계는 물론, 각각의 의도와 주체도 읽혔다.

먼저 새누리당 이주영 의원과 10일 오전 전화 인터뷰를 했다. 이 의원은 개헌특위 위원장 내정 당시 "국민적 동의만 얻으면 조기에 성과를 낼 수 있다"며 대선 전 개헌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의원은 "대선 전 개헌이 저의 주장이 아니라 국민적 요구"라고 전제했다. "대다수 매체의 신년 여론조사에서 대선 후보다는 대선 전 개헌 여론이 많았다"는 것이다.

기자가 "하지만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심판이 3~4월 중에 예상된다. 탄핵될 경우 조기 대선이 될 수밖에 없는데, 남은 기간 안에 광범위한 개헌안 준비가 되겠느냐"고 질문했다.

이어진 이 의원의 답변은 이랬다. "조기 대선이 될지 어떻게 아는가? 헌재 심판결과가 언제 나올지도 알 수 없고, 그 결과도 알 수 없다. 3~4월이 될 것이라는 것은 예측일 뿐이다. 대선 전 개헌안 마련이 어려울 것이라는 것도 추측일 뿐이다."

이 의원의 의도가 무엇이든, 그가 말하는 대선 전 개헌이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2~3개월 안에 후딱 해치우자는 게 아니라는 건 분명하다.

"개헌 시기와 지방분권 개헌의 관계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시는지"라는 질문에 이 의원은 "개헌 준비는 많이 돼 있다. 지방분권도 자치권, 재정권 측면에서 충분히 돼 있다. 준비기간이 짧다고 해서 안 들어갈 게 아니다"고 했다. 묘하게도 이 의원 입장은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주장하는 대선 전 개헌론과 통한다. 반 전 총장은 최근 "87년 체제를 끝내는 개헌이 반드시 필요하다. 필요하다면 다음 대통령 임기 단축도 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정치권에서는 이를 '개헌 고리 제3지대 연대론'이라고 칭했다.

역시 국회 개헌특위 위원인 정의당 노회찬 의원과 통화했다. 이 의원과는 판이했다.

"헌재의 대통령 탄핵 심판이 2~3월 중에 있을 것으로 본다. 그러면 4~5월 중에 조기 대선을 치를 수도 있는데, 이렇게 되면 대선 전 개헌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개헌을 다음 정권으로 마냥 미뤄버리면 동력을 상실한다. 차기 집권 1년 이내 개헌을 하고 그 위에서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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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의원의 내년 지방선거 전 개헌론은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와 국민의당 안철수 의원의 지방선거 동시 개헌 투표보다 빠르지만, 맥이 통한다.

그는 "개헌안에 담길 지방분권 개선내용 핵심이 뭐라고 보느냐"는 질문에 "교육자치, 경찰자치, 지방재정 등 자치권 확보가 핵심이다. 2단계 행정체제 개편도 추진돼야 한다"고 답했다. 정략 없는 정당도, 정치인도 있을 수 없다. 대선 전후 개헌론이 가진 정략의 차이는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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