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만 기재 가능한 학생부 교과특기사항 등 작성 지시
일선 교사 "만연한 행태", 해당 학교 "재발 방지할 것"

대학 입시에서 학교생활기록부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가운데 경남 도내 일부 학교에서 학교생활기록부 작성에 학생들이 관여하면서 공정성을 해칠 우려가 있다는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도내 모 고교는 지난해 기말고사가 끝난 직후 학생들에게 예시문까지 나눠주며 진로희망, 자율·봉사활동, 수상경력 등을 적도록 했다.

경남도민일보가 입수한 이 자료에는 학생부 작성을 위해 학생들이 파일을 작성해 담임교사에게 메일을 통해 전달하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또, 교과담당교사가 쓰게 된 교과특기사항도 학생들에게 '학업 성취도가 우수한 과목, 특기할 만한 학습활동을 수행한 과목에 대해 학습활동 내용과 그에 대한 깨달음을 구체적으로 작성하라'고 지시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또한 문서에는 '학생부에 작성하는 항목별 내용은 전적으로 작성한 학생 개인이 감내해야 할 책임이 있다는 사실을 전달할 것'과 '자신의 생각과 언어를 바탕으로 사실에 근거하여 구체적으로 작성할 수 있도록 지도해달라'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이에 대해 이 학교 교장은 "아이들을 위해 한 일이지만 잘못된 부분을 인정한다. 잘못에 대한 지적을 겸허히 수용해 앞으로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각별히 신경을 쓰겠다"라고 말했다.

학생부는 고교 내신 성적을 의미하는 '교과'와 출결, 수상 경력, 자격증 취득 상황, 교과 외 활동 등 '비교과'로 요약된다.

교육부는 △진로희망 사항 △자율·봉사활동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행동특성 및 종합의견은 담임교사가, 동아리활동은 지도교사, 교과학습 발달사항은 교과담당교사가 직접 기재하도록 요구하지만 일선에서는 이 같은 지침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

일선 교사들은 이 같은 일이 비일비재하게 있다고 털어놨다.

한 고교 교사는 "일부가 아니라 특히 사립학교에서 이 같은 행태가 만연돼 있다. 교사 한 명이 40명이 넘는 학생들을 일일이 알 수 없어 자신의 활동사항을 써보게 하는 의도인 줄은 알겠지만 대입 전형에서 가장 중요한 서류인 학생부를 학생에게 맡기는 것은 교사의 책임 회피"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교사는 "학생들이 직접 학생부를 쓰는 것이 아니라 기초 자료를 모은 것으로 해석하면 된다. 학생들이 어떤 책을 읽고 그 책의 지은이가 누군지 교사가 일일이 알지 못해 체크하는 수준"이라며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에 입력하는 것은 교사 고유의 업무이기 때문에 학생들이 절대 학생부 기재에 관여하지는 않는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이에 대해 도교육청 관계자는 "교사가 단순히 참고자료로 활용하고자 학생들이 쓴 자료를 받았다면 문제가 되지 않지만, 그 자료를 그대로 교육행정정보시스템에 입력하면 안 된다"면서 "다양한 방법을 통해 올바른 학생부 작성 요령을 지도하고 있지만 현장에서 잘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학생에게 더 나은 학생부를 제공하기 위함이라는 의견과 동시에 전문성을 요구하는 학생부를 학생들의 도움을 받아 작성하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강주용 마산지역 대표는 "교과발달상황이나 특기사항은 학문적 영역이지만, 일정 성적 이상의 학생들에겐 직접 쓰도록 요구하는 학교도 있다"면서 "물론 봉사활동이나 독서활동 등 일부 항목은 학생들의 의견이 반영될 수는 있지만 교사들이 전문성을 키워 '자소설(자기소개서와 소설의 합성어로 실제로 없던 일을 꾸며 쓰는 자기소개서를 가리킴)' 같은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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