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두 번째 감독]심판 매수·승부 조작 얼룩에 주민소환 불법서명 연루까지…무너진 스포츠정신
성적보다 '신뢰 회복'나서야...지역팬들 주인의식 가졌으면

두산공작기계에서 제품개발을 하는 박성진(34·창원 남양동) 씨는 경남FC 창단 때부터 팬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경남FC가 생기기 전부터 활동하면서 팀 창단에 힘을 보탰다. 창단한 뒤에는 서포터즈연합회장을 맡기도 했다.

창단 10년을 맞은 경남FC. 그동안 성적부진에 따른 2부리그 강등은 물론, 승부조작 부정, 불법 주민소환투표 서명 동원, 대표이사 구속 등 수많은 내분과 갈등을 양산했다. 그 과정에서 팬들 대부분은 등을 돌렸다.

박성진 씨 또한 경남FC에 큰 실망을 했고 마음을 접겠다는 결심까지 했지만, 여전히 운동장에서 목청껏 경남FC를 응원하고 있다.

그런 그에게서 단순히 오래된 팬 또는 창단 멤버를 너머 구단 주인으로서 그동안 경남FC에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들어봤다.

- 어떻게 팬이 됐나. 좋아하는 선수는?

"2002년 월드컵 때 한참 응원 붐이 불면서 전국 각 지역에 붉은악마지회가 생겼고 마창진에도 모임이 만들어졌다. 이후 프로축구팀 창단 분위기가 이어졌고 경남 열기는 더 대단했다. 그때부터 서명운동, 기자회견, 거리홍보 활동에 다니면서 참여했다. 창단 이후에는 서포터즈연합회장을 지내기고 했다. 지금도 홈 경기가 있는 날에는 거의 빠짐없이 축구장 나가서 응원하고 있다. 그런데 저는 특정 선수를 정해서 응원하고 그러는 쪽은 지양한다. 물론 특히 정이 가는 선수는 있지만 그냥 모든 선수를 다 좋아하려고 한다."

-2016시즌 성적에 대한 생각?

"창단 10년 된 팀인데 그동안 겪었던 고난으로 따지면 K리그 1위 팀이다. 4∼5년 전부터 하향곡선을 그리면서 딱히 올해도 기대를 하지 않았다. 밑바닥에서 다시 시작하길 바라는 그런 맘이었다. 사실 어디가 밑바닥인지 또 밑바닥을 찍으면 올라올 수나 있을 것인지 의심스러웠다. 그런데 예상 외로 잘해줬다. 쟁쟁한 팀을 하나하나 물리치는 모습을 보면서 옛날 전성기의 모습을 찾아가는 기분이 들었다. 선수들 열정과 의지를 발견했다. 올해 그리고 내년 더 기대하게 된다."

-여전히 축구장은 썰렁하다.

"일반 도민 팬들 마음이 완전히 돌아오려면 아직 멀었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성적만 잘 나온다고 가능하지도 않을 것이다. 완전히 신뢰가 무너졌기 때문이다. 축구에만 전력을 기울여도 모자랄 팀이 성적이 안 나오니 심판을 매수하고, 선수들은 승부조작에 나섰다. 정정당당해야 할 스포츠가 스스로 신뢰를 허물고 팬들 뒤통수를 친 것이다. 구단주는 시스템을 무시한 인사를 단행해 물의를 일으켰고, 결국 그 대표이사는 불법 주민소환 투표 서명에 나서면서 구속까지 됐다. 그러니 많은 팬이 등을 돌릴 수밖에…. 우리 팀이 다시 팬들 사랑을 많이 받기를 기대하지만 하루아침에 변하지 않을 것이다. 성적보다 신뢰가 중요하다. 신뢰 회복을 위한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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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남FC 창단 때부터 팬 활동을 이어온 박성진 씨. /유은상 기자

- 팬으로서도 그동안 맘고생이 많았을텐데.

"한 두 번이 아니다. 안종복 대표이사 때와 박치근 대표이사 때 가장 실망이 많았다. 온갖 비리와 잡음, 갈등이 난무하면서 수시로 감독이 바뀐 것 같다. 선수들 사기도 덩달아 꺾이면서 의욕 자체가 안 보이던 시절이다. 경기를 봐도 재미가 없고 성적도 나오지 않고. 결국 챌린지로 강등됐다. 그것보다 더 안타까웠던 것은 강등되고 바로 다음날 도지사가 팀을 해체하겠다는 말을 했을 때다. 물론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저는 아직도 그런 생각을 한다는 자체가 이해 안 된다. 물론 결정권은 도지사에게 있다. 그러나 창단은 도민들 노력으로 이뤄졌고 그 주인도 도민이다. 그런데 논의 과정도 없이 그때 그렇게 발표했다. 그 결과 역시 자신이 원인 제공한 것은 무시하고…."

-감독, 구단주, 대표이사에게 더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지금 감독님과 대표이사님은 비교적 잘하시는 것 같다. 감독님은 한 시즌밖에 안 했지만 지금까지 거쳐간 감독님 중에 최고라고 생각한다. 바람이 있다면 좀 더 공격적이고 재미있는 축구를 보여줬으면 한다. 그리고 주로 믿는 선수에만 집착을 하는 경향이 있다. 신인 선수를 포함해 출전 기회가 적었던 선수들에게도 좀 더 많은 기회를 주고 선의의 경쟁을 통해 선수를 육성하고 팀을 발전시켰으면 한다. 대표이사와 구단주에게는 당장 성적만을 강요하지 않았으면 한다. 플레이오프 진출, 클래식 승격보다 팀을 정통 명문 구단으로 만들 장기적인 안목과 계획이 더 필요하다고 본다. 어렵지만 조금씩 지원과 투자도 늘려야 한다. 특히 유소년 등 선수 육성이나 프런트 쪽에도 더 투자해야 한다. 어렵겠지만 장기적으로 팬을 늘릴 방안도 고심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올 시즌 성적은 어떻게 보나.

"사실 경남FC 열성팬 중에 곧장 좋은 성적을 내 달라고 요구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강등도 당해보고 또 많은 고난도 지켜보면서 그 수는 줄었지만 팬들 사랑은 더 단단해졌다. 예전처럼 큰 실망 시키지 않고 재미있는 경기를 하면서 조금 조금씩 향상되는 모습만 보여주면 된다. 다만 정통 명문구단의 초석을 닦아 가려면 이제부터가 중요하다. 그래서 구단과 구단주 등에게 그렇게 부탁했다. 단기적인 성적은 중요하지 않지만 그래도 이 정도 전력이면 올해 목표로 잡은 4강 플레이오프 진출은 가능할 것으로 본다."

-도민과 팬들에게 바라는 점은?

"그동안 경남FC가 많은 잘못을 하면서 팬들이 등을 돌렸다. 충분히 이해한다. 그러나 아무리 미워도 도민구단 경남FC는 어쩔 수 없이 도민의 팀이라는 점 다시 한번 생각해줬으면 한다. 팀은 팬들 응원과 사랑을 먹고 성장한다. 도민들도 주인의식을 가지고 내 팀이라는 생각을 해줬으면 한다. 날이 따뜻해지면 가족과 함께 축구장을 찾아서 목청껏 응원해보시길 바란다. 생각보다 재미있다. 그러면서 더 가깝게 느껴지고 주인의식도 생기면서 마음이 조금씩 달라질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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