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 천재 화가 12명의 예술세계, 사생활·작품 뒷이야기로 풀어내

'변태'를 국어사전에서 찾으면 '1.본래의 형태가 변하여 달라짐, 또는 그런 상태, 2.정상이 아닌 상태로 달라짐, 또는 그 상태'로 설명한다.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할 때 '변태'는 '변태성욕'을 먼저 떠올릴 만큼 성적이다. '변태'라는 단어를 가장 쉽게 뱉는 사람은 유치원생이나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들이다. 그들이 보고 있는 대상이 조금만 이상해도 "아~~변태다"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일반적인 수영복 차림에도 같은 말이 반복된다.

변태미술관. 미술책 제목에 '변태'라는 단어를 붙이다니 이 저자도 '변태'같다. 물론 저자 야마다 고로는 '변태 미술관'이라는 기획명에 반대했었다. 그는 진짜 변태한테 실례가 되고, 예술가들한테 실례가 된다는 두 가지 이유를 들었다. 서양미술사에서 이름 날리던 유명한 화가 12명을 3명씩 묶어 누가 최고의 변태냐, 아님 누가 제일 너무한가(무엇이?) 같은 질문을 붙여 진정한 변태왕이 누군지를 가리는 독특한 책이다. 미술에 대한 많은 지식을 가진 야마다 고로와 미술에 관심이 많은 카피라이터 고야마 준코가 서양회화의 역사를 알기 쉽게 문답 형태로 기술한다.

예술가를 떠올리면 먼저 드는 생각은 '똘끼충만'이다. 일반인과 다른 예민한 촉을 가졌다. 그리고 자기만의 방식으로 표출한다. '지나치게 민감하네'라는 부정적 시선과 '어떻게 저런 감수성이…'라는 부러움이 교차한다.

12명 동시대 화가를 기준으로 4개 조로 나눈다. 르네상스 시절의 3대 천재라 불리던 레오나르도 다빈치, 미켈란젤로, 라파엘로 산치오 중 누가 가장 변태인지 승부를 가린다. 그들의 작품뿐만 아니라 성장환경이나 기행, 성적 취향까지 다룬다. 이런 것을 다루는 문답 속에 작가들의 중요 작품을 이야기하고, 원근법이나 음영법, 프레스코, 스푸마토, 템페라 같은 미술 용어도 친절하게 설명한다. 이들 중 최고 변태(?)로 꼽힌 인물은 다빈치다.

카라바조, 루벤스, 렘브란트가 속한 바로크 회화그룹에서는 카라바조가 으뜸이라 생각했다. 카라바조는 살인, 강간, 폭행, 동성애(그 당시 위법행위), 아동성추행 등 인간이 저지를 수 있는 범죄는 다 해본 사람이다. 그런데 작품의 특성을 살피니 뚱뚱한 여인에 유독 집착했던 루벤스도 만만치 않더라. 화가 취향보다 그림을 주문하던 고객의 요구에 맞춰 그려주던 그 시절에 유독 자신의 고집을 꺾지 않던 렘브란트를 생각하면 쉽게 결판나지 않는다.

1789년 프랑스 혁명 이후 1871년 보불 전쟁이 끝나고 파리 코뮌이 만들어지던 80년의 역사는 격동이다. 국가 체제도 여러 번 바뀔 정도로 혼란스러운 시대였다. 미술 유파는 바로크를 지나 로코코, 신고전주의, 낭만주의, 사실주의, 인상파까지 연결된다. 신고전주의의 도미니크 앵그르, 낭만주의 화가 외젠 들라크루아, 사실주의의 귀스타브 쿠르베가 같은 그룹으로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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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사에서 르네상스 이후 가장 큰 변화와 움직임이랄 수 있는 인상파에서는 마네, 모네, 드가를 뽑았다. 인상파의 탄생과 특징, 주요 작품과 전시회, 마네의 그림이 가지는 반사회적 의미, 모네의 연작 시리즈가 가지는 의미 등을 명료하게 설명한다. 그러면서 주목하는 인물이 드가다. 흔히 발레하는 소녀들을 그린 그림으로 유명한 화가다. 소녀에 대한 집착, 다리나 등이 드러나게 그린 페티시즘, 그림에 등장하는 남자들의 공통점 등으로 진정한 근대적 변태의 등장으로 정의한다.

이 책의 제목이나 책 전체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변태'다.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루하지 않게 읽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약간 자극적인 양념일 뿐이다. 르네상스 이후 인상파까지 서양미술사를 문답형으로 재미있게 설명해주는 책이다. 서양미술사 책을 읽다가 지루해서 덮은 기억이 있다면 이 책으로 워밍업을 해보자.

432쪽, 21세기 북스, 1만 8000원.

/이정수(블로그 '흙장난의 책 이야기'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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