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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사람 같은 그리스 조각상도 처음에는 …

[그리스 로마 유적 유물 여행] (1) 그리스 조각, 벽에서 독립하다
BC 8세기 이전에는 도형으로 간단히 사람 표현
이집트·메소포타미아 교류 통해 현실감 더하고
평면 새김 벗어나 사방 입체인 '환조'방식으로

이서후 기자 who@idomin.com 2017년 01월 10일 화요일

지금 우리는 아테네 중심가에 있는 국립고고학박물관(www.namuseum.gr)으로 가고 있습니다. 그리스에는 유난히 박물관이 많지요. 조상에게서 물려받은 유물이 많은 까닭입니다. 그리스 사람들은 '적어도 우리나라 박물관에는 약탈한 문화재는 없다'는 자부심이 있다는군요. 정말 유물이 많아서 그런지 박물관 밖에 그냥 쌓아둔 것도 많습니다. 그럼에도 굳이 국립고고학박물관에 가는 이유는 이곳이 그리스는 물론 전 세계에서도 최상급 박물관이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10월 4일로 설립 150주년을 맞았는데요. 처음에는 유물 창고로 출발했다고 합니다.

◇유물 창고가 세계 최고 박물관으로

그리스 고대 유적이나 유물은 19세기에 대대적인 발굴이 이뤄집니다. 아테네와 그 주변 지역에서 쏟아져 나온 유물을 안전하게 보관할 장소가 필요했습니다. 그게 지금 국립고고학박물관 건물입니다. 지금은 아테네뿐 아니라 그리스 전역에서 모은 1만 1000여 점의 유물이 총넓이 8000㎡에 걸쳐 전시돼 있습니다. 개중에 석기시대에서 기원전 7~5세기 유물들이 탁월한데요.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것도 많습니다. 박물관 전시물을 하나하나 유심히 살펴보려면 최소 3일은 걸린다고 합니다. 오늘 우리는 그리스 조각들을 유심히 살펴보려 합니다. 박물관 내부서는 뒤로 메는 가방은 가져갈 수 없습니다. 수많은 진품 조각들이 별다른 보호장치 없이 늘어서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스 조각이라고 하면, 대리석으로 매끈하게 표현한 벌거벗은 육체, 생동감 넘치는 자세와 표정 등이 떠오릅니다. 물론 처음부터 그렇지는 않았습니다. 그리스 조각은 크게 미케네·기하학 시대(BC 10∼BC 8세기), 아르카이크 시대(BC 7∼BC 5세기 초), 고전 시대(BC 480∼BC 400), 헬레니즘 시대(BC 320∼AD 30)로 나눕니다. 미케네·기하학 시대까지만 해도 원이나 삼각형 등 몇 개의 도형으로 사람을 표현했습니다. 크기도 작았지요. 기하학 시대 말기인 BC 8세기 중반 이후 이집트나 메소포타미아 지역과 교류를 하기 시작하면서 그리스 조각은 새 출발을 합니다. 특히 이집트의 영향을 많이 받아 벽에 돋을새김(부조)을 한 조각이 많이 보입니다. 또 스핑크스 조각이 그리스에서도 발견되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델로스섬에서 발견된 '니칸드레 봉납상'. BC 640년 정도에 만든 것으로 추정하는데, 현존하는 가장 오랜 코레상이다.

◇벽에서 떨어져 나온 조각

지금처럼 실제 사람 크기 조각이 나타난 것은 아르카이크 시대입니다. 이때부터 조각은 벽에서 독립해 스스로 서기 시작합니다. 이집트 조각들이 벽에 붙어 있거나, 앉아 있는 것과는 달라지지요. BC 6세기부터 그리스 전역에서 광범위하게 나타나는 쿠로스(Kuros·복수는 쿠로이)상과 코레(Kore·복수는 코라이)상이 대표적입니다. 쿠로스는 청년을 말하고, 코레는 소녀를 말합니다. 쿠로스상은 벌거벗은 몸에 차려 자세를 한 채 왼발을 앞으로 내디딘 모습입니다. 코레상은 항상 옷을 입고, 한 손은 가슴에 대거나 치마의 주름을 잡고 있습니다.

아르카이크 시대를 연 조각은 그리스 신화의 탄생지라 일컫는 델로스 섬에서 발견된 코레상입니다. BC 650년 정도에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일반적으로 니칸드레 봉납상이라고 부르는데요. 근처 낙소스 섬에 사는 니칸드레라는 귀족 여인이 사람 크기의 조각을 만들어 아르테미스 여신에게 바치러 왔다는 글이 조각에 새겨져 있습니다. 이 상이 니칸드레 자신인지, 아르테미스 여신인지는 확실하지 않습니다.

코레상(소녀상)이 최초이긴 하지만 아르카이크기 조각에서 주로 발견되는 것은 쿠로스상(소년상)입니다. 그리스 본토 최남단 수니온곶에 있는 포세이돈 신전에서 발견된 쿠로스상이 가장 오래된 것입니다. BC 580년 정도에 만들어졌습니다. 높이가 무려 3m입니다. 이처럼 초기 쿠로스상은 엄청나게 컸습니다. 하지만, 시대가 지날수록 점차 실제 사람 크기로 줄어들면서 표현도 자연스럽고 세련돼집니다.

그리스 남부 수니온곶 포세이돈 신전에서 발굴된 쿠로스상. 현존하는 쿠로스 중 가장 크고 오래된 것으로 초기 쿠로스의 특징을 잘 드러낸다.

이 시대 쿠로스상의 자세와 머리 모양 같은 신체 표현은 여전히 이집트적인 구석이 많습니다. 주먹을 쥔 차려 자세도 그렇고 왼발을 앞으로 내민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죽은 사람은 왼발을 앞으로, 산 사람은 오른발을 앞으로 내민다지요. 벽에서 독립하긴 했지만, 무게중심이 아직 잘 잡히지 않아서 머리가 목보다 살짝 앞으로 나와 있습니다.

◇벌거벗은 청년, 쿠로스

발견된 지역은 달라도 쿠로스상은 모두 같은 인물을 표현한 것 같습니다. 연구 결과 가문의 세력과 사회적 지위를 과시하는 역할도 했다고 합니다. 초기 쿠로스상이 거대했던 이유이기도 합니다. 모든 쿠로스는 나체입니다. 이 부분은 이집트 조각과 확실히 구분되는 점이기도 합니다. 학자들은 아르카이크 시대 쿠로스가 이상적인 인간의 모습을 표현한 것이 아닌가 하고 분석합니다. 어떤 이는 아폴로 신을 묘사한 것이라 하기도 합니다. 쿠로스상은 대부분 신전에 봉헌되거나 무덤 위에 기념물로 세워졌습니다. 코레상도 역시 봉헌물이나 기념물로 만들어졌습니다. 하지만, 코레상은 옷을 입고 있습니다. 그래서 인체보다는 옷 주름을 묘사하는 데 치중합니다. 아르카이크 시대가 무르익을수록 옷차림과 치장이 화려해지죠.

낙소스 섬에서 발견된 쿠로스상. 아몬드 모양 눈, 아르카이크의 미소 등 전형적인 이 시대 조각상의 얼굴이다.

쿠로스나 코레상의 얼굴을 유심히 보면 은은한 미소를 짓는 게 많습니다. 이를 '아르카이크의 미소'라고 부릅니다. 아르카이크 시대 후기로 갈수록 조각은 근엄해져서 이 미소가 사라집니다. 화려하던 코레상의 옷 주름도 간단해지죠. 하지만, 얼굴 표정은 더욱 정교해져서 점차 그리스 조각 특유의 생동감이 드러나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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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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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장석 기자. 15면 미디어. 20면 제휴 뉴스. 행복한 셀카 등 지역민참여보도. 한국 속 경남 등 기획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