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주인이다] 분권, 기초의회 바로 세우기부터 (2) 창녕군의회
의회 카메라 설치해 회의 공개의정 감시 모니터단 운영 필요
정당공천제 반드시 폐지정부, 자치단체에 권한 위임
공청회 열어 주민의견 듣고 지방의원 전문성 강화해야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추동한 촛불 민심의 근원에는 주민자치권 열망이 담겨 있다. 하지만 기초의회에서 구체화해 주민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정책으로 연결되는 주민자치권 실현 과정엔 여전히 수없이 많은 '최순실(주민 농단)'이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 2016년 경남 도내 기초의회를 얼룩지게 한 주범도 결국은 '최순실'을 용납한 '우리'의 책임이 크다.

지방자치의 최전선인 기초의회를 변화시키고 지방자치권 요구, 참다운 분권 실현, 풀뿌리 민주주의 정착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은 적극적인 주민 참여와 감시다. 의원 권한을 주민과 나누고, 주민을 정치 주체로, 생활 속 의제를 정치 의제화하는 주민 감시 기능이 작동돼야 지방자치단체가 건강해진다. 특히 혈연, 지연, 학연 등 연고주의를 끊고 주민 중심의 지역·마을 공동체를 만들어나가야 '주민 농단'을 근절할 수 있다.

지난해 상반기 의장단 선거에서 금품 수수 사건으로 의장·부의장이 구속됐고, 의장 사퇴로 오는 4월 재보궐 선거를 치르게 된 창녕군의회를 바꿀 방안은 없을까. 신종만(51·창녕 남지중학교 교사·사진) 창녕진보연합 위원장에게 주민자치권을 강화할 방법을 들어봤다.

신종만 창녕진보연합 위원장이 지난해 7월 "금품 수수 의원들 자진 사퇴하라"는 취지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수경 기자

- 지난해 창녕군의회 전반기 의장단 선거에서 금품 수수 사건이 밝혀지면서 의장과 부의장이 구속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원인은 무엇이라고 보나.

"기초의회는 1991년에 무보수 명예직으로 다시 부활했는데, 2006년부터 보수와 특혜를 누리면서 풀뿌리 민주주의 근본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기초의회 역시 각 정당의 중앙당에서 공천권이 행사되면서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일어난 '야합과 배신', '나눠먹기 담합', '피의 각서', '각종 추태' 등 말로 표현할 수 없을 감투싸움이 지속되고 있다. 기본적으로 대의민주주의에 대한 몰지각에서 비롯된 것이다. 지난해 경남 곳곳에서 일어난 의회 상황을 보면 정말 민망하기 짝이 없다."

- 주민들이 '일상적인 의정 감시'를 해야 한다고 보는데, 어떤 역할이 필요할까.

"대부분 군민은 생업에 바쁘다 보니 군의회 일정이나 결정된 사항을 잘 알지 못한다. 그래서 군의회 활동에 관심 있는 사람을 모집해 '의정 감시 모니터단'을 운영해야 한다. 모니터단은 의원들의 출결 상태, 의결 내용, 질의·응답하는 모습을 점검하고 의회 속기록을 모니터링 해야 한다. 한편으로 의회가 먼저 회의실 안에 카메라를 설치해 의사 일정(상임위 회의 등)을 촬영해 공개하는 방안도 획기적으로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이번 탄핵 정국의 국정조사에서 보듯이 행정사무감사도 쌍방향 소통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 창녕군은 지난 2011년부터 주민참여 예산제를 시행하고 있다. 이 제도를 활용해본 적이 있나.

"주민참여 예산제도를 활용하려면 기본적으로 창녕군의 재정 여건, 재정 운영 방향을 바탕으로 예산 편성 용어, 예산 편성 절차 등을 이해해야 한다. 예산편성학교를 상설적으로 운영해 지역 내 시민단체와 전문가 집단, 이익 집단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유도해 '군민 예산 전문가'를 양성해야 한다. 동원적 방법으로 관변단체와 유관기관이 형식적으로 참여하도록 하지 말고, 지역 생활 권역별로 주민자치위원회를 활용해 제출된 의견과 정책을 가지고 실질적인 주민참여 예산을 시행해야 하다. 사이버상 참여 통로를 확대하고자 홍보를 강화하고, 제출된 의견이 합리적인 방식으로 결정될 수 있도록 정보 공개도 강화해야 한다."

- 공작 정치로 얼룩진 기초의회를 살릴 방안은 없을까. 정당공천제 폐지, 지역 정치 지형 수준 높이기, 지방분권형 개헌 등이 이야기되고 있다.

"기본적으로 '견제와 균형'이 가장 중요하다. 의회와 집행부는 역할이나 책임에서 상충되는 부분이 있어 갈등과 대립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군민의 삶의 질 향상과 지역 발전이라는 공통 목표를 위해서는 치열하게 토론하면서 서로 존중하고 발전적인 상생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그것을 위한 제도적 뒷받침으로 정당공천제는 반드시 폐지돼야 한다. 순기능보다 역기능이 너무 많아 의회 민주주의 위기를 초래하고 있지 않은가. 지금처럼 의안이 무조건 가결되는 방식은 절대로 안 된다. 20대 국회는 각종 행정적·재정적 권한을 자치단체에 과감하게 위임하는 입법을 통과시켜 지방분권을 강화해야 한다. 창녕군민들 역시 정치를 냉소적으로 무관심하게 바라보면 안 된다. 플라톤은 '정치를 외면한 대가는 가장 저질스런 사람들의 지배를 받아들이는 것이다'라고 했다."

- 현실적으로 새누리당 일색인 창녕군의회를 비롯해 도내 기초의회를 바꾸려면 주민뿐 아니라 기초의원들도 변화 주체가 돼야 하지 않겠나.

"현재 대다수 군민은 조례 제정과 개정에 관심이 매우 낮다. 주민을 위한 조례가 주민들로부터 외면 당하고 관심 밖으로 밀려나가면 의회의 존립도 잃게 된다. 따라서 조례 제정과 개정 시에는 자치입법권 강화를 위해 반드시 공청회를 열어 이해관계자 또는 학식·경험이 있는 사람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는 절차를 체계화하고 엄격히 시행해야 한다. 또 기초의원들은 기초의회 전문성 강화를 위해 자생적 연구 모임을 활성화해 지역 현안부터 공통 관심 분야 등을 학습하고 전문적인 연수, 각종 정책 세미나 등을 통해 전문 지식과 자질 향상에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매번 지역 언론에서 의정 평가를 해서 공개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지방자치는 누구를 위해서 존재하는가' 끊임없는 질문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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