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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특권과 주권

특권 없애자면서 내 주권 행사에는 멈칫…행동해야 '인간 존엄·행복 추구'보장돼

표세호 편집부장 po32dong@idomin.com 2017년 01월 10일 화요일

내가 사는 아파트에는 은퇴하고 무료한자교실을 운영하는 어르신이 있다. 아들도 매주 빼먹지 않고 다녔다. 한 날 그 선생님이 전화를 했다. 아파트 운영에 문제가 많은 것 같은데 내게 동대표로 나서보라는 요청이었다.

공정하고 투명한 아파트 운영을 위해서는 젊은 사람이 역할을 해야 한다는 말씀이었다. 직업이 기자라 어렵겠다고는 못했지만 바쁘다느니 이래저래 핑계를 댔다. "아들을 보니 아버지도 정의로울 것 같은데"라는 어르신의 말씀이 잊히지 않는다. 부끄러운 이야기를 꺼낸 건 부조리에 분노하면서도 머뭇거리는 나를 봤기 때문이다. 우리는 나보다 더 정의로운, 더 똑똑한 누군가가 행동할 것이라는 믿음을 가장한 방관을 선택하기도 한다. 공정한 사회를 좀먹는 특권을 없애야 한다면서 나의 주권 행사에는 멈칫한다.

청소년부터 노인들까지 세대를 아우르는 이들이 모여 새로운 세상을 갈망하는 촛불광장은 특권에 대한 분노에서 시작됐다. 무엇보다 주권자로서 제 역할을 못한 자기반성이 촛불을 들고 광장에 모이는 행동으로 이끌었다. 특히 미래세대를 향한 어른들의 부끄러움이 컸다.

촛불정국 가운데서 주권자는 변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가정을 비롯해 자신이 몸담은 여러 공동체에서 특권이 아닌 주권 행사다. 부당함을 고발하고 권리를 외치는 것이 가장 적극적인 생활정치다. 그 변화는 지역사회에 풀뿌리 자치를 이끌고 새로운 세상을 만드는 동력이 될 것이다.

기성세대가 더 각성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싶다. 불안·불평등한 사회지만 좀 더 안정적인 삶은 살아가는 이들이 행동한다면 미래세대가 더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시각에서 두 사람의 삶을 소개하고 싶다.

은행에서 일하다 은퇴 후 환경운동가로 살아가는 이가 있다. 마산창원진해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를 했었고, 지금은 탈핵경남시민행동 공동대표 일을 하는 박종권 씨는 "자신의 전문성을 살리고 자아실현도 하는 삶이 중요하다. 은퇴 후에 품위 있게 살려면 시민운동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특히 공직자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은퇴하고 줄을 대서 낙하산을 타거나 특권을 누리기보다 권력을 감시하고 정책을 평가하는 일에 힘을 보태야 한다. 석종근 씨는 선거관리위원회서 일하면서 시민단체 활동을 적극적으로 했다. 민주도정실현 경남도민모임을 만들어 지난 1999년 창원 안민터널 무료화 논쟁에 불을 붙여 성과를 내기도 했다. 그는 "지식과 정보 등 전문성을 가진 공무원이 많이 나서야 투명사회가 온다"고 말한다. 실천은 계속되고 있다. 그는 공직 생활을 마감한 뒤에도 시민단체 활동과 봉사단체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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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목소리를 내거나 관심·전문분야를 살려 시민단체에 몸담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건강한 사회는 그냥 만들어지지 않는다. 주권자가 행동할 때 헌법이 명시한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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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세호 기자

    • 표세호 기자
  • 시민사회부에서 일합니다~ 데스크를 맡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