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도소에 갇힌 채 15년을 살 수도 있다는 사실을 여러분은 전혀 느끼지 못할 겁니다. 교도소는 자유가 없기에 아무리 시설이 좋아도 사람 살 곳이 못 됩니다.”

9일 오전, 마산시 회성동 합포여중에서 3년생 340여 명을 상대로 30대 무기수가 범죄 체험담과 교도소 생활의 실상을 강의해 눈길을 끌었다.

이날 강의를 맡은 강사는 20살 때인 지난 85년 1월 강도강간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홍모(36)씨.

“한 때 잘못을 저질러 뜻대로 할 수 있는 자유를 빼앗긴 채 청춘을 보냈습니다. 무기징역형이 확정됐을 때는 평생을 감옥에서 지내야 한다는 생각에 정말 암담하고 너무나 절망스러웠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인생을 끝낼 수는 없다는 생각으로 새 생활을 다짐했습니다.”

14일 졸업식을 치를 예정인 여중생들을 위해 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주려는 대체 프로그램으로 마련된 이날 강의에서 학생들은 여느 때보다 진지한 자세로 귀기울여 들었다.

“사람에게서 자유를 빼 버리면 바로 그 순간 짐승으로 전락합니다. 시키는대로 할 수밖에 없으니까 생각할 필요도 없어서 멍청해지지요. 범죄는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나와 같은 전철을 밟지 말고 자유를 잃지 않도록 하세요.”

3학년 학생부장을 맡고 있는 박은홍 교사는 “첫 시도여서 혹시라도 잘못될까봐 걱정했는데 뜻밖에 학생 호응이 뜨거웠다”며 “강사도 예상 밖으로 말을 조리 있게 잘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강사를 보내준 마산교도소도 “교도행정을 학교교육에 접목해 좋은 반응을 얻은 것 같다”며 “앞으로도 지역사회에 도움이 된다면 재소자 강의를 계속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한편 홍씨는 교도소 생활이 10년째 접어들면서 방황에서 벗어나 마음을 다잡고 공부에 전념해 97년에는 전국기능대회에서 창호 부문에서 금상을 따는 등 벽돌쌓기·미장을 비롯해 3개 부문 자격증을 갖고 있으며 지난해 말에는 20년형으로 감형되기도 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