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채민 기자가 만난 산림조합 CEO] (11) 의령산림조합 조충규 조합장
20년 조합장 맡아온 전문가, 장기적 산림정책 중요성 강조
"조합도 산림공사로 바꿔야" 자체 수익사업 발굴 총력
산지 대리경영제도 첫 도입 "산림 가꾸기, 후손 위한 일"

조충규(67) 의령산림조합 조합장은 2014년 산림조합 중앙회장 선거에 출마한 적이 있다. 아쉽게 낙선하긴 했지만, 20여 년간 산림조합에 몸담고 있으면서 체득한 경험과 지혜는 여전히 빛을 발하고 있다. "이제 남은 기간 제가 몸담은 조직을 위해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는 것밖에 더 있겠느냐"는 조 조합장의 말 속에는 산림조합에 대한 진한 애정이 녹아 있었다. 그 애정의 깊이만큼이나 산림조합의 발전, 나아가 조화로운 산림 개발에 대한 염원이 가득 차 있었다.

조 조합장은 제대 후 의령에서 농사를 지었다. 묘목 농사를 주로 해왔는데, 50만 주까지 접을 붙이는 때도 있었다고 한다. 잔디 농사는 '6만 평 규모'까지 하던 시절도 있었다.

"당시는 좋은 농약도 없을 때니까, 하루에 150명씩, 180명씩 일꾼을 썼다. 아지매들이 도시락 싸와서 소풍 오듯이 잔디밭에서 일하던 시절이었다. 80년대 초반인데, 그때는 다들 시골에서 벌어먹을 게 없던 시절이었지."

뿐만 아니라 조 조합장은 의령에서 '하우스 농사'를 거의 처음으로 시작했다. 그때가 1971년이었다. 농사를 통해 자수성가했다고 할 수 있을 법하다.

20여 년간 산림조합에 몸담고 있는 의령산림조합 조충규 조합장. /박일호 기자 iris15@idomin.com

"농업학교를 나오지는 않았는데, 해병대 시절 제 후임이 김해농고 출신이었다. 그 친구한테 도움을 많이 받았다. 70년대부터 모종 심고 하우스도 하면서 어려운 가정을 일궈 세웠다. 제가 8남매 중 맏인데, 동생들 시집 장가 다 보내고…. 저는 형편이 못돼서 중학교밖에 못 나왔다."

조 조합장은 뒤늦게 야간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야간 대학도 마쳤다. 그리고 지금은 경남과학기술대 산림자원학과 대학원 과정을 밟고 있다. 지각이나 결석은 한 번도 없었고, 지금은 졸업반이어서 논문 준비를 하고 있다.

전공 과목 분야에서는 당장 다른 학생들 앞에서 강의를 할 정도이긴 하지만, 교양 과목 시험 준비가 무척 어려웠다는 게 '대학원생 조 조합장'의 고충 아닌 고충이었다. 그러면서도 동창인 대학원생들에게 산림 전문가로서 여러 조언을 아끼지 않고 있다.

의령산림조합장으로 20년간 근무한 산림전문가는 우리나라 산림 정책에 대한 쓴소리부터 쏟아냈다.

▲ 조현규 조합장./박일호 기자

"산림조합이 갈수록 힘이 드는 게, 각종 산림사업을 우리 조합만 위탁받아서 하는 게 아니라 이제 일반 법인과 경쟁을 해야 한다. 규제 철폐와 개방화 정책에 따른 결과였다. 하지만 이건 산림조합이 태동한 역사를 무시한 처사다. 헐벗은 산을 조림하는데 산림조합의 모태인 산림계가 무보수로 일해왔다. 우리 같은 비영리법인과 영리 법인 간에 경쟁을 붙이는 건 안 맞다. 제가 중앙회장에 출마한 것도 이 부분에 대해 과감하게 싸우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지금 정치 하는 사람들이 산림조합의 역사를 모르니까, 이런 일이 발생하고 있다. 경쟁을 할 수는 있겠지만, 대안은 마련해 줘야지.

그래서 지금 당장은 실현되기 어렵겠지만, 장기적으로 산림조합도 산림공사 형태로 탈바꿈하는 게 필요하다. 지금 전국적으로 산림조합은 142개인데 산림 사업을 할 수 있는 영리법인은 1600여 개에 이른다. 만약 산림공사가 만들어지면, 산림공사에서 감리나 설계, 발주를 하고, 영리 법인을 설립한 업자들이 실제 공사를 하게 하는 시스템이 가장 바람직한 것 같다."

- 경쟁이 치열하다는 건 그만큼 산림사업 규모가 커지고 있다는 건가.

"그렇지는 않다. 우리나라 국가 예산이 400조 원이라고 하는데, 국토면적의 64%인 산림을 관할하는 산림청 예산이 그 1%에도 미치지 못한다. 산림사업이라는 게 당장 효과가 눈앞에 나타나는 게 아니니까 정치인들도 신경을 안 쓰고 있다. 산림사업은 40년, 50년 뒤를 내다봐야 하는데, 그게 안 되는 거다. 자식을 낳으면 교육비 마련을 위해 적금을 넣듯이 정부 예산의 일정 부분이 꾸준하게 투입되어야 한다. 정권이 바뀌어도 지속적으로 추진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어야 한다. 지금부터 준비하더라도, 20년이나 30년 후면 우리도 목재를 수출하는 나라가 될 수 있는데, 여전히 목재의 95%를 수입하는 나라로 남아 있으려고만 한다. 좋은 나무 하나를 키우면, 나무 한 그루로 집 한 채도 지을 수 있는데 말이다."

그래서 조 조합장은 의령에서 산림을 활용한 수익 창출을 위해 각종 사업을 펼치고 있다. "의령 전체적으로 보면 강변에 있는 분들은 그래도 하우스 농사를 통해 일정 소득을 올리는 경우가 많은데, 산림 지역은 열악하다. 그래서 뭘 할까 고민하다가 산초를 심기 시작했다. 심은 지 3∼4년 정도 됐는데, 이제 작목반도 만들어지고, 올해 첫 판매 수익이 1억 5000만 원 정도 나왔다."

오영호 의령군수 역시 산림 사업에 관심이 많아 함께 사업을 고민하기도 하고 지원도 아끼지 않고 있다. 올해는 또 톱밥 공장이 들어설 계획이다. 여기에서 생산되는 톱밥은 축산농가나 양파 농가에 공급될 예정이며, 그 판로를 인근 창녕군까지 넓혀나갈 계획이다.

여기에 더해 의령산림조합은 전국 최초로 산지 대리 경영제도를 도입하는 등 산림자원화 정책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일반적으로 산주들이 자기 산을 가꿀 수 있는 여력도 없고, 그런 생각도 잘 안 하니까, 우리가 대신해서 종합적인 관리를 해주자는 것이다. 문중도 찾아다니면서 설득 작업을 하고 있다. 경영 단지로 조성된다고 해서 매매가 막히는 것도 아니고, 좋은 산림이 가꾸어지면 그 이익은 모두 산주에게 돌아가는 것이니 이를 적극 활용해주면 좋겠다."

의령산림조합이 자체적으로 소유한 산림 개발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이처럼 의령군 관내 산림을 가꾸고, 그곳에 경제림을 심어 농가 수익 창출에 기여함은 물론, 톱밥 공장 설립을 통해 안정적인 자립기반을 마련한다는 게 조 조합장이 그동안 추진해왔고 추진해나갈 로드맵인 셈이다.

오 군수와도 소통이 잘 돼 그 어느 때보다 산림에 대한 지원과 사업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었다.

조 조합장은 지역 내 각종 기부활동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매년 의령군장학회에 1000만 원씩 기금을 내고, 조합원 자녀들을 위한 장학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지역 내 어려운 곳을 위해서는 사비를 들이는 일도 마다하지 않고 있다.

"어렵고 아쉬운 점이 너무 많다. 산림 정책에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지면 좋겠다. 몰라도 너무 모른다. 특히 정치하는 분들이 그렇다. 당장 표가 안 돼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산림을 가꾸고 개발하는 건 후손을 위해서 꼭 필요한 일이다. 제가 조합장으로 있는 그날까지 조합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좋은 후임자가 조직을 이끌어갈 수 있는 탄탄한 기반을 만들어 주는 게 이제 제가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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